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Analysis] [김지욱 칼럼] 사모펀드 은행소유가 문제라고?

입력 2014-04-10 13:02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부문 팀장 김지욱


이 기사는 02월18일(10: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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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칼럼]최근 몇 년간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최대주주로 있는 우리금융지주를 매각하는 이슈가 한국 자본시장의 중요한테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몇 년간의 시도 끝에, 드디어 우리금융지주의 일부 자산들에 대한 입찰이 작년 하반기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현재 딜 클로우징을 위한 확인실사와 가격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후반 통화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한지 실로 15년만의 일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울 따름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제는 자본시장의 확실한 주체 중 하나로 자리잡은 사모펀드가 은행(내지 은행의 모회사인 금융지주사)를 소유할수 있느냐에 대해 각종 논쟁들이 최근 몇 년간 국내에 있어 왔다. 이 논쟁은 직접적으로는 금산분리에 대해 매우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한국의 법규정들과 관련된 이슈이며, 간접적으로는 미국의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및 자본회수) 건을 직접 경험한 국민감정과 관련된 이슈일 수도 있겠다.

필자는 이 이슈에 대한 한국의 상황을 논하려는 의도는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자본시장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사모펀드가 처음 시작된 곳이며 현재도 글로벌 사모펀드의 메카인 미국의 경우를 한번 되짚어 봄으로서, 하나의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80년대 LBO(Leveraged Buy Out)의 붐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90년대를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한 사모펀드 역사에서, 사모펀드에 의한 은행섹터에 대한 최초의 의미있는 투자사례는, 역시 오늘 날 현존하는 가장 성공한 사모펀드인 미국의 KKR (Kohlberg Kravis Roberts & Co.)에 의한 뱅크오브뉴잉글랜드(Bank of New England)인수 건(1991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건을 자세히 살펴보자.

1980년대 중반의 LBO 붐을 통해서 이미 월스트리트의 가장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바이아웃 회사로 자리매김한 KKR은, 1990년대로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그들이 단골메뉴로 투자해왔던 일부제조업 섹터들을 벗어나서, 다양한 섹터와 기법의 기업인수를 시도하게 된다.

그 중 은행섹터는, 마침 80년대 후반의 주택대부조합 대규모 도산 (및 그 뒤처리) 과정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를 거치고 난 직후였던 관계로, 특히 기회를 도모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수천 개의 주택대부조합이 도산하였을 뿐 아니라, 이들과 연계된 많은 소규모 지방은행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다.1980년대 후반 미국 은행업은 매우 낮은 효율성을 보이며 경영되고 있었고,누가 봐도 명백히 과잉 설비공급상태였다. 이른바 '오버뱅킹'상태였던 셈이다.

그러나, 은행섹터에 대한 투자를 하려고 하니 역시 사모펀드가 가장 기피하고 싶어하는 금융감독당국과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것을 KKR은 바로 알아차렸다. 본질적으로, 사모펀드는 규제 받지 않는 영역이며(“사모”이므로!), 업종자체가 거의 100% 규제대상인 은행업에 대한 투자는 사모펀드로서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 꽤 발생하게된다.(그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성공한 많은 사모펀드들 중에서, 그 어떤 달콤한 결과가 예상 되더라도 금융업에 대한 투자는 철저히 외면하는 펀드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서, 일단 KKR은 1988년 10월에,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First Interstate Bank of California)라는, 캘리포니아로스앤젤레스에 본점을 둔 지방은행 주식 6%를 1억5천만 달러에 인수한다. (이 은행은1928년에 설립되었고, 1986년말 현재 미국에서 총자산 기준으로 8위에 오를 정도로 대형은행이었으나, 198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대규모 적자를 냈으며, 결국 1996년에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둔 서부의 라이벌 은행인 웰스파고그룹에 인수되었다) 이는 물론 차입이 아니라 전액 KKR의 펀드의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이다.

당시 KKR의 현명한 파트너들은, 그 시기의 미국 감독당국이 그 어떤 경우에도 LBO차입기법을 동원한 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사실 미국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퍼스트 인터스테이트뱅크 오브 캘리포니아에 대한 지분은 물론 소수지분이었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분이었으나, 이 투자를 통해서 KKR의 파트너들은 간접적으로 미국의 연방 및 주의 은행감독체계에 익숙해지는 일종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동시에, 이 투자를 통해서 KKR은 은행 경영진으로부터재무개선 및 전략적 방향성 모색에 대한 자문사(Advisor)로 정식 멘데이트를 받게된다.당연히 이 은행의 비공개 경영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은행업을 깊이 학습할 기회도 잡게 됐다.

KKR의 은행소유 열망(?)에 대해 당시의 미국 금융감독당국이 적대적인 것 까지는 아니었다.그렇다고 지금까지 다른 사모펀드들의 은행소유 시도에 대해 계속 불허방침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 시점까지의 방침을 번복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즉, 1989년 6월에 있었던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M Corp (M Corp는 1989년 3월에 도산한 텍사스주의 지방은행이었는데,당시 이 은행은 총자산 기준 텍사스에서 2위, 전 미국에서 36위권 은행이었음)매각 공개입찰시에, 더 높은 가격을 써 내고도 경쟁 입찰자였던, 당시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에 본점을 두고 있던 뱅크원(Bank One)그룹에 지는 결과를 낳았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오하이오주의 이 뱅크원그룹이 나중에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퍼스트내셔널뱅크오브시카고, 즉 FNBC은행을 인수했고, 다시 2004년에는 이 은행 스스로가 제이피모건체이스그룹에 매각되었다). 이 실패를 계기로, KKR은 은행을 '단독으로'인수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좋은 교훈을 얻게 된다.

1991년, KKR은 완벽한 기회를 하나 포착하였다. 1980년대를 통틀어서 가장 무섭게 확장하다가 결국 부실화되어 매물로 나오게 된 뱅크오브뉴잉글랜드(Bank of New England)라는, 메사추세츠주보스톤에 본점을 둔 은행에 대한 바이아웃 기회를 잡은 것이다. 독자적으로 인수해 봐야 또다시 M Corp 사건 같은 결과를 우려한 KKR은, 영업지역적으로 뱅크오브뉴잉글랜드와 겹치는 플릿뱅킹그룹(FleetBanking Group)과 공동으로 팀을 구성하여 규제 여건을 완화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플릿은, 최고경영자(Chairmanand CEO)인 테런스 머레이(Terrence Murray)의 강력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당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며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되고 있던 지방은행이었다.(플릿은 그 후 1999년에 뱅크보스톤을 인수해서 이름을 플릿보스톤그룹으로바꾸었고, 이 플릿보스톤그룹은 다시 2004년에 네이션스뱅크가 인수해서 탄생한 새로운 뱅크오브어메리카에 인수되어 역사에서 사라졌다).

역시 이 뱅크오브뉴잉글랜드에 대한 인수자금도 전액 자기자본으로 조달되었다. (무차입!). 총 5억6천6백만 달러의 인수대금 가운데 정확히 절반인 2억8천3백만달러를 KKR이, 그 나머지를 플릿뱅킹그룹이 출자하였고, 은행 경영은 플릿이 맡게 됐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소위 'SI-FI 조합', 즉 전략적투자가와 재무적투자가의 조합이라는 그림을 은행 인수시도에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KKR은 금융감독당국이 또다시 딜을 승인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플릿뱅킹그룹이나 뱅크오브뉴잉글랜드의 이사회에 어떤 KKR 파트너도 참여시키지 않았으며, 이러한 그들의 전략이 성공해 결국 감독당국의 최종승인을 받아내게 되었다. 이 딜이 바로 미국 역사상, 은행에 대한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시도가 성공한 첫 사례였다. (비록 단독인수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이 같은 구조의 투자에서 과연 KKR이 어떻게 자신들의 지분을 최종 엑시트할 때까지 경영진을 모니터링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KKR의 선임 파트너들은 플릿의 테런스 머레이를 개인적으로는 크게 신뢰하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명색이 미국 최고를 다투는 바이아웃형 사모펀드인 KKR이단순 헤지펀드 투자가 처럼 수동적인 투자가로 남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플릿의 경영진이 KKR의 눈치를 보면서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동인을 제공하기 위해 나오게 된 방법론이 바로 '선택적 전환상환우선주'라는, 오늘날에는 보편화가 되었으나 당시로서는 매우 생소한 신종유가증권이었다. 즉, KKR의 투자보유지분을 모회사인 플릿뱅킹그룹과 자회사로 새로 인수한 뱅크오브뉴잉글랜드은행주식 중에서 나중에 일정시점 후에 선택해서 주식전환을 할 수 있는 옵션이 붙은, 선택적 전환상환우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투자한 것이었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플릿의경영진은뱅크오브뉴잉글랜드은행의 경영개선에 집중해야 할 명확한 동기를 부여 받았으며, KKR은 뱅크오브뉴잉글랜드은행의 연결되지 않은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투명성과 자사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된 것이었다.

KKR은 이 은행인수를 통해서, 사모펀드가 투자의 지평선을 얼마나 넓혀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KKR은, 은행지분인수의 경우에는, 바이아웃의 성공을 위해(정확히 말해서는 딜에 대한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레버리지를 포기하였을 뿐 아니라, 인수 후에 발생할 상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전제 하에서 자사의 투자기준(investment criteria)에 비춰 '극단적으로 비정형적인(extremely non-typical)'거래 조건에서도 투자기회를 모색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투자의지는, 사모펀드가 생명성을 유지하는데필요불가결의 조건임은 물론이다).

KKR은 그 후, 플릿뱅킹그룹이 메사추세츠주와 뉴욕주, 뉴저지주, 코네티컷주 등에서도 추가로 은행자산을 인수하는데 펀딩을 도와주었고, 최초 투자 시점에서 6년이 경과한 1997년에, 연환산 35%라는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거두면서 성공적으로 이 딜에서 엑시트를 하게 된다.

은행에 대한 성공적 투자 후에, KKR은 더 이상의 은행업종 투자를 자제하는 대신, 감독당국과의 마찰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업종에 대한 투자로 방향성을 선회하게 된다. 당시 투자를 하기 위한 KKR의 내부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당시의 미국 보험업종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비밀스러운(secretive) 회계시스템과 엄격한 규제에 지나치게 과보호 되고 있어향후 구조조정 기회가 넘쳐날 것으로 본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KKR은 2건의 보험회사 투자를 단행하는데, 1992년의 뉴저지주 소재 재보험회사인어메리칸 리인슈런스 그룹(American Reinsurance Corp)에 대한 15억달러 경영권 지분 투자 및 1995년의 캐나다 토론토 소재 손해보험사인 캐나디언 제네랄 인슈런스 그룹(Canadian General Insurance Group)에 대한 1억6천4백만불 규모의 MBO투자였다.

전자는 보유기간 4년에 57%라는 경이적인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을 거두면서 세계 최대의 재보험사인 독일의 뮌헨 리(Munich Re)에 매각했고, 후자도 보유기간 3년에 48% 연환산 내부수익률을 거두면서 영국계 손보사인 General Accident Assurance Group에 매각되었다.(이 General Accident Assurance Group은 몇 년 후인 2000년에 Norwich Union이란 경쟁사와 합병을 했고, 이 회사가 2002년부터 브랜드를 바꾸었으니바로 오늘날의 Aviva그룹이다)

미국에서 이미 20년 이상 전에 있었던, 사모펀드에 의한 은행 (및 금융사)투자 사례를 살펴보았다. 2014년의 한국의 규제 현실과 약간 다른 점도 물론 있겠으나, 기본적인 풍토는 비슷하다고 본다. 향후, 혹시 있을 수 있는 사모펀드들의 국내 금융사 인수 시도시에, 이러한 미국의 사례가 약간의 교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부문 팀장 김지욱

[약력]
-연세대학교 법학과 및 동 대학원 법학석사 취득. 성균관대학교 법학박사 과정 수료.
-JP모건,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IB, 삼성증권 IB본부 이사.

-저서 및 역서: 'KKR스토리', '풀스골드', '헤지펀드열전' ,'헤지펀드의 진실; 펀드메니저의 고백', '사모펀드의 제왕', '포스너가 본 신자본주의의 위기'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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