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현산 '정면충돌' 양상에 속타는 아시아나·금호

입력 2020-06-10 17:19  

채권단·현산 '정면충돌' 양상에 속타는 아시아나·금호
구주 대금 재협상 가능성에 금호그룹 '비상'
재협의 무산시 아시아나는 채권단 관리로…에어부산 등 분리매각할듯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동규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을 둘러싸고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채권단이 사실상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매각 주체인 금호그룹 측과 아시아나항공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매각 작업을 마무리해 하루라도 빨리 그룹 재건과 사업 정상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시간을 끌어온 인수 작업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0일 오후 자료를 내고 현산 측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채권단은 "현산이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현산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채권단이 "향후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협상에 들어가면 양측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사이에 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은 한층 더 애가 타고 있다.
특히 협상 테이블에 오를 조건으로 구주 대금 조정 문제가 언급되면서 매각 대금을 토대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그룹 측은 비상이 걸렸다.
한때 재계 7위였던 금호그룹은 그룹 살림을 책임졌던 아시아나항공을 내놓으면서 자산규모가 5조원 미만이 돼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제외되고 재계 순위도 60위 밖으로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인수를 아예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재무상황이 악화하며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구주를 인수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이 성사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다시 올라갈 테니 금호산업[002990]이 구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든지 시장에서 팔든지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구주 가격을 낮추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초 예상했던 4천억원대보다 적은 3천228억원에 불과한 매각 대금을 더 깎는 것도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당장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지주사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을 갚기 위해 산은에서 빌린 1천300억원도 갚지 못해 상환 기간을 내년 1월 말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아 올해 1분기 2천8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아시아나항공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신주 자금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안정되고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인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천280%로, 전 분기(1천387%)의 4.5배에 달한다. 부채는 전 분기 12조5천951억원에서 13조2천41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자본 잠식도 심각한 상태다.
만약 양측의 재협의가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만큼 추가로 자금이 투입되기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인 뒤 업황이 좋아지면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재매각할 경우 몸값을 낮추기 위해 지금과 같은 통매각이 아닌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분리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며 에어부산 등 자회사도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항공업계 전반의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본잠식 상태에 처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선뜻 인수하려는 주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당초 제주항공[089590]이 에어부산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항공은 이미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별도로 매물로 나온다면 결국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구조조정 내지는 재편으로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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