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복제 비아그라의 '공습'…남자들이 위험하다

입력 2013-02-15 16:50   수정 2013-02-15 21:28

제네릭 쏟아지며 가격 급락…청년층까지 이용 확산

"정력제 효과 있다는데…"…호기심에 찾는 사람 급증
멀쩡한 사람도 처방받아…중장년에 '선물' 로 주기도
실적 압박 제약사 직원들…유흥업소로 빼돌리기까지




페니실린(항생제) 이후 의약계 최대 발명품으로도 평가받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제조사인 화이자(Pfizer)가 지난 1일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만원이 넘던 비아그라 50㎎ 한 알의 가격을 7000원으로 40% 가까이 내린 것.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국내에서만 수백억원대의 짝퉁시장까지 키워놨던 비아그라의 지위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화이자가 ‘명품’ 전략을 포기하고 눈물의 가격인하를 단행한 건 업계에선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5월17일 법정 소송 끝에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만료돼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2000원대 비아그라 복제약을 쏟아내며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국내 발기부전제 시장규모는 연간 1000억원대를 넘본다. 한때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던 비아그라는 특허 만료 후 70여개의 제네릭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매출이 연 350억원대로 급감했다. 반대로 제네릭 복제약 판매량만 즉각 연 200억원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했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가 연령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남성의 정력제로 오·남용되고 있다. 발기부전체의 대명사 격인 비아그라의 특허 만료로 발기부전치료제 생산에 나선 제약사들의 공격적 마케팅과 처방료를 챙기려는 의사들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처방전 남발, 이전 같으면 이 약을 찾지 않을 20대까지 신규 수요층으로 가세하면서 시장이 팽창하고 있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기혁 대한비뇨기과개원의사회 이사는 “공인된 제품이 헐값으로 쏟아지면서 오·남용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금·토요일엔 20~30대가 주 고객층

제네릭 출시 이후 젊은 층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장년층의 ‘애용품’이었던 발기부전치료제가 나이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 서울 이문동의 S약국 약사는 “금요일이나 주말이면 하루에 20대 서너명이 처방전을 들고와 복제약을 사간다”며 “인터넷에서 약효가 좋다는 것을 보고 구매하게 됐다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복제약 복용이 유행처럼 번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가산동의 H의원 비뇨기과 전문의 노모씨는 “가격이 싸진 탓인지 한번에 많은 양을 처방받으러 오는 20~30대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비아그라 복제약을 비롯한 가격이 싼 발기부전치료제는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복제약이 선물용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년 남성들이 비뇨기과에 가서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받는 것을 꺼리는 탓이다. 건설업계 회사원 이모씨(37)는 “비아그라 복제약의 경우 1정당 가격이 5000원 이하라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선물”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체로 환자를 가장해 병원에서 대량으로 처방을 받거나 ‘아는 의사’를 통해 선물용 발기부전치료제를 구하고 있었다.

보험회사 영업 사원인 김모씨(31)는 비아그라 복제약 1통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닌다. 영업을 하면서 만나는 고객들에게 선물용으로 건네기 위해서다.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제네릭을 처방받는다는 김씨는 “복제약은 1정에 3000원이면 구할 수 있어 가격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처음 처방받을 때는 쑥스러웠지만 (제네릭 선물이) 지금은 나만의 영업 비법”이라고 자랑했다. 금융권의 A씨 경우 지난 1월 고등학교 동창들과 가진 골프모임에서 단연 ‘스타’가 됐다. 친분이 있는 의사에게 구한 비아그라 복제약 ‘ㅇㅇ정’을 동창들에게 나줘준 것. 그는 “우리 지점에서 거래하고 있는 의사에게 부탁하면 엄청 생색을 내며 처방전 없이 비아그라 복제약을 구해준다”며 “복제약을 직접 복용하기도 하고 거래처 사장들에게 하나씩 주면 정말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무역회사 직원인 배모씨(29)는 “예전에는 중국 출장을 가면 선물용으로 칭다오에서 중국산 비아그라를 사와 업무차 만나는 어른들께 하나씩 드렸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안전하고 값싼 복제약을 시중에서 구할 수 있어 굳이 중국산을 안 산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종묘공원, 탑골공원 등지에서도 복제약은 화젯거리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신모씨는 “여기 있는 늙은이들 90%는 비아그라를 먹는다”며 발기부전치료제의 효능에 대해 일장 연설을 펼쳤다.

같은날 서울 종묘공원에서 만난 김모씨(70)는 “최근 4000~5000원대 비아그라 복제약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복제약 가격이 비아그라 절반도 안하다 보니 중국산 비아그라에 거부감을 가진 노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의 박모씨(69)도 “예전에 먹던 중국산 비아그라는 속이 메스꺼워 기분이 찜찜했는데 (복제약이 나와) 이제 안심하고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처방

이처럼 복제약이 오·남용되고 있는 건 기존 제품의 절반 이하인 ‘착한’ 가격 외에도 의사들의 처방전 남발, 영업사원들의 판매 실적 경쟁 등이 맞물려 있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취재팀이 서울 시내 피부과, 내과 등 20곳을 돌아다니며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을 요구하자 단 한 곳만 심혈도 검사를 실시한 뒤 ‘진단 결과를 추후에 알려주겠다’고 할 뿐, 나머지 의원들은 특별한 검사 없이 비아그라 복제약 처방전을 그 자리에서 건넸다. 기자에게 ‘젊은 사람이 왜 약을 찾느냐’고 묻는 의사도 있었지만 ‘의지는 있는데 (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고 답하자 더 이상 질문은 없었다. 기자에게 H사 ‘ㅇㅇ정’을 처방해 준 명동의 한 피부과 전문의는 “비뇨기과에 가는 것을 꺼리는 젊은 분들이 우리 병원에서 (비아그라를) 찾는다”며 “요새는 싸고 성능 차이도 거의 없는 복제약을 드시면 된다”고 권하기까지 했다. 종로의 B내과도 “기존에 비아그라를 처방받던 환자의 절반 이상이 복제약으로 옮겨갔다”며 “신규 환자의 경우 복제약을 권장한다”며 D제약사 제품을 권했다. 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약의 건전한 사용 문화를 선도해야 하는데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문제가 발견되면 적극 시정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의 판매경쟁도 발기부전치료제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제약회사 직원들이 자신이 직접 병원에서 대량으로 구입한 제네릭을 유흥업계에 다시 파는 방법으로 판매 실적을 높이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국내 제약회사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경쟁이 자연스럽게 영업사원들의 실적 경쟁으로 이어진 탓이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B씨는 “지인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끌어모아 친분이 있는 소아과 의사를 통해 복제약을 대량으로 처방받고 있다”며 “한 번에 300정 정도의 복제약을 처방받아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 넘기는 식”이라고 고백했다. 제약회사 직원인 박모씨(30)는 “비아그라 제네릭이 나온 모든 회사에서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영업사원에 대한 압박이 대단하다”며 “그러다 보니 편법이 동원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호스트바에서 일한다는 이모씨(27)는 “지난해 7월에 제약회사 직원이 비아그라 복제약을 다량 구입할 생각이 있느냐고 문의해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처방전 없이도 은밀히 비아그라 복제약을 판매하는 일부 약국도 생겨나고 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최모씨(72)는 “5개월 전에 나도 한번 갔는데 동대문에 있는 한 약국에 가니 특별히 말을 안해도 비아그라 복제약을 알아서 챙겨주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의사들이 처방료를 더 받기 위해 처방전을 내줄 때 2~4알만 처방해준다”며 “비용에 부담을 느낀 노인들의 입소문을 듣고 처방전 없이 약을 주는 약국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이지훈/박상익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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