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왜곡된 성문화 만연한 '知性의 전당'

입력 2013-08-09 17:18   수정 2013-08-09 22:20

경찰팀 리포트

육사도…고려대도…캠퍼스내 잇단 성범죄 몸살

생살여탈권 쥔 교수들
여제자 몰카·성희롱 빈발…피해자는 불이익 받을까 쉬쉬

가해자 대부분은'아는 사람'
선후배·스승·제자 등 특수관계…캠퍼스는 '데이트 성폭행' 온상

인권침해 심각한 수준
성폭행·성희롱 1년새 두 배 늘어…독립 상담기구 둔 대학 26% 뿐




#1. 서울 유명 사립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27·여)는 최근 지도교수로부터 “조언해줄 게 있으니 점심에 만나자”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점심식사 후 음악회·저녁식사·와인바까지 지도교수와 시간을 보냈다. 택시로 집까지 바래다주던 지도교수는 택시 안에서 A씨의 볼을 꼬집고 손을 어루만졌다. 이후 주말마다 A씨는 지도교수의 데이트 상대가 돼야 했다. ‘이건 아니다’고 생각한 A씨는 지도교수의 협박에도 휴일 만남을 피했다. 지도교수가 졸업시험에서 10점 이하의 바닥점수를 줘 대학원을 마치지 못한 A씨는 박사과정 진학을 포기했다.

#2. 서울대 인권센터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서울대의 인권, 어디에 있나’ 심포지엄. 지도교수 행태에 대한 여자 대학원생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여자는 나이 들수록 가치가 떨어지니 일찍 결혼해야 한다” “과 MT 술자리에서 윗사람이 여자 대학원생을 끌어안으며 가슴을 만지는 일도 있었다”…. 실태조사 결과 교수로부터 성 비하 발언을 들었다는 답변이 19.8%에 달했다. 대학원생 최모씨(26·여)는 “말이 좋아 학문 후속 세대지 교수의 노예나 다름없다”며 “이제는 대학원생이면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무력감에 휩싸인다”고 말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 캠퍼스가 잇단 학내 성추문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방을 책임질 엘리트 양성소인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후배 생도를 성폭행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몰카 성추행’으로 발칵 뒤집힌 고려대까지…. 캠퍼스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캠퍼스 내 성범죄는 대학의 성의식은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데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야동’에 노출되는 등 사회적으로 성적 자극은 증가하면서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범죄 2년 새 두 배…성상담센터 고작 26%

성상담 전문가들은 캠퍼스 내 성희롱·성폭행을 비롯한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80개 대학 사례를 조사, 발표한 ‘2012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내 상담 기구에 신고된 성범죄 사건이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1년 1.2건으로 2배 늘었다.

2011년 신고된 사건을 보면 가해자가 학부생인 경우가 102건, 교수가 36건, 교직원이 18건 등이다. 피해자가 학부생인 경우는 126건, 대학원생은 24건이다. 언어 성희롱과 신체 성희롱 피해가 가장 많았지만 강간과 준강간 피해 사례도 21건 신고됐다. 성범죄 발생 장소는 학외 유흥공간 43건, 도서관 등 공공장소 22건, MT 수련회 등 숙박시설 20건, 강의실 15건이다. 학생과 학생 간 사건의 빈도가 가장 높았지만 사건 처리가 가장 어려운 유형은 교수와 학생 간의 성범죄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대학 중 ‘독립된 성희롱·성폭력 상담기구’가 있는 곳은 73곳(26%)에 그쳤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여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2012년도 대학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현황’에 따르면 경인여대, 전남과학대, 경북외국어대, 광주교육대, 백석예술대 등 34개 대학은 관련 기관을 아예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남성중심적 문화가 강하고 선후배, 스승·제자라는 특수관계로 이어져 있는 캠퍼스의 특성을 감안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세기 야동 범람…1990년대에 멈춘 성의식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성담론이 펼쳐진 것은 15~25년 사이로 오랜 시간 사회화를 거쳐 성적 태도, 자아정체성을 확립해온 서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종합일간지, 공중파 TV를 통해 성상담 코너를 진행한 게 1990년대 후반 일입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성상담을 위해 병원 문을 두드리기 전 낮술 한잔 걸치고 오는 환자들이 많을 정도로 성은 ‘음지’의 영역이었죠.” 서울 모 병원에서 20년간 성상담을 해온 전문가의 전언이다.

그는 “성해방 운동이 40년 이상 진행돼온 서구와 달리, 우리는 이론적 고민의 바탕 없이 개방적인 성문화를 급작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하드웨어’(정신 또는 고정관념)와 ‘소프트웨어’(새로운 성문화 및 의식) 간 융합이 이뤄질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성의식 수준은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캠퍼스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사이버공간에서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왜곡된 성문화가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범람하면서 캠퍼스 성범죄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여성의 알몸을 몰래 찍어 인터넷상에 공개하는 등 매우 폭력적인 행동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놀이처럼 향유하는 것은 대학의 성의식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지식과 성평등 의식은 달라…데이트 성폭력 빈번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끊임없이 성추문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성범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인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제도권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학교수가 조교를 성추행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지식의 유무와 성평등 의식은 상관 관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2012년 상담통계 및 상담 동향분석’에 따르면 성폭행 사례의 83.2%가 가족·직장동료·선후배 등 ‘아는 사람’이 가해자였다. 선후배, 스승·제자 등 특수관계로 이어져 있는 대학은 데이트 성폭행의 온상이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경우 “성희롱인 줄 몰랐다”며 억울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남녀 간 성인지 감수성 차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캠퍼스 내 가부장적·남성중심적 문화도 잇단 성범죄 발생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교수가 대학원생의 생살여탈권을 쥔 대학원에선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많다고 전했다.

이지훈/홍선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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