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젖먹이 안고 "트럼프 몰아내려 한 표"…"바이든은 못 믿어"

입력 2020-10-28 11:00  

[르포] 젖먹이 안고 "트럼프 몰아내려 한 표"…"바이든은 못 믿어"
승부처 펜실베이니아 최대도시 필라델피아 가보니 '사전투표 열풍'
바이든 우세 속 '샤이 트럼프' 감지…흑인 피격과 폭동 막판 변수



(필라델피아=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트럼프는 이 나라의 골칫거리에요. 아주 끔찍한 사람과 정말로 좋은 사람 사이의 선택입니다."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지만, 경제는 아주 잘했어요. 바이든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요."
미국 대선이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7일(현지시간)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의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듯했다.
이날도 투표소마다 길게 줄지어 선 시민들은 힘든 내색 없이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름을 바리프라고 밝힌 자원봉사자는 아침부터 커다란 시청 건물을 반 바퀴 감싼 유권자 줄을 가리키면서 "지난주만 해도 오늘보다 줄이 두 배 이상 길었다. 8시간을 기다려 투표한 경우도 있었다"라며 "여기는 가장 중요한 경합주"라고 강조했다.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는 플로리다주(29명)와 함께 전체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격전지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필라델피아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긴 하지만, 이 지역 두 후보 진영에서는 '어차피 민주당이 이길 곳'이라는 식으로 중요성을 간과하지는 않고 있었다.
민주당으로서는 인구 150만여명으로 미국 6대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최대한 많은 지지층을 투표소로 끌어내야 나머지 교외·시골 지역에서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 거꾸로 공화당으로서는 투표율을 억제하는 한편 도심 속에 숨은 '샤이 트럼프'를 최대한 끌어내야 펜실베이니아 전체를 차지할 수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분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라"며 투표를 호소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곳에 캠프 전체 본부를 차리고, '비장의 무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지원 유세지로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시의원들 회견 현장에 나온 민주당원 미셸 잭슨(65·여)은 연합뉴스에 "너무나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를 위해 일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전 투표 차례를 기다리는 유권자 중에서는 젖먹이를 안고 나온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생후 5개월 아이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20대 여성 세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그는 이 나라에 골칫거리"라고 비판했다.
세라는 "물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흑인 커뮤니티의 진정한 친구"라고 평가했다.
투표를 마친 사마라(31)라는 이름의 흑인 여성 유권자도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한 선거"라며 "나라 전체가 함께 가야 한다. 다른 사람과 협력할 줄 알고 국민을 분열시키지 않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내에서 승리한 몇 안 되는 선거구인 북동부 인근의 투표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시청 앞보다 더 많은 유권자가 모인 이 투표소에는 백인 중장년층도 가끔 눈에 띄었으나, 민주당 자원봉사자가 옆에서 볼륨을 높여 흥겨운 음악을 트는 등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바이든 축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다만 이곳에서 투표한 바네사라는 이름의 60대 여성은 "바이든이 이기기를 바란다"면서도 "여기저기에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다. 남부와 북동 지역이 그럴 것"이라며 "펜실베이니아는 까다로운 곳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펜실베이니아 북동부에 사는 40대 택시기사 모하메드는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는 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그의 탓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집트 출신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무슬림 정책에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트럼프는 중동에서 돈을 챙겼지만 새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았다"며 "바이든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숨은 트럼프 지지층의 존재는 필라델피아 한인사회에서도 확인된다.
한인 손모 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50대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젊은 한인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에 미국 경기가 역대 최고에 이르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역전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변수는 전날 무장 흑인 청년이 경찰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도중 일부 폭도가 한인 점포들을 포함한 상점가를 약탈하고 파괴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경찰의 흑인 총격에 초점을 맞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으나, 공화당은 약탈 등 소요 사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법과 질서' 공약이 호소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필라델피아 거주 한인은 "어제 사건이 한인들의 표를 많이 좌우할 것 같다. 아무래도 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원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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