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중독증' 나발니, 푸틴에 "내가 중독 자작극 벌였다고?"

입력 2020-09-23 17:14   수정 2020-09-23 17:25

'독극물 중독증' 나발니, 푸틴에 "내가 중독 자작극 벌였다고?"
'나발니가 스스로 독극물 흡입 가능성' 푸틴 주장 냉소적 반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온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이 '중독 자작극'을 벌였을 수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달 중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교활한 나발니가 스스로 독극물을 섭취하는 자작극을 벌였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냉소 섞인 논평을 한 것이다.

나발니는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푸틴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나발니가 독극물을 스스로 삼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면서 "훌륭한 가설이다. 아주 면밀히 연구할 만한 것으로 본다"고 비꼬아 논평했다.
나발니는 "(독극물) '노비촉'을 부엌에서 끓인다. 기내에서 용기에 든 것을 (입으로) 몰래 흘려 넣어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에 앞서 아내, 친구, 동료들과 만일 (러시아)보건부가 나를 독일로 데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절대 그렇게 못하도록 사전 합의한다"는 식으로 푸틴 주장의 황당함을 비꼬았다.
이어 "옴스크 병원에서 사망한 뒤 현지 영안실에 안치된다. (의료진은) 사인을 '충분히 살았음'이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 교활한 계획의 최종 목적이다"라고 빈정댔다.
그는 "하지만 푸틴이 나를 이겼다. 바보 같은 나는 18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결국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도발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아냥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발니 중독 사건과 관련 그가 스스로 독극물을 흡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전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나발니가 그동안 치료받아온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초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 병원에 입원했던 나발니는 이틀 뒤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 중이었다.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그가 독극물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처음으로 그를 치료한 옴스크 병원과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을 확인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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