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취임 1주년에 '유동성 수혈' 선물받은 대한항공

입력 2020-04-24 17:13  

조원태 취임 1주년에 '유동성 수혈' 선물받은 대한항공
산은·수은, 영구전환사채 3천억원 인수 등 총 1.2조 지원
대한항공 "3자연합과 소모적 지분 경쟁 중단…당면한 위기 극복 전념"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아 곳간이 텅 빌 위기에 처했던 대한항공이 정부의 긴급 유동성 수혈로 한숨 돌리게 됐다.
이번 지원으로 일단 올해 상반기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면 하반기에는 현재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자산 매각 자금 유입과 정부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 등으로 숨통이 한층 더 트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운영자금 2천억원 지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천억원 인수, 전환권 있는 영구채 3천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1조2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중 3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6월에 인수, 두 은행이 대한항공의 지분 10.8%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최근에 갚은 4월 만기 회사채(2천400억원)를 제외한 회사채와 ABS, 차입금 등을 합해 올해 3조8천억원 규모를 갚아야 한다. 이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9천억원 규모다.
국책은행의 영구전환사채 지원 결정으로 재무 안정성은 물론 시장 신뢰도 제고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의 90%가 운항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항공산업에 정부와 국책은행에서 적시에 긴급 유동성 지원 방안을 마련한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조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달 둘째 주 기준 전체 125개 노선 중 93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29개 노선의 운항을 감편해 여객 매출의 94%에 달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4.8%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이어 "자본·고용 집약적인 항공산업인 만큼 직원의 안정적 고용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자산 매각과 자본 확충 등 자구 노력에 매진하겠다"며 "대기업 지원 취지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 부문의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침 이날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작년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재임 1년간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 위기라는 동시다발적인 악재를 맞은 조 회장은 일단 지난달 한진칼[180640]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임에 성공한 데다 이날 정부의 추가 유동성 지원까지 받아내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두 가지 악재 모두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만큼 조 회장에게는 이번 위기를 극복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입지를 다져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남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 측은 한진칼 지분을 끌어모으며 임시주총 등 2차전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KCGI(19.36%),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 등 총 42.75%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41.30%)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3자 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도록 하고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위기 상황과 정부의 지원 결정이 코로나19라는 대외 악재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나 지분 담보 등을 조건으로 걸지 않은 것도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부담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당분간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아이디어로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사용하는 등 국제선 여객 노선 축소로 줄어든 화물 공급을 확대하며 올해 1분기 화물 운송량이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단 기존에 추진하던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 작업 외에 유상증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금융투자업계(IB)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을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다음 달 이사회를 여는 등 유상증자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은 측도 "대한항공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1조원의 유상증자,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의 자구안을 중심으로 사업 편재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동안 발표되지 않은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향후 많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 부문 등의 추가 매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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