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결국 WTO로 가는 '수출규제' 몽니…일본의 변화를 촉구한다

입력 2020-06-02 15:51  

[연합시론] 결국 WTO로 가는 '수출규제' 몽니…일본의 변화를 촉구한다

(서울=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결국 세계무역기구(WTO)로 되돌아가게 됐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2일 브리핑에서 일본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지난해 11월 22일 잠정중단한 이른바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과의 진전없는 논의를 끝내고 WTO의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의 이런 결정은 한국의 규제 해제 요구를 거부하며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몽니' 탓이다. 정부는 앞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를 5월 말까지 해제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으나 일본은 '수출관리는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해 나간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하며 우리의 요구를 거부했다. 일본이 역사·외교·안보와 경제의 분리 대응 원칙을 깨고 한국 대법원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 카드를 들고나온 것도 문제지만,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치들을 개선했는데도 앵무새처럼 기존 입장만 되뇌는 것은 뻔뻔스럽다. 매듭은 만든 사람이 전향적인 자세로 푸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2018년 10월)에 대한 보복 카드임이 분명하다. 이는 일본이 지난해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심사를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꾸는 방식으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취하며, 그 배경으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거론한 데서도 드러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적절한 수출 관리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한국의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흘러갔다는 말까지 퍼뜨리며 정당성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1996∼2013년에 30건이 넘는 대북 밀반출을 했다는 유엔 산하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가 나와 망신만 샀다. 일본은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에 이어 같은 해 8월 28일부터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아예 제외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빌미로 한국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을 주려는 조치로 봐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취한 수출규제 조치를 빨리 풀어야 한다. 규제의 명분도 약할 뿐 아니라 규제를 그대로 놔두고는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없다. 수출규제 탓에 양국 관계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꽉 막혀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WTO에 제소하고 1단계인 양자 협의까지 진행하다 지난해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유예와 함께 제소 절차도 중단했다. 이런 중단 결정은 양국 관계의 진전을 막고 있는 수출규제를 일본이 전향적 자세로 풀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것이다. 교착상태인 한일 관계를 풀어보려는 우리의 중단없는 노력에도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하는 일본에 태도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 불충분 등의 이유를 규제 배경으로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기했던 수출규제 이유를 모두 해소했다고 강조했지만, 일본과의 실질적인 협상 진전은 없었다. 각종 외교 노력과 개선조치가 물거품이 되어 결국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만큼 정부는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불법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최종 승소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무역 분쟁의 대법원 격인 WTO 상소 기구가 최소 법적 요건인 상소위원 3명을 채우지 못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현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제소 절차는 그것대로 진행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소홀히 하지 말길 바란다. 또한 소재·부품·장치 산업의 육성을 통해 첨단 부품이나 소재의 대일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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