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봄 분양시장 코로나로 안갯속…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입력 2020-03-04 09:51  

성수기 봄 분양시장 코로나로 안갯속…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연초 청약시스템 개편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분양연기 속출
지방아파트는 미분양 줄이어…"3∼5월 분양 성수기 실종되나" 우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청약시스템 개편으로 지난달 초까지 분양을 미룬 건설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분양 연기와 흥행 참패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통상 3∼5월은 이사철을 겨냥한 물량이 쏟아지는 봄 분양 성수기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2월 분양이 대거 3월로 연기됐고, 봄 분양 대목의 첫 달인 3월마저 분양 흥행은커녕 개시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꺾이면 하반기 분양시장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 올해 민간아파트 분양 2월까지 5% 그쳐, 3월 물량도 대거 연기될 듯
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전국적으로 1만8천280가구의 민간아파트(총가구수 기준, 민간임대 포함)가 분양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분양 예정인 전국 민간아파트 공급 예정 물량(35만2천376가구)의 5.1%에 불과한 수치다.
청약업무 이관으로 1월에 신규 분양이 '올스톱' 된 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대거 연기한 탓이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 조사에 의하면 애초 2월 분양 예정 아파트 물량은 26개 단지, 총 1만9천134가구(일반분양 1만5천465가구)였으나 실제 분양이 이뤄진 물량은 15개 단지, 총 1만558가구(일반분양 7천812가구)로 당초 예정 물량 대비 절반 정도의 실적에 그쳤다.
수도권에서 경기도 성남시 '성남고등자이', 안양시 '안양호계 신원[009270] 아침도시', 파주시 '운정 호수공원 테라스 더리브'와 인천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이안 논현 오션파크'가 분양을 연기했다.
지방에서는 대구, 부산, 전북, 전남, 광주, 충남 등지에서 10개 단지가 분양을 미뤘다.
지난달 분양 연기로 이달 분양물량은 44개 단지 3만3천433가구(일반분양 2만7천689가구)로 급증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이달 분양마저 4월 이후로 연기될 공산이 크다.
이미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대구에서는 이달 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도원 센트럴'(894가구), '대구 봉덕 새길 재건축'(345가구),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1·2차'(338가구), '중동 푸르지오'(714가구), '대구 다사역 금호어울림'(869가구) 등의 분양 시기가 잠정 연기됐다.
건설업계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최대 분양 성수기인 3∼5월 분양 일정이 대거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봄 분양 성수기인 석달간 예정된 민간아파트 공급 물량은 3월 3만3천74가구, 4월 4만5천595가구, 5월 3만2천968가구로 총 11만1천637가구(총가구수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달 말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야 하는 서울지역 분양 물량만 4월에 예정대로 소화되고 나머지는 상당수 연기 또는 지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시스템 이관 작업으로 작년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분양이 중단된 데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봄 분양 대목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앞으로 코로나 등으로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분양일정을 어떻게 짜야 할 지 고민스럽다"고 전했다.
선주희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3월로 밀린 물량도 상당수 분양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대 분양 성수기인 봄철 분양 시기를 놓치면 연간 분양계획 소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코로나19, 지방시장에 더 타격…초양극화 심화하나
코로나19는 수도권 내 비인기지역과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지 않은 지방의 청약 시장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인기 지역에 있는 아파트와는 달리, 지방의 비인기 지역은 사전 영업, 광고·홍보, 견본주택(모델하우스) 개관 등의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수요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실물 견본주택 개관을 통한 대면 영업이 어렵고, 소비자들도 불안감과 소비 심리 위축에 현장 방문 자체를 꺼리고 있다.
지난달 울산에서 분양한 '학석동 동남하이빌아파트'은 69가구 모집에 단 20건만 접수돼 모든 주택형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부산 '서면 스위트엠 골드에비뉴'는 전용면적 59㎡A 평형만 2순위 마감하고, 나머지 11개 주택형에서 모두 미달했다.
이 밖에도 '평창 앨리엇아파트', '충남e편한세상 금산 센터하임', '서귀포 동흥동 센트레빌' 등이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반면, 같은 달 경기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와 '하남 위례신도시 중흥S클래스'에는 청약자가 쇄도하며 1순위 마감됐다.
지방 비인기 지역에서 분양하는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내 주택시장은 대부분 아파트를 선분양해 건설비를 충당하는 구조여서 분양 일정이 늦춰질수록 시행사나 조합의 금융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소속의 한 직원은 "금융비용이 늘어나면 사업비가 함께 증가한다"며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흥행 실패와 준공 후 미분양까지 걱정하는 이중고·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에서도 입지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은 코로나19 사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19로 지역별·입지별 청약 시장의 초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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