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 총장] "외모보단 인성…자신만의 재능으로 도전하자"

입력 2013-02-05 17:03   수정 2013-02-06 00:29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경민 이경민포레 대표

현장서 스펙은 중요치 않아…성공 열쇠는 열정·가능성
예술 접목하면 창의성 꽃펴

학점 좀 나빠도 상관없어
中企 핵심인재되면 보람 느껴…여성 성공, 가정지원이 좌우

사회/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고학력 청년실업을 타개하는 길로 많은 이들이 ‘대학의 특성화’를 제시한다. 똑같은 교육 방식으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성신여대가 선택한 특성화의 길은 ‘건강복지’와 ‘문화산업’이다. 2006년에 국립의료원 간호대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단과대인 융합문화예술대학을 만들었다.

이 과정을 주도한 심화진 총장은 의류학을 전공한 실용예술가이면서 대학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다. 성신여대는 이번 ‘CEO가 만난 모교 총장’ 기획에서 파트너로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트’(색조화장 전문가)의 선구자인 이경민 이경민포레 대표(성신여대 서양화과 졸업)를 초빙했다. 예술을 경영에 접목한 ‘융합형 인재’ 두 사람이 지난달 31일 성신여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사회=두 분 모두 예술을 공부한 뒤 지금은 경영을 하는 ‘융합 인재’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심화진 총장=미국에선 융합 교육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이라고 합니다만 한국에선 예술(Art)을 더해 STEAM 교육이라고 하죠. 예술적인 감성이 창의성을 키우는데 핵심적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총장실 한쪽 벽을 벽화처럼 장식하고 있는 전통 섬유공예 작품을 가리키며) 혼자 일하는 안쪽 사무실은 조그만 책상 하나 두고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접견실은 이렇게 장식을 해뒀습니다. 총장실을 찾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함께 보면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자는 의도입니다. 예술을 전공하는 것은 사물을 보는 관점을 다양하게 해줄 수 있어 경영에 도움이 됩니다.

▷이경민 대표=저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니 어느 새 한 회사의 대표이자 신세계그룹의 임원까지 됐습니다. 대학 다니면서 광고와 영화 촬영 현장에서 메이크업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장을 예술로 보는 사람도 없고 돈벌이로 보는 사람도 없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그게 안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죠. 예술적인 감성이 경영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이 기업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데는 틀림없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성공 비결을 되돌아 본다면.

▷이 대표=어느 직종이나 외모를 보겠지만 미용업계는 특히 심한 편입니다. 손님들이 아름다움을 가꾸러 오는 만큼 종업원들도 예뻐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죠. 미용업계에선 외모가 일종의 스펙인 셈입니다. 그런데 직접 사업체를 경영해보니 역시 중요한 건 외모 같은 스펙이 아니라 인성이더군요. 저희 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자기 뷰티숍을 연 후배들 대부분이 타고난 외모보다는 고객을 성심성의껏 대하는 태도를 갖춘 이들입니다. 궂은 일도 시원하게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성공의 비결인 셈이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는 비단 서비스업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심 총장=동감합니다. 우리 대학 이름처럼 성실할 성(誠), 믿을 신(信)만 잘 새겨두면 좋겠습니다. 이번 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388명이 입학했습니다. 열정과 가능성을 평가받는 학생들조차 전형과정에서 어느 반에 가면 점수를 잘 받을까 눈치작전을 하더군요. 이런 자세를 가진 채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되겠습니까. 좀 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학점이 좀 나쁘면 어떻습니까. 여기 이 대표님이 학점 좋아서 성공했을까요.

▷사회=젊은이들이 원하는 직장과 기업이 찾는 인재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하죠.

▷심 총장=학생들이 서운해할지 모르지만 그런 ‘미스매치’ 현상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유의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그런 부조리를 이겨 나가는 게 젊은이입니다.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구조 문제를 바로잡는 게 젊은이들의 몫입니다.

▷이 대표=개개인의 마음가짐이 우선 문제 아닐까요. 왜 그렇게 대기업만 바라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중소기업에 가서 그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인재가 되는 것이 더 보람있지 않을까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즐길 수 있는 직장이라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일단 도전해 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직장 생활을 즐길 수 있으려면 본인의 자세도 바뀌어야겠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거장 피카소가 추상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젊은 시절엔 누구보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걸 새로운 각도로 보고 분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그림이 탄생한 것이죠. 기초가 중요하다는 지적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추상화부터 그리려는 것 같습니다.

▷심 총장=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합니다. 학과공부 좀 못하면 어떤가요. 각자 재능을 살릴 수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 대학의 송승환 융합문화예술대학장은 학사 학위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학에서도 7년간 문제없이 교수 일을 했고 여기서도 가장 인기있는 교수입니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자격이 안되는 이가 교수를 한다는 모함을 제기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가령 몸이 불편한 것이 장애가 아닙니다. 편협되고 고정된 사고가 진짜 장애입니다.

▷사회=대학과 기업,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대표=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제안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대학의 미술 전공 학생들과 전국 곳곳의 인간문화재들을 연결하는 수업입니다. 한지 공예, 목공예, 한복 등 수많은 전통 예술을 되살리는 동시에 학생들이 옛 것을 통해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패션이나 디자인 기업들도 이런 프로젝트는 얼마든지 지원할 용의가 있을 겁니다.

▷심 총장=기업은 학생들이 직업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인턴십을 더 늘려주면 좋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입 직원을 받으면 학교에서 배운 건 싹 잊으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런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대학도 잘 가르쳐야 하지만 기업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학생들도 대학 4년 동안 배우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뭐가 됐든 자기 것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십시오.

▷사회=CEO 일을 해오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있습니까.

▷이 대표=저는 1987년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해 결혼과 창업을 했습니다. 시부모님 모시고 아이도 낳아 키우면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이 ‘대책없다’고 할 정도로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도 있었고요. 이런 요소들은 남성들도 물론 가져야겠죠. 여성 후배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착해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능력있는 여성들이 ‘가정을 위해’ ‘육아를 위해’ 직장 생활을 포기하곤 하죠.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남편이나 자녀들이 많이 도와줘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얘기하세요.

▷심 총장=여자라고 해서 부드러움만 있어선 안되지요. 강함도 갖춰야 제대로 된 리더가 될 수 있겠죠. 다만 강하게 학교를 끌어가려다 보니 공격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유기견을 학교에 데려다 놓았더니 ‘총장이 교직원들에게 개똥 치우라고 한다’는 소문으로 비약되더군요. 소통이 부족했구나 반성도 합니다. 작은 목소리도 더 적극적으로 들으려 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 심화진 총장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이 대학 설립자인 이숙종 박사의 외손녀다. 건국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성신여대에서 의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성신학원 이사장으로 일하다 2007년 총장으로 선임됐다. 국립발레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 이경민 대표

이경민 이경민포레 대표는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88년 메이크업 스튜디오를 창업한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트 1세대다. 이경민포레를 메이크업, 머리미용, 피부관리 등을 다루는 종합 뷰티기업으로 키워냈고 2005년 화장품기업 비디비치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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