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네파 경영권 왜 팔았나…중견 기업 해외 진출 롤모델

입력 2013-01-30 15:20  

이 기사는 01월29일(09: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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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섭 네파 대표 “60세까지만 일하겠다”
- 조(兆)단위 경영권 매각 보름만에 전격 결정
- 美 명문 의대 다니는 자녀 “가업 물려받지 않겠다”
- 미국·유럽 아웃도어 브랜드 M&A 검토 중

국내 5위권 아웃도어업체 네파의 인수·합병(M&A) 스토리가 국내 자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가업 승계와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중견 기업들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보름만에 회사 매각 전격 결정   
김형섭 네파 대표가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매각을 제안받은 시점은 작년 12월초. 가타부타 답이 없던 김 대표는 같은달 5일부터 17일까지 회사 직원들과 함께 남미 파타고니아 여행길에 올랐다. 귀국 직후 김 대표는 김광일 MBK 부사장을 조용히 불러 인수·합병(M&A)를 진행하자고 말했다. 값을 더 받기 위해 입찰을 붙이거나 다른 사모펀드(PEF)를 알아보려고도 않았다. 김 부사장조차 조(兆)단위 M&A를 보름만에 결정한 것을 보고 크게 놀랐을 정도다.

하지만 김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회사 매각을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회사 지배구조를 어떤 식으로 가져갈 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설명이다.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미국 코넬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김 대표의 외아들은 가업을 물려받을 의지가 없었다.창업 3세대 경영인으로 미국에서 MBA 학위까지 딴 김 대표도 가업을 억지로 물려줄 의사가 없었다. 회사 직원들은 김 대표가 “60세까지만 열심히 일을 하겠다. 이후 회사 경영은 유능한 임직원들에게 맡기겠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1960년생으로 2019년 한국 나이로 60세가 된다.  홍종성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네파처럼 가업승계의 뜻이 없는 우수 중견·중소기업을 소개해달라는 PEF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문 뉴스 보고 해외 M&A 착수    
김 대표가 PEF에 경영권을 매각한 두번째 이유는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전략적 목적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네파와 같은 중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김 대표는 판단한다. 네파는 지난해 북유럽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 M&A를 추진하다 중도에 포기한 경험을 갖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외신을 보고 자문사(JP모간)에 연락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노르웨이 오슬로 본사에서 헬리한센 경영진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PT)까지 받았다. 하지만 3000억원 안팎의 글로벌 기업 M&A를 추진하기엔 중소기업이 가진 정보와 경험이 부족했다. 네파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유럽 지역 아웃도어 업체 2곳에 대한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MBK와 함께 구체적인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PEF 해외진출의 새로운 롤모델 
중견 기업이 PEF 운용사와 손을 잡고 해외로 진출하려는 시도는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 떠오르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중견기업은 PEF로부터 글로벌 네트워크와 재무 전략에 대한 도움을 받고 PEF는 기업에게 경영을 맡겨 상호 윈윈하는 구조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1년 미래에셋과 휠라가 손을 잡고 인수한 세계 1위 골프공 타이틀리스트의 제조사 아큐시네트다. 미래에셋, 산업은행, IMM PE 등도 각각 국내 중견 제조업체와 손잡고 글로벌 대형 기업 M&A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패션업계 전혀 투자 경험이 없었던 MBK가 국내 5위권 아웃도어 업체에 1조원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웃도어업계에서도 ‘인사이트를 가진 CEO’로 평가받는다. 2005년 네파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올 당시에도 아웃도어 시장 성장성을 확신하고 부친(고 김세훈 회장)을 적극 설득했다. 또 아웃도어업계가 성장할 길은 M&A에 있다고 보고 2011년 8월 펠파트너스라는 PEF 운용사를 계열사로 설립했다. 유니타스나 MBK를 끌어들이는 일을 주도한 것이 팰파트너스다.

MBK가 이례적으로 경영권을 매각한 대주주에게 회사 경영을 다시 맡긴 것도 김 대표의 능력을 높이 샀기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분 매각 대금 3500억원 중 1000억원을 네파를 인수할 특수목적회사(SPC)에 다시 투자, SPC 지분 20%를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MBK의 경우 다른 PEF 운용사와 달리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회사를 다시 팔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기업 경영권이 해외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큐시네트의 경우 전략적투자자(SI)인 휠라가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딜 구조를 설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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