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구속·추방…'코로나19 위기 악용' 각국 언로 틀어막기

입력 2020-04-06 15:59  

벌금·구속·추방…'코로나19 위기 악용' 각국 언로 틀어막기
WP, 중동·남미·구소련 등 사례 적시…"독립언론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지면서 이를 악용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적지 않은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례없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엄청난 행정력을 언론이나 야당 인사 등을 탄압하는 데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한 기자와 언론사를 조사하거나 고액의 벌금을 물리고, 심지어 외신기자를 추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WP는 "일부 국가가 공공질서에 해롭다고 여기는 비판이나 정보를 피하려 하고 있다"며 "일부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까지도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긴급 법안을 통과시키는 구실로 이번 사태를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국가 대응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들을 구금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처벌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개인에게 수십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정부는 최근 로이터통신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당국이 밝힌 수치보다 수천 건이 더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한 직후 해당 언론 허가증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집트는 코로나19 환자 수에 의문을 제기했던 연구를 보도했던 가디언 특파원의 허가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고, 그녀는 며칠 뒤 이집트를 떠나야 했다.
확진·사망자 수치를 매일 공개했던 터키는 감염자의 탈출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이유로 몇 주간 감염자 위치를 포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비정부 국제기구인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8명의 터키 언론인은 검찰이 코로나19 보도와 관련해 그들을 체포·조사한 이후 범죄 혐의 유무를 알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터키 북부 바틴의 한 신문사 사주와 편집장은 지난달 현지 의사의 양성 판정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고 터키의 전 야당의원 바리스 야카다스가 전했다.
그는 "두 사람은 대중을 공황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고소됐다면서 지방정부가 그 뉴스를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고소는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과 야당 인사 등을 오랫동안 탄압해 온 구소련 국가 중 일부도 가짜뉴스와 정보왜곡 금지를 이유로 코로나19 위기를 통제 강화 구실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의 경우 국가 대응이나 공식 수치에 의문을 제기하면 비싼 벌금과 자격 박탈에 대한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WP는 전했다.
아르메니아의 언론인들은 기사 삭제와 변경을 강요당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아제르바이잔 야당 인사는 정부의 위기대처 비판 글을 SNS에 올렸다 체포됐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이 기회를 틈타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가짜 정보 유통을 막을 의무를 부과하는 국가정보법을 개정하는 등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 언론 자유를 탄압하려 하고 있다.
벨라루스의 뉴스 웹사이트인 '예줴드녜브닉' 편집자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올렸다가 지난달 말 체포됐다.
러시아 통신 감시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는 "공공질서와 공공안전의 엄청난 붕괴 위협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가짜 정보 유통을 경고했다.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개인은 최대 6천4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동남아와 중남미, 동유럽 일부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 3일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짜뉴스라고 여기는 것을 공표할 경우 2개월 징역 또는 2만 달러 벌금을 부과하는 새 법에 따라 TV방송국 운영자와 온라인 기자를 기소했다.
헝가리 정부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게 하고, 발병에 대한 거짓 정보를 확산·왜곡하면 징역 5년으로 처벌하는 긴급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과 유라시아를 위한 프리덤하우스의 조사국장은 "긴급 법안은 헝가리의 민주주의 면모를 하락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두라스는 언론인이 어떤 박해도 받지 않도록 한 법적 보장을 철회하면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정보 요청의 자유를 무기한 연장했고, 베네수엘라는 언론인 다빈슨 로하스를 체포,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조사했다.
WP는 20세기 초 유럽에 유행했던 이른바 '스페인 독감' 당시 전시 검열을 받았던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달리 스페인 언론만이 관련 보도를 한 사실을 상기하며 "1세기가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각 정부가 언론자유를 탄압하려 전염병 보도에 대한 우려를 이용하면서 독립언론의 복원력을 다시 시험대에 올렸다"고 전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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