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패전 75주년 행사서 '적극적 평화주의' 주장

입력 2020-08-15 12:28  

아베, 패전 75주년 행사서 '적극적 평화주의' 주장
과거 침략전쟁 '가해책임·반성' 8년째 언급 회피
나루히토 일왕, 부친 뜻 이어 '깊은 반성' 표현 반복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5주년 기념 행사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열린 종전 75주년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식사(式辭)를 통해 "전후 75년간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는 길을 길어 왔다"며 "세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다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 결연한 다짐을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며 "적극적 평화주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지금 이상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의"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2차 집권을 시작한 이후 패전일 행사에서 '안보는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인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그간 국회 시정방침 연설 등을 통해서만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하면서 자위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의 개헌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아베 총리는 올해 패전 기념일 식사에서도 과거 전쟁에 대한 일본의 가해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총리는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당시 총리 이후로 침략전쟁의 가해책임을 말했지만 과거의 어두운 부분을 덮는 역사수정주의를 추구하는 아베 총리는 8년째 그 관행을 잇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2차 정권 출범 이후 매년 반복하던 '역사와 겸허하게 마주한다'라거나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는 취지의 언급도 올해는 하지 않았다.
이는 어두웠던 과거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뜻을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새로운 방위정책에 포함하려는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한 점을 들어 멀어지는 과거의 참화에 대한 기억을 계승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는커녕 예년처럼 일제 침략전쟁을 이끌었던 지도부인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그러나 작년 5월 즉위 후 2번째로 종전 기념행사에 참석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올해도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종전 이후 75년간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평화와 번영이 이루어졌지만 많은 고난을 겪은 국민의 행보를 생각하면 정말로 감회가 깊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긴 새로운 고난을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 앞으로도 행복과 평화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어 "전후 오랜 기간의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면서 '깊은 반성' 에 입각해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전몰자들에게는 "온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추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세계 평화와 일본의 더 큰 발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일왕의 '깊은 반성'(深い反省) 표현은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종전 70주년이던 2015년 행사 때 쓰기 시작해 올해도 이어졌다.



이날 열린 일본 정부 주최 전국전몰자추도식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유족 등 참석자 수를 예년의 10% 수준인 550여명으로 줄인 가운데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종전일이자 패전일인 매년 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을 열어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당시 숨진 자국민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 대상은 전사한 군인·군무원 등 약 230만명과 미군의 공습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등으로 숨진 민간인 등 약 80만명을 합친 310만여명이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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