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화려하지만 해학과 감동 부족

입력 2013-02-24 16:54   수정 2013-02-25 05:19

Review -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글로벌시장 겨냥해 규모 증대…원작의 토속미학 줄어들어




임영웅 연출, 패티김 주연으로 1966년 초연된 ‘살짜기 옵서예’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효시이자 전설이다. 당대 최고의 제작진과 스타들이 참여한 이 뮤지컬은 7회 공연에 1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1996년 서울예술단이 ‘애랑과 배비장’이란 제목으로 공연한 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흥행성과 수익성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감각적인 외국 오리지널·라이선스 공연에 길든 20~30대를 끌어들이기에는 내용과 형식이 구식이었고,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기 공연에 적합하지도 않았다.

공연계 큰손인 CJ E&M이 이 작품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한류 콘텐츠로 만들겠다며 제작에 나섰을 때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판소리 ‘배비장전’에 바탕을 둔 고전 해학극을 어떻게 현대적인 감각에 맞고 장기 흥행도 가능한 뮤지컬로 재탄생시킬 것인가. CJ는 해학극에 정통한 연출가가 아닌 브로드웨이 안무가 출신 연출가인 구스타보 자작에게 공동 연출과 안무를 맡겼고,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최근 등장한 홀로그램과 3D 맵핑 등 최첨단 영상기술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본공연의 막을 올린 ‘살짜기 옵서예’는 흥행 대작 뮤지컬의 최신 트렌드를 충실히 보여줬다. 무대 뒤 스크린 예술로 극 배경인 제주의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세트 전환도 흠잡을 데 없이 신속하고 절묘했다. 한 사람이 여러 배역을 소화하는 앙상블 배우들의 활약도 원작엔 없는 서구 뮤지컬의 요소다. 원작의 주요 노래들은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음악은 13인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세련되게 편곡했다. 애랑 역의 김선영이 ‘살짜기 옵서예’를 부르며 배비장(최재웅)을 유혹하는 장면은 매혹적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이 넘쳐났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대중성 있는 상품으로 만들려는 시도에서 무리수들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원작의 훼손이 심각하다. 양반의 위선과 이중성을 비웃는 해학과 풍자는 사라지고, 순정남인 배비장과 진실한 사랑에 눈뜨는 애랑의 러브스토리가 대체한다. 그러다 보니 극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신임 사또와 배비장, 애랑 등 주요 인물의 캐릭터가 어정쩡해졌다.

배비장이 방자와 애랑의 농간에 걸려 수모를 당하는 하이라이트 장면도 1996년 공연의 해학적인 재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애랑이 “그만하라”고 애타게 외치는데도 온 마을 사람들이 합세해 순정남을 사정없이 괴롭히는 모습에선 집단 폭력의 광기마저 느껴졌다. 사또의 재치로 배비장과 애랑의 사랑이 이뤄지는 결말도 설득력이 없었다. 서구 뮤지컬에서 자주 등장하는 삼각 대형의 군무가 여러 번 나오지만 토속적인 극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다.17년전 무대에서 애랑 역의 이정화와 배비장 역의 박철호(이번 공연에서는 사또역) 등이 빚어낸 해학과 감동의 여운은 없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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