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금감원 라임 퇴출 결정…감독 책임은 어떻게 할 건가

입력 2020-10-21 10:30   수정 2020-10-21 13:37

[연합시론] 금감원 라임 퇴출 결정…감독 책임은 어떻게 할 건가

(서울=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20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사기와 로비 복마전인 라임자산운용의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6조원 가까운 수탁고로 한때 국내 헤지펀드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은 퇴출당한다. 라임은 이미 부실화한 무역금융펀드를 정상 펀드로 속여 팔거나 정상 펀드에 부실 자산을 물타기 하는 등 철저하게 투자자를 기만했다. 환매가 중단된 1조6천여억원 가운데 9천여억원이 손실로 증발했다. 이런 엉터리 자산운용사를 폐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되면 라임의 남은 펀드들은 가교 운용사(배드뱅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으로 넘어가 투자금 회수 절차를 밟는다. 금융당국과 가교 운용사는 펀드 자산을 철저하게 관리해 최대한 투자금을 회수함으로써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여야 한다.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산운용사는 문을 닫고 사기와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경영진 등 임직원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됐다.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도 관련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중징계와 함께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떠안는다. 그렇다면 정책과 감독 부실로 신뢰성이 바닥으로 추락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감독의 실행자인 금융감독원의 책임은 무겁다. 라임의 펀드 부실 운용 문제가 불거진 2018년 말부터라도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눈덩이처럼 부풀진 않았을 것이다.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와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보여준 금감원의 무능과 뒷북은 실망스럽다. 지난 2017년 자기자본 문제와 관련 옵티머스를 검사하고 4개월 가까이 미적대다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할 당시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금품을 받고 범죄자들의 브로커 역할을 한 일부 간부 직원들의 모럴해저드에는 말문이 막힌다. 청와대에 행정관으로 파견됐던 김모 팀장은 라임 사건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검사자료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모 전 국장은 옵티머스 대표에게 은행 임원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벤처 시장 육성을 위해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액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인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한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는 10곳에서 200여곳으로 늘고, 펀드 설정액이 170조원대에서 400조원대로 급증하는 과정에서 펀드 운용의 혼탁 문제가 표면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반관반민의 어정쩡한 조직인 금융감독원은 외환위기 당시 분산된 감독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를 확립하고 금융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선진 감독시스템으로 금융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원래의 목적은 길을 잃었다.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감독 역량과 내부통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라임과 옵티머스의 비리는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잉태되고 규모를 키웠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금융 환경이나 기법도 복잡화, 첨단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한 감독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의 경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국부적 수술로 미봉책에 그칠 일이 아니라 환골탈태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원회와의 이원 구조나 역할을 재검토하는 한편 대대적인 조직과 인적 쇄신을 통해 감독 역량을 일신하고, 윤리의식과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20여년 전 외환위기는 독립적 금융감독 기능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곪아 터지면서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부실이 커지고, 엄청나게 불어난 유동성은 자본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금융 감독기관이 독수리의 눈으로 부실 징후를 감지해내고 선제 대처하지 못하면 작은 불씨가 시장을 태우고, 국가 리스크로 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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