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 "발 먼저 밟아야지! 왼쪽 줄 잡지 말고~"…아찔한 암벽등반에 다리가 '후들'

입력 2013-09-24 14:40  

블랙야크 신입사원의 암벽등반 교육 체험기



최근 건강 관리를 위해 인공 암벽 등반을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한 손, 한 발씩 올라갔을 때 느낄 수 있는 뿌듯함과 전신운동이라는 점, 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딛고 일어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1년에 두 번씩 사원들을 대상으로 특별암벽반 강습을 하고 있는데 9월 한 달 동안 9기 특별반 교육사원을 대상으로 3주에 걸쳐 교육을 진행했다. 올봄 블랙야크에 입사해 9기 특별암벽반 교육을 받은 최선호 마케팅본부 사원의 체험수기를 정리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암벽타기를 해야 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러나 블랙야크 직원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꼭 해야 한다니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도전했다. 처음 암벽반 소개와 이론 등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조를 나누고 암벽등반에 필요한 헬멧과 안전벨트, 슬링, 카라비너, 하강기 등 생소한 용품을 지급받았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어리둥절할 때 1박2일 교육에 필요한 75L들이 대용량 백팩과 암벽장비 수납만을 위한 30L 배낭, 방수 등산화와 비를 막아줄 고어텍스 재킷, 챙이 넓은 모자와 장갑, 코펠, 버너, 암벽화 등 수많은 물건이 품에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물건을 보니 앞으로 3주 동안 매주 금·토 1박2일간 도봉산에서 암벽 등반 교육을 받게 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론교육 시간엔 김정배 익스트림팀장에게서 올바른 장비 사용법, 알맞게 배낭 꾸리는 법, 조난시 대처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암벽을 타면서 배웠던 걸 하나하나 몸에 익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금요일 아침. 여분의 옷과 코펠, 신발과 용품들로 가득 찬 대용량 백팩을 메고 도봉산 블랙야크 매장 앞에 도착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탓에 일단 실내 암벽장으로 이동해 배낭을 다시 꾸렸다. 무거운 신발과 딱딱한 코펠 안에 작게 접은 옷을 끼워넣어 배낭을 채우다 보니 처음 내가 쌀 때보다 훨씬 부피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매듭법. 로프를 걸거나 고정시킬 때 필요한 카라비너와 자일(등산용 로프)을 연결하는 매듭법은 암벽을 오를 때 배워야 하는 기본으로, 생명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교육이었다. 팔자 매듭법을 시작으로 고리 매듭법, 되감기 매듭법, 연결 매듭법 등 여러 가지를 배운 뒤엔 로프를 암벽 등 특정 사물에 고정시키는 카베스탕 매듭법 등 신기한 기술을 배웠다. 어떻게 줄을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쓰임과 용도가 달라지는 건 그간 몰랐던 신세계였다.

암벽에 오르기 전, 카라비너를 이용해 안전을 확보한 뒤 ‘준비’ ‘완료’ ‘출발’을 외치며 동료들과 사인을 주고받는 연습을 했다. 숫자 8처럼 생긴 하강기를 이용해서 내려오는 훈련을 받은 뒤 산장에 짐을 풀었다. 부서가 달라 마주치지 못했던 직원들과 같이 음식을 해먹으며 친분을 나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보낸 뒤 모두가 꿀 같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아침 6시에 예정됐던 구보는 폭우 때문에 취소됐고 모두가 더 잠을 청하고 있던 7시께. 갑자기 “아직도 자고 있냐”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눈을 비벼보니 강태선 회장님이 떡하니 서 계셨다. 모두 헐레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네는 회장님과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특별암벽반에 대한 강 회장님의 애정과 산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산장에서 30분 이동한 뒤 도착한 곳은 기초암벽 교육장이었다. 가파른 절벽에서 암벽화를 신고 보행을 연습하는 곳과 하강연습을 하는 곳으로 나눠져 있었다. 암벽은 생각보다 맨질맨질했고 새벽에 내린 비로 미끄러워 보였다. 그러나 더 문제는 암벽이 아닌 암벽화였다. 암벽화는 쉽게 바위에 오를 수 있도록 마치 전족처럼 발을 구부려야만 들어가는 불편한 신발이었다. 신는다기보다는 구겨 넣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암벽화에 적응하기 위해 하강과 클라이밍을 수십번 반복했고 발가락엔 고통이 찌릿하게 전해져왔다. 이렇게 아프면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며칠 동안 몸살이 난 것처럼 고통이 이어졌고 그렇게 2주차 훈련날은 다가왔다. 이번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실내 암벽을 한다기에 들뜬 마음을 안고 난나암벽장으로 향했다. 인공암벽은 오를 때의 자세를 바로잡고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각 포인트마다 난이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에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암벽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암벽등반은 손으로 매달려 오르는 게 아니라 발로 밀고 올라가는 운동’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 초보자들은 자꾸 팔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세 지쳐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는데 정말 중반부부터는 팔과 다리가 후들거려 더 오르기 힘들었다.

암벽등반 특별반의 하이라이트인 2주차 야간산행. 헤드랜턴을 차고 앞사람을 따라가면 된다지만 7시 이후에 진행되는 야간산행은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아 긴장의 연속이었다. 체력을 조절하는 법과 앞뒤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 정상을 생각하면 오를 수 없지만 바로 앞사람의 발걸음과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존해 한 걸음씩 옮기다 보니 어두운 산도 쉽게 정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이젠 좀 더 쉽게 암벽을 오를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을 안고 향한 곳은 인절미바위. 지난주에 교육받은 곳과는 전혀 달랐다. 모두 숨죽이며 안전장치를 점검하고 벨트를 조이면서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이 안전장치는 사실 아주 견고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은 없었지만 우리는 초긴장 상태. 조금이라도 교육생들이 집중하지 못할까봐 강사진은 “발을 먼저 밟고 올라가야지!” “손으로 잡지마!” “거기 왼쪽줄 잡지 말고!” “정신 못 차려!”라며 고성을 질렀다. 그러나 밟고 올라갈 자리는 눈에 띄지 않았고 손으로 잡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아찔하고 나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느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마치 낭떠러지 같은 절벽에 매달려서 모두 휴식을 취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온몸이 긴장한 상태. 그러나 목적지까지 오르지 못하면 내 뒤에 따라오는 동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겠단 생각에 “한 걸음만 더”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부엉이바위에 도착. 마치 완등자에게 주는 선물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아, 이런 맛에 암벽을 오르는구나”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꿈만 같던 그 순간을 뒤로 한 채 다시 하강기에 카라비너를 연결했다. 90도가 넘는 경사도 절벽에서 발이 닿지 않아 로프로만 하강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

암벽등반에 자신감이 붙을 즈음인 3주차에 접어들어 우리는 비박 야영을 경험했다. 다음날 아침엔 3시간가량 걸리는 졸업등반에 도전했다. 처음보다 훨씬 안정감 있는 자세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바위산을 딛고 올랐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모두들 마지막 힘을 다했고 아쉬움도 밀려왔다. 도봉산도 이젠 익숙해졌다 싶은 이때, 이제 교육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자 울컥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아웃도어 도전정신을 배울 수 있었던 특별암벽반은 나에게 자신감과 암벽등반의 재미를 안겨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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