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뉴트렌드] '집콕' 3개월…"집밖에 안나가도 살 수 있어서 신기"

입력 2020-04-26 08:30  

[코로나 뉴트렌드] '집콕' 3개월…"집밖에 안나가도 살 수 있어서 신기"
놀고, 먹고, 즐기는 집이 세상의 중심…달고나커피 등 직접 만드는 음식 인기
문화계 대세는 '랜선 라이프'…홈트 늘어나고 옥상 캠핑까지 등장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조성흠 김보경 기자 = #. 올해 1월 17일 서울 마포에 사는 김용규(33) 씨는 일어나자마자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그는 러닝머신에서 40분간 뛴 후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1잔을 테이크아웃(포장 주문)했다. 차를 몰고 강남역 회사에 출근한 김씨는 오전 내내 회의를 한 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는 퇴근 후 여자친구와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인근 영화관에서 영화 1편도 관람했다. 김씨는 집에 돌아가는 길 호프집에서 친구들을 만나 맥주를 마시며 한 주를 마무리했다.
#. 3개월 후인 4월 17일 김씨는 눈을 뜨자마자 거실로 가 실내자전거를 40분간 타고, 덤벨 운동을 했다. 김씨는 운동 후 주방에 있는 커피머신에서 아메리카노 1잔을 내려 마시고, 방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시작했다. 오전 내내 웹캠을 통해 화상회의를 한 그는 점심시간이 되자 온라인에서 주문한 재료들로 직접 된장찌개를 만들었다. 오후 6시 업무가 끝나자 김씨는 배달한 곰탕으로 저녁을 때우고 넷플릭스로 영화 2편을 연속으로 봤다. 이후 김씨는 집에 온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홈 캠핑'을 즐겼다.

첫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석 달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정생활을 포함한 삶 자체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유로운 외부 출입이 제한됐지만 집은 일하고, 먹고, 즐기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씨는 26일 연합뉴스에 "3개월 만에 삶 자체가 이렇게 바뀔지 몰랐다"면서 "하루에 밖을 한 번도 나가지 않아도 예전 그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답답하고 따분하다는 의미가 강한 '집콕(집에서만 지내는 생활)'의 개념을 흔들었다. 집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줬다.

◇ '홈쿡'은 이제 일상…"시간 걸려도 직접 만든다" = 코로나19는 삶의 기본인 의식주 중 식(食)에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외식 자체가 지양되면서 집에서 요리하는 '홈쿡'은 일상화됐고, 시간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음식이 '핫 트렌드'가 됐다.
400번 저어야 한다는 달고나 커피나 수플레 오믈렛 만들기 등 '타임킬링'용 챌린지도 줄을 잇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달고나 커피는 커피 분말과 설탕, 물을 섞어 걸쭉한 상태가 될 때까지 400번 넘게 저어야 하는 고된 과정이 핵심이다.
만들어 본 사람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우리 한국인들' 등 중노동에 대한 엄살이 넘쳐나는데도 직접 만들어 마셨다는 인증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일이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면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유명 인사와 연예인도 줄줄이 인증에 나섰다.

달고나 커피는 한류 인기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문화 상품이 되고 있다. 뉴욕포스트와 BBC방송, 보그, 에스콰이어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이 잇따라 한국의 달고나 커피 조리법을 소개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달고나 커피를 변형한 말차 휘핑커피를 소개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달고나 커피로도 힘이 남은 이들을 위한 또 다른 노동집약적 요리법들도 주목받는다. 1천번을 저어야 만들 수 있다는 수플레 오믈렛·팬케이크·계란말이 등 요리 영상들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런 음식들은 정성을 쏟아야 하는 요리법의 극단적인 형태이지만, 이처럼 집에서 요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는 시도가 늘면서 관련 식재료와 홈쿠킹 용품 등 판매도 급증했다.
CJ제일제당 조사 결과 집에서 직접 밥을 조리해 먹는 빈도가 늘었다는 소비자가 전체의 84%를 넘었다.
농천진흥청이 2월 8~10일과 4월 2~4일 9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농식품을 구매해 직접 조리해 먹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83%에 달했다.
SSG닷컴이 올해 2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이들이 직접 반죽을 활용해 과자를 만들 수 있는 '토이쿠키' 매출은 150% 증가했다. 팬케이크, 쿠키, 브라우니 등을 만들 수 있는 믹스류 상품 매출도 152% 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메이커, 원두 분쇄기 등 커피 관련 가전은 74.5%, 캡슐형 커피는 25% 매출이 느는 등 '홈카페' 관련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 코로나시대 대세는 '랜선 라이프'…"집에서 놀 거 다 논다" = 영화, 음악, 공연 등 문화생활도 랜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영화계는 개봉작 기근으로 하루 전체 관객은 1만명대로 주저앉았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접속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극장들은 '뉴노멀'에 대응하기 위해 키오스크와 자율 주행 로봇 등으로 대면 서비스를 최소화한 '언택트 시네마'를 선보였다.
인디 가수들부터 세계적 팝스타까지 세계 대중음악계 전체가 '온라인 라이브'에 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 팬들은 가수들이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면서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갈증을 달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과거 콘서트와 팬 미팅 실황을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개하면서 팬들이 지닌 응원봉을 영상에 실시간으로 연동할 수 있게 했다. 실제 공연장에서처럼 응원봉 색깔이 변하는 효과로 현장감을 살린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손잡고 아예 온라인에 특화된 실시간 콘서트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현장 관람 중심인 클래식, 연극 등 순수 예술 장르도 '언택트'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개점 휴업에 들어간 국내 공연계 양대 메카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대안을 마련 중이다.
예술의전당은 유튜브로 중계한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공연 영상이 3월 20일부터 4월 4일까지 2주간 조회 수 73만7천621회, 누적 시청자 수 6만3천654명을 기록했다. 이는 상영회마다 약 3천명 이상의 시청자가 관람한 것으로, 대형 극장 객석 수(2천~2천500석)를 웃도는 수치다.
세종문화회관도 기획프로그램 '힘내라 콘서트'를 5월까지 진행하며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국립극단도 기존 공연한 연극을 보여주는 '온라인 전막 상영회'와 4∼5분 분량 희곡 낭독 영상 6편을 공개하는 '짧은 연극 낭독회'를 진행했다.
◇ '홈트'·'홈캠핑'…"불가능한 '홈'은 없다" = '확찐자'가 두려운 사람들은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에 매진 중이다. 확찐자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을 하지 않아 살이 급격하게 찐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다.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이달 2∼3일 20대 이상 남녀 1천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8.1%는 집에서 운동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가꾸기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SSG닷컴이 2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집에서 식물을 기르는 '홈가드닝'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했고, '홈인테리어' 제품 판매도 40% 늘었다.
집 안이나 베란다, 옥상 등을 활용해 캠핑 온 듯한 분위기를 내는 '홈 캠핑'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롯데마트의 캠핑용품 매출을 살펴보면 캠핑용 테이블, 의자 등 캠핑과 홈 캠핑에 동시에 활용이 가능한 제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8.6% 증가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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