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 대선 결과도, 그 이후도 불확실…민주주의 위기론도 분출"

입력 2020-10-15 10:00   수정 2020-10-15 11:59

[인터뷰] "미 대선 결과도, 그 이후도 불확실…민주주의 위기론도 분출"
미 스탠퍼드대 신기욱 교수 "40년 미국 생활 이런 혼란은 처음"
"경합주 결과에 달려…체감 경제 관련해서는 트럼프에 우호적"
"현장투표 결과, 우편투표서 뒤집힐 수도…의회·대법원 결정 가능"
"선거 후 혼란·북한과 동맹 이슈 뒷전 밀릴 수도…한국이 관리해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거의 40년째 미국에 살고 있지만 이번 대선처럼 혼란스럽고 독특한 상황은 없었던 듯합니다. 지금부터 선거 때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클 것 같습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약 10%포인트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인 신기욱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대선 지형과 관련해 이런 진단을 내놨다.
신 교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미국 지식인 사회에서 '민주주의 위기론'이 거세게 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 행위는 아니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정신·규범과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그렇다. 선거전 막바지에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도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에서 상대 바이든 후보에게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법원 패킹(packing· 꽉 채우기)'을 할 것인지 묻고 있는데 "바이든 후보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여기에 답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준 절차가 진행 중인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그대로 임명될 경우 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6-진보 3'으로 기울게 되는데, 대법원 패킹은 9명인 대법관 수를 예컨대 12명으로 늘린 뒤 이를 진보 성향 대법관들로 채우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보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수정헌법 25조를 들어 대통령이 직무수행 불능 상태라고 판단되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신 교수는 "이런 것들은 모두 미국 민주주의의 가치·규범·정신과 많이 어긋나는 것이고 그래서 자칫하면 대선 결과를 의회나 대법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남아 있다"며 "미국 민주주의가 이 정도까지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다"고 소개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치러지는 대선의 향배 역시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결과 드러나듯 바이든 후보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는 유동적이란 것이다.
신 교수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보다는 경합주 결과가 중요한데 지금 보면 (선거인단 수가 많은)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주는 오차 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다"면서 "이 3개 주를 트럼프가 다 가져가면 바이든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들도 있다.
현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때 유권자들에게 임기 시작 때와 비교한 체감 경제 상황을 물어보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61%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50%를 넘어서는 것이다.
또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이웃 사람이 누구를 찍을 것으로 보이느냐'는 물음에 57%는 트럼프를 찍을 것 같다고 답했고, 바이든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이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바이든 53%-트럼프 40%로 나온 일반 지지율 결과와는 사뭇 괴리가 큰 것이다.
신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확대된 우편투표는 논란의 불씨가 될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지지자는 55%가, 바이든 지지자는 42%가 투표장을 가겠다고 하고 있다. 반면 우편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은 트럼프 지지자가 22%, 바이든 지지자가 75%로 반대다.
이런 가운데 주마다 선거 체계가 달라 우편투표 개표 결과가 집계되는 시점이 선거 당일이 될 수도 있지만, 며칠 지연될 수도 있다.
그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신 교수는 "현장투표 결과가 집계되는 선거 당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는 것으로 나올 수 있다. 그 지지자들은 더 많이 투표장을 가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우편투표 개표가 완료되면 선거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미국 정치권에서는 공화당 상징색인 빨강과 민주당 상징색 파랑을 차용한 '레드 미라지'(red mirage·공화당의 신기루)와 '블루 시프트'(blue shift·민주당으로의 이전) 같은 용어들이 나돌고 있다.
신 교수는 "우편투표가 전체 투표의 4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의 걱정은 선거 당일 트럼프가 이긴 것으로 나왔다가 사흘 뒤 뒤집히면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 선거다', '승복 못 한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받자'고 하면 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보수 6 대 진보 3인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느냐는 것도 또 다른 이슈"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후보가 전국적으로 더 많은 표를 더 얻고도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그랬듯 선거에서 진다면 선거 제도를 이대로 둘 것이냐를 두고도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아마 전체적으로 바이든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신 교수는 시선을 한국으로 옮겼다.
이런 여러 가능성 때문에 대선 이후 미국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고 누가 당선되든, 특히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자국 내 문제 정리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문제나 한미 동맹 등의 사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신 교수는 "선거까지도 불확실성이 크지만, 선거 후에도 상당한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한국은 북한 문제나 한미 동맹 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문제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바이든 후보가 되면 북한이 내년 초쯤 뭔가 도발을 할 수 있는데, 미국이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와중에 한국 정부가 이를 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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