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그린벨트 해제론…택지 긁어모으는 정부

입력 2020-07-20 11:48   수정 2020-07-20 15:22

산으로 간 그린벨트 해제론…택지 긁어모으는 정부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의 쓸 수 있는 유휴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은다는 방침이다.
주목받았던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은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 이번 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정부는 군이나 공공기관의 유휴부지 등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도심 역세권과 3기 신도시 등의 용적률 등을 높이는 고밀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녹실회의를 열고 공급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권의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등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여당은 물론 같은 행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가 완강히 거부하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린벨트를 정부가 직권 해제할 수는 없다고 밝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남은 방안은 서울 내 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군 소유 부지 중 공공택지로 전환 가능하거나 소규모라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긁어모으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그동안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과 5·6 공급계획 등을 통해 수차례 서울의 유휴부지를 발굴해 주택 공급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5·6 공급 계획 때 깜짝 발표된 서울 용산역 정비창 개발을 통한 8천가구 공급 계획과 같은 비중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사실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도 작년 11월 대법원 판결로 재산권 행사가 용이해진 직후 국토부와 한국철도가 협의에 들어가 수개월간 준비한 끝에 발표된 것이었다.


일각에선 정비창 개발 밀도를 대폭 늘려 2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비창 부지도 원래 5천가구를 넣을 수 있지만 겨우 8천가구까지 맞춘 것이기에 더 밀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 아파트촌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 대한 반발 기류도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회동이 알려진 이후 태릉골프장 등 군 골프장과 중요도가 떨어지는 군 시설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택지를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두 장관의 만남은 두 기관의 해명대로 주택 공급 확대방안과는 거의 상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군 시설 택지 조성 방안에도 그리 큰 무게감이 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택 공급 확대방안과 관련해 서울 내 군 시설 이용론은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던 문제이고, 워낙 두 장관 회동의 여파가 컸기에 역으로 군 시설 이용론이 급격히 추진돼 대책 자료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서울 역세권 등에서 정비사업 등이 진행되면 용적률 등을 대폭 높여줘 주택을 많이 짓게 하고 일부를 공공임대로 돌려 청년과 1인가구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역세권에 용적률을 대폭 높여주는 새로운 용도지역인 '고밀주거지역'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토부는 "검토한 바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새로운 용도지역을 만들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에 정부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평균 180~200% 수준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소폭 높여 인구 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되, 지구 내 녹지 등은 줄이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가능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공급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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