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디지털 식민지·소작농 될라…' 물고 물리는 플랫폼 종속 논란

입력 2020-08-29 10:00  

[위클리 스마트] '디지털 식민지·소작농 될라…' 물고 물리는 플랫폼 종속 논란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농경 사회에서 땅이 없는 농민은 지주의 농토를 빌려 농사를 짓고 수확량 일부분을 바쳤다. 이른바 소작농(小作農)이다.
시대가 바뀌며 소작농은 옛말이 됐지만, 인터넷 시대의 농토 '플랫폼'을 둘러싼 요즘의 갈등 상황은 땅 주인과 농민의 관계에 곧잘 비유되곤 한다.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전 세계 앱 장터에서 올해 상반기 소비자가 지출한 금액은 60조원(앱애니 추산)에 육박한다. 두 플랫폼 회사는 앱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떼 간다.
농민들이 소작료율에 불만을 품었듯 앱 장터 수수료에 대한 입점 업체들의 반발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역병의 창궐 속에 비대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점유율이 높은 구글이 애플처럼 30% 수수료를 게임뿐 아니라 모든 앱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이달 27일 연 학회에서는 "이러다가 디지털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며 그야말로 성토의 장이 열렸다.
내로라하는 국내 인터넷 업체도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과 애플 앞에선 '을' 신세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양사의 가이드라인을 거슬렀다가는 앱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짝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을 단순히 소작(小作)하는 처지로 보긴 어렵다.
네이버를 예로 들면 검색 시장에서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뉴스 유통 시장을 장악했고, 최근 쇼핑·금융 등으로 플랫폼의 영토를 야심 차게 넓히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이 부딪힌 반발을 경험하는 중이다.
네이버가 자동차 보험을 비교·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려다가 높은 수수료율 등에 보험업계가 반발하면서 좌초 위기에 내몰린 것이 그 단면이다.
한 대형 핀테크 업계의 대표는 "기존 금융사들이 인터넷 플랫폼에 영영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 업체로부터의 종속을 우려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업계로부터 종속의 우려를 사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인 셈이다.
플랫폼 종속을 우려하는 쪽은 직접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외곽 여론전을 벌이면서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수많은 당사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물고 물리며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진 이 문제를 쉽게 쾌도난마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의 지주와 소작농 간 갈등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ljungber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