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 3파전…스가·기시다·이시바 정책 성향은

입력 2020-08-31 15:45   수정 2020-08-31 17:38

일본 차기 총리 3파전…스가·기시다·이시바 정책 성향은
스가, 주경야독한 자수성가형…정책 연속성 강점으로 부각
기시다, 외무상 때 한일 위안부 합의…아베 파벌 지원이 관건
이시바, 反아베 전선…역사인식 상대적 온건파·방위정책 강경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차기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다음 달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유력 주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선거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이 누구를 지지할지 명확하지 않아 판세는 아직 유동적이다.


◇ '레이와 아저씨' 스가…안정론에 급부상
차기 총리 경쟁에서 최근 특히 주목받는 것은 스가 관방장관이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때부터 7년 8개월째 관방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작년 4월 일본의 새 연호를 발표해 '레이와(令和)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가는 파벌 정치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무(無) 파벌이라는 점과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당내 측근 그룹이 약 30명 형성돼 있고 니카이파(47명)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그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세론이 확산하고 있다.
스가는 1948년 아키타(秋田)현의 한 농가에서 스가 와사부로(菅和三郞, 2010년 별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와사부로는 전쟁 중 남만주철도에서 일했고 만주에서 패전을 맞은 후 아키타현으로 돌아와 농업에 종사했다. 지역 특산 '아키노미야(秋ノ宮) 딸기'를 유명하게 만든 인물이다.
스가는 고교 졸업 후 도쿄로 단신 상경해 박스공장이나 쓰키지(築地) 시장 등에서 막노동을 하다 통상보다 2년 늦게 호세이(法政)대 법학부에 입학했다.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치고 전기설비 회사에 취직했으나 정치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1975년 중의원 의원이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小此木彦三郞)의 비서가 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오코노기의 선거구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였고 아키타 출신으로 아무 지연이 없었던 스가는 11년간 비서로 근무한 후 두 차례 요코하마(橫浜)시 의원을 지내고 1996년 10월 만 47세인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외조부가 총리를 지냈고 외무상 경력의 부친 지역구를 물려받은 아베나 3대 세습 정치인이 이시바에 비하면 스가는 속칭 '흙수저'인 셈이다.
국회 입성이 늦은 탓에 중의원 8선으로 주요 주자 3명 중 가장 당선 횟수가 적고 만 71세로 나이는 많다.
스가는 아베 총리가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1차 집권기(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366일) 1년 만에 사퇴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재기를 촉구하고 지지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아베 총리가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로 복귀할 때 간사장 대행으로 발탁됐고 같은 해 12월 내각 발족 후 줄곧 총리관저의 2인자로 군림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아베 총리와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국가안보정책 담당상, 오키나와 기지부담 경감 담당상, 납치문제 담당상 등을 겸임하는 등 아베 총리의 신뢰를 받으며 활동했다.
'아베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스가는 자신을 "아베 정권을 만든 한 사람"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 참모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최근 수년 사이에는 그의 독자적인 입장이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집권하면 큰 틀에서 아베 정권을 계승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를 유력 후보로 꼽는 이들은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민당이라서 기본적으로 보수·우익 성향이지만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할 때 "경제 재생이 우선"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시다, 아베 파벌 지지 확보 관건…한일 위안부 합의 당사자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일찍부터 '포스트 아베' 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아베 총리로부터 자리를 물려받기를 기대해 온 인물이다.
심지어 2018년 총재 선거 때는 이런 생각으로 출마를 보류하고 아베 총리를 지지하기도 했다.
기시다 집안은 3대에 걸쳐 국회의원을 지냈다.
조부는 부동산·백화점업을 하다 정계에 투신한 기시다 마사키(岸田正記·1895∼1961) 전 중의원 의원이고 부친은 중소기업청 장관을 지낸 기시다 후미타케(岸田文武·1926∼1992) 전 중의원 의원이다.
기시다는 명문 사학인 와세다(早稻田)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장기신용은행에서 일하다 부친의 비서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아버지가 사망한 다음 해인 1993년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9선 중의원이며 만 63세로 주요 주자 3명 중 가장 어리다.
기시다 아베 총리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가 2012년 12월 하순∼2017년 8월 초까지 아베 정권에서 4년 7개월가량 외무상을 지낸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발표한 인물이다.
당시 기시다는 "위안부 문제는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베 총리가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들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당시 양국 정부는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 등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며 기시다가 차기 총리가 되는 경우 일본 정부의 이런 주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전에서 기시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28일 사의 표명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재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의중에 있는 후보를 밝히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저조하고 기시다의 발언이 호소력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98명)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이끄는 아소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상황이다.
다급해진 그는 31일 아베 총리를 만나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베 총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즉시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아베 맞수 이시바…유권자 인기 1등이지만 약식 투표하면 불리
스가와 기시다가 아베 총리와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과 달리 이시바는 아베 총리와 선명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그는 2012년 9월 총재 선거 때 아베 총리와 맞대결해 석패했고 이후 자민당 간사장, 지방창생담당상을 맡으며 아베 정권 한축을 담당했으나 이후에는 아베와 거리를 뒀다.
최근에는 벚꽃을 보는 모임 등 아베 정권의 실정을 비판했으며 유권자 상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 1위로 꼽히고 있다.

이시바는 건설성 사무차관, 돗토리(鳥取)현 지사, 2선 참의원, 자치상 등을 지낸 이시바 지로(石破二朗·1908∼1981)의 장남이다.
만 63세로 기시다와 나이는 같지만, 생일이 몇 달 더 빠르다.
게이오대(慶應大) 법학부를 졸업했고 미쓰이(三井)은행에서 일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1986년 7월 중의원 선거에서 당시 최연소 기록(만 29세)을 세우며 당선돼 연속 11선을 달성해 주요 후보 3명 중 국회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방위청 장관,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을 지냈고 자민당에서 정무조사회장, 간사장을 역임했다.
보수 우익 성향의 자민당 국회의원 중에서는 한일 관계나 역사 인식에서 아베 총리와 비교하면 비둘기파로 평가받는다.
작년 8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을 때 일본의 전쟁 책임을 거론했다.
그는 당시 블로그에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으며 그것이 오늘날 여러 가지 모양으로 표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뉘른베르크 재판과 별개로 전쟁 책임을 스스로의 손으로 분명하게 한 독일과의 차이는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썼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던 2014년 4월에는 "전쟁터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에 대해 국민이 애도와 감사의 뜻을 표명하는 공간을 야스쿠니 신사가 독점해도 좋은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며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국립 추도시설 건설 방안을 "경청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방위청 장관을 지낸 이시바는 개헌이나 일본의 군비 확충에 적극적이다.
그는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9조2항을 그대로 두고 자위대의 존재를 표기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에 반대했다.
이시바는 9조2항을 삭제한 2012년 자민당 개헌 초안이 "유일한 안"이라고 평가하는 등 자위대가 아닌 군대 보유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차기 총리가 된다면 한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여지는 아베 정권 때보다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개헌이나 군사력 확충 등의 면에서는 아베 총리 이상으로 의욕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시바의 강점은 대중적인 지지가 탄탄하다는 것이고 약점은 당내 국회의원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집권 자민당이 당원 투표 방식의 총재 선거를 하는 경우 승산이 있으나 당원 투표를 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는 약식 선거로 총재를 뽑는다면 상당히 불리해진다.
자민당 지도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가운데 신속히 후임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 약식 선거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와 그를 따르는 의원 등은 이에 반발하고 있으며 자민당이 내달 1일 이에 관해 어떤 결정을 할지에 따라 선거 판세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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