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30년의 질주]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 1983년 일본 도쿄서 반도체 독립 선언

입력 2013-02-07 16:58   수정 2013-02-08 02:06

SK하이닉스 전신 현대전자도 동참…"개발 못하면 나라망해" 야전침대 펴고 공장서 숙식



‘기적.’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메모리 D램은 1970년 미국 인텔이 개발했다. 이후 10여년간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페어차일드, 마이크론 등 미국의 전성기였다. 1980년대는 일본의 NEC 히타치 도시바 등이 시장을 휩쓸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가 뛰어든 것은 1983년이다. 이후 30년간 한국은 돈도, 기술도 없이 기적처럼 대역전극을 썼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전동수 사장은 “입사 당시 실험실에 야전침대를 펴놓고 ‘월화수수금금금’ 일했다. 벽엔 ‘한반도는 반도체다’ ‘하루 일찍 개발하면 13억원 번다’는 문구를 붙였다. 실패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회고했다. 반도체 역전의 역동력은 바로 ‘해내겠다’는 의지였다.

(1) 1982년 이전/조립하청시대

1965년 미국 코미가 설립한 고미전자를 시작으로 1966년 페어차일드, 1967년 모토로라 등이 한국에 자회사를 세운 뒤 반도체 칩을 들여와 패키징(칩을 기판에 조립하는 일)을 했다. 단순 하청 조립에 불과했다. 반도체 개발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66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서 시작했다. 1974년 모토로라에서 일하다 귀국한 강기동 박사는 한국반도체를 세웠다. 전자시계용 반도체(CMOS)를 개발하다 1978년 삼성에 넘어가 삼성 반도체사업의 뿌리가 됐다.

(2) 1983~1992년/진출 10년 만에 D램 1등

1983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반도체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을 때 반응은 차가웠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빈약한 관련 산업, 적은 자본, 기술력 부재 등을 들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은 1983년 당시 이윤우 반도체연구소장(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등으로 구성된 ‘특공대’를 미국 마이크론에 연수 보낸다. 눈치밥을 먹으며 곁눈질로 D램 설계·제조기술을 배운 이들은 돌아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펴놓고 밤낮없이 일했다. 6개월 만이던 12월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손톱만한 칩 속에 8000자를 기억할 수 있는 고밀도 반도체를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만들었다.

그러나 어려움은 계속됐다. 1986년 TI는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그해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8500만달러를 배상금으로 물어냈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자 일부 참모가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를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가 혼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듬해인 1988년 극적 반전이 일어난다. 3년 불황이 끝나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1986년 말 개당 1.5달러이던 256K D램이 6달러까지 치솟았다. 삼성반도체를 합병한 삼성전자는 그해 그동안 반도체에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3) 1993~2012년/치킨게임, 그리고 통일

삼성전자는 1991년 4500억원, 1992년 8000억원을 반도체에 쏟아부었다. 1992년 도시바를 제치고 D램 세계 1위로 부상한다. 4M(1988), 64M(1992) D램 개발에도 잇따라 성공하며 헤게모니는 ‘미국→일본→한국’으로 옮겨왔다. 현대전자도 1992년 64M D램을 개발하며 세계 17위로 떠올랐다. 64M D램은 신문지 512쪽 용량을 담을 수 있는 초고밀도 제품이었다.

이때부터 견제가 본격화한다. 마이크론은 1993년 한국산 D램을 반덤핑 혐의로 제소했다. 당시 최대 80% 이상의 덤핑 마진을 받아 붕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덮치자 현대반도체와 LG반도체는 통합해 1999년 하이닉스를 만든다. 2007년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1990년대 담합했다며 벌금 4억8500만달러와 함께 임직원을 기소, 여러 명이 징역형을 살았다.

한국 기업들은 견제를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이겨냈다. 남들보다 빨리 8인치 웨이퍼를 12인치로 바꿔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에서 승기를 잡아간다.

해외 업체들은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독일 지멘스는 2000년 반도체사업부를 떼어내 인피니언을 만들었고, 인피니언은 D램만 떼어내 키몬다를 만들었다. 키몬다는 2006년 출범할 때 세계 2위였으나 2009년 파산했다. 일본 기업 중 마지막까지 D램을 만들던 NEC와 히타치는 2002년 합작해 엘피다를 세웠다. 엘피다는 지난해 파산한다. 인수작업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합병하면 사실상 3개 회사만 남게 된다.

한국은 시스템반도체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D램 시장 규모는 500억달러에 못미친 데 비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2500억달러에 육박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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