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시위 31주년…베이징 '침묵'·홍콩서는 '촛불 집회'(종합3보)

입력 2020-06-05 01:37  

톈안먼 시위 31주년…베이징 '침묵'·홍콩서는 '촛불 집회'(종합3보)
홍콩 시민 수만명, 톈안먼 시위 희쟁자 추모 시위 벌여
캐리 람 전날 베이징 방문…미국·대만, 중국에 사과 촉구
차이잉원 대만 총통 "중국은 1년이 364일, 하루 사라져" 비판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놓고 미·중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는 4일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31주년을 맞아 엄중한 통제 속에 침묵만 흘렀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굴하지 않고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빅토리아 공원을 비롯한 홍콩 곳곳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시위'를 벌여 베이징의 침묵과 극심한 대조를 이뤘다.
4일 오전 톈안먼 광장은 한적한 가운데 외신 기자의 출입이 여전히 금지됐으며 중국인 관람객들도 소지품과 신체검사를 꼼꼼히 하는 등 경비가 강화된 모습이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올해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은 톈안먼 광장은 더욱더 썰렁해졌다.
톈안먼 시위 당시 동조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 묘소에 대한 출입도 최근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대대적으로 차단하는 등 외부 정보 통제에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는 여전히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뜻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돼 있다.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톈안먼 시위는 중국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로 간주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에서도 톈안먼 시위 31주년과 관련된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홍콩보안법 통과가 중국의 국가 주권 수호를 위한 것이라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보도만 연일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톈안먼 시위 31주년 바로 전날인 3일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홍콩·마카오 사무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만나 홍콩보안법 지지를 천명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본토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31년 만에 추모 집회를 불허한 경찰에 맞서 이날 홍콩 시민 수천 명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추모 집회를 열었고, 몽콕, 쿤퉁, 췬완, 사이잉푼, 툰문, 타이와이 등 홍콩 곳곳에서도 촛불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를 개최해왔으며, 이는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이어졌다.
이는 중국 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이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독재는 바이러스와 같으며, 세계는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더라도 우리는 내년에 촛불을 들고 이곳으로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저녁 8시에 집회가 시작된 후 8시 9분에는 빅토리아 공원에 모인 수천 명의 홍콩인이 일제히 묵념을 올렸다. 8시 9분은 1989년에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추모 집회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됐고, 미국, 유럽,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동참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홍콩 정부는 3천여 명의 경찰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으며, 몽콕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도 벌어졌다.



중국 밖에서는 '톈안먼 유혈 진압'에 대한 중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대만 당국은 3일 성명에서 "1989년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중국에 촉구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톈안먼 시위에 침묵하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차이 총통은 "지구상 어떤 지역도 1분은 60초지만, 중국은 매년 364일만 있고, 하루를 잊어버린다"면서 "대만도 과거에는 달력에 넣을 수 없는 많은 날이 있었지만, 우리는 하나하나 이날들을 되찾아 왔다"고 톈안먼 사건을 외면하는 중국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역사를 은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함께 모색할 수 있다"면서 "이 세상 모든 장소와 모든 영토에 다시는 날짜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홍콩을 축복한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자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매체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차이 총통을 강력히 비판했다.
후 총편집인은 차이 총통의 글을 캡처해 트위터 계정에 "1989년(톈안먼 시위 발생 연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대만의 두 배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3배에 달한다"면서 "당신은 이런 변화에 대해 당혹과 절망을 느끼는가?"라고 게시했다.
후 총편집인은 톈안먼 사건을 강경 진압한 결정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공헌했다는 중국 당국의 입장과 일치한다.


톈안먼 사태를 '1980년대 말의 정치 풍파'라고 칭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며 "신중국 성립 70여 년 만에 이룬 위대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 경로가 완전히 옳았음을 충분히 증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보안법으로 미중이 갈등을 겪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왕단 등 톈안먼 시위 주역들을 면담했고, 미국 국무부는 중국 당국의 유혈 진압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등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였다.
president21@yna.co.kr ykim@yna.co.kr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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