'인류 암흑기 봉인 풀리나'…교황청, 비오 12세 문서고 첫 개방

입력 2020-03-02 22:16  

'인류 암흑기 봉인 풀리나'…교황청, 비오 12세 문서고 첫 개방
선종 62년 만…각종 기록물 200만개, 서고 내 선반 길이만 85㎞
'독일 나치의 유대인 박해 막는데 소극적' 논란 해답 찾을지 주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차 세계대전 기간 재임한 교황 비오 12세 시절의 비밀문서 봉인이 반세기 만에 풀렸다.
교황청은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 재위 기간(1939∼1958) 작성된 각종 기록물을 보관한 문서고를 2일(현지시간) 학자들에게 개방했다.
접근 가능한 문서는 약 2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물이 보관된 선반의 길이만 85㎞에 이른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번 문서고 공개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2차대전과 관련한 비오 12세의 역할과 입장을 조명할 단서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의 악몽을 겪은 일부 유대인과 역사학자들은 비오 12세가 나치의 대대적인 박해에 직면한 유대인을 돕는데 무관심했거나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해왔다.
반면에 교황청은 비오 12세가 유대인이 행여나 더 큰 곤경에 처할까 두려워 물밑에서 조용히 조력했다는 입장이다. 유대인을 숨겨주고자 수도·수녀원과 교회의 문을 연 장본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번 문서고 공개는 또 2차대전이 종식되고 미소 냉전이 본격화할 당시 교황청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를 확인할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학자들은 전망한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전 세계 200명이 넘는 학자가 문서고 열람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황청 문서고는 일반인이 아닌, 전문 학자들에게만 개방된다.
교황 비오 12세 관련 문서 공개 시점은 관례보다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교황청은 통상 특정 교황의 재위 마지막 해로부터 70년이 지난 뒤 해당 교황 재위 시절 작성된 문서의 비밀을 해제해왔다. 이러한 관례를 적용하면 비오 12세 때의 문서는 2028년에야 빗장이 풀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단으로 이러한 예외가 가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3월 교황청 사도문서고(옛 비밀문서고)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는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문서 조기 공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문서고가 공개된 이 날은 공교롭게도 비오 12세가 교황으로 즉위한 지 81주년 되는 날이다.
다만 공개된 문서를 통해 관련 논쟁에 해답을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검토해야 할 문서의 양이 방대한 데다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가설을 뒷받침하기까지 학자들 사이에 복잡하고 치열한 논증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교회사학자인 후베르트 볼프 독일 뮌스터대 교수와 연구를 함께 하는 한 학자는 이 과정에 최소 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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