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사건, 독·러 가스관 사업으로 '불똥'…중단요구 목소리

입력 2020-09-06 23:30  

나발니 사건, 독·러 가스관 사업으로 '불똥'…중단요구 목소리
여야서 노르트스트림2 중단 요구나와…기존 제재카드 한계인식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미수 의혹 사건이 독일과 러시아 간의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해 '노르트 스트림2' 사업에 대한 중단 및 재검토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의 에스토니아 접경도시인 나르바에서 발트해를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역구와 인접한 독일 북부의 루브민으로 천연가스관을 잇는 사업이다.
기존에 깔린 가스관을 두배로 늘리는 것으로, 현재 90% 정도 공정이 이뤄져 예정대로라면 내년 가동된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있다고 밝히며 러시아에 진상 규명을 요구해오고 있다.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철저한 규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틀 뒤 독일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베를린으로 옮겨져 샤리테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러시아 측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의 흔적이 없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집권 기독민주당 소속의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부 발표 직후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로 반응해야 한다"면서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뢰트겐은 기민당 대표직에도 출사표를 던져 그의 주장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야당에서도 노르트 스트림2 사업에 대한 중단 및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알렉산더 그라프 람스도르프 자민당 원내부대표도 사건이 규명되기 전까지 공사 중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당도 노르트 스트림2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민당과 녹색당에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노르트 스트림2의 감독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기민당의 국방담당 대변인인 요한 바데풀은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슈뢰더 전 총리가 노르트 스트림2 의장직과 러시아에서 맡은 직책을 즉각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치권에서 노르트 스트림2 사업까지 중단 및 재검토를 주장하는 데에는 러시아를 상대로 일부 품목의 수출 제재, 일부 자산 동결, 외교관 추방과 같은 기존에 해오던 제재가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해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로서는 중요한 에너지 수출 사업이다.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트롬이 러시아 측의 지분을 거의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한 측면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자체 수사 결과 러시아 정보당국이 연방의회 등 공공기관에 해킹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이 문제에 대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의 러시아 제재를 제안한 상황이다.
더구나 독일은 지난해 8월 베를린에서 발생한 조지아인 살인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교관 2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이미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독일은 EU 차원에서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도 실제 사업이 중단될지는 미지수다.
독일과 러시아 기업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서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필요하다며 사업을 옹호해왔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 비판해오며 관련 기업에 대한 경제제재까지 엄포를 놓는 상황에서도 독일과 러시아는 보조를 맞추며 대응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여름 정례 기자회견에서 "노르트 스트림2는 완공돼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나발니 사건과 연계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경우에도 양국 간 및 국제 현안에서 평행선을 달렸지만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함께 날을 세웠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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