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방화 본능

입력 2013-03-10 17:01   수정 2013-03-10 23:47

불을 신성시하는 경향은 동서양이 공통이다. 대표적인 게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제우스의 불을 훔쳐다준 죄로 코카서스산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아프리카 도곤족에도 비슷한 신화가 있다. 한 대장장이가 태양의 한 조각을 천신에게서 훔쳐냈다는 것이다.

조로아스터교는 불 자체가 숭배 대상이다. 불을 뜻하는 아타르는 유일신 아후라 마즈다의 아들로 간주된다. 힌두교에서 불의 신 아그니는 인드라(천계의 지배자), 바루나(하늘과 물의 신)와 더불어 최고신으로 꼽힌다. 지난해 인도가 개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아그니로 명명한 게 흥미롭다.

불을 숭상하는 이유는 불이 가진 생성력과 정화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과 인도의 신화에선 불을 남성 생식력의 근원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화로나 부엌아궁이를 집안의 상징으로 여겼다. 1970대만 해도 이사갈 때 반드시 챙기는 게 불 피운 연탄화덕이었을 정도다. 정월대보름 쥐불놀이는 잡귀와 액을 쫓고 1년간 무탈하게 해달라는 민간신앙이 뿌리다.

불은 오늘날 인류 문명을 탄생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로 음식을 익혀 먹게 되면서 턱과 치아가 작아진 대신 두뇌가 커져 현생 인류가 등장한 계기가 됐다. 불로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인류는 청동기, 철기 문명을 일궈냈다.

하지만 불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지만 잘못 쓰면 모든 것을 파괴하는 화마(火魔)로 돌변한다. 2003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 전소 등이 모두 방화에서 비롯됐다.

불이 주는 충격 때문인지 방화는 소설 소재로도 종종 활용된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1930년)에서 청년 작곡가는 불을 지를 때마다 감흥과 흥분으로 뛰어난 작품을 낳지만 나중에는 그걸로 모자라 시체모독, 살인에까지 이른다.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1956년)에선 말더듬이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금각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내부 타락을 알고 불 질러 버린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런 방화심리를 성장과정에서 과도한 충동 억제나 정상적인 심리 보상을 받지 못한 데 따른 불안을 불을 질러 해소하려는 충동조절 장애로 본다. 이런 장애가 심해지면 파이로마니아(pyromania), 즉 방화광(放火狂)이 된다.

최근 대한문 앞 농성장 방화범 안 모씨가 5차례나 도심에서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저분한 것을 보면 방화 충동을 느끼는 전형적인 파이로마니아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홧김에 저지르는 방화가 연간 2000건에 육박한다. 심리적 장애로 보기에는 그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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