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기회의 땅 중남미, 정서 통하는 황금시장

입력 2015-04-30 20:38  

"천연자원 풍부한 잠재력 높은 시장
보완관계 가능한 안성맞춤 파트너
멀리 보고 끈끈한 경제협력 이뤄야"

김영학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



돼지의 내장과 꼬리, 귀와 발까지. 얼핏 들으면 혐오식품 목록 같지만 검은콩과 함께 푸짐하게 끓여내면 브라질의 국민음식 ‘페이조아다(feijoada)’가 되는 재료들이다. 식민지 시절, 중남미를 정복한 백인 농장주들은 살코기만 먹고 부산물과 내장은 흑인 노예들에게 던져주곤 했는데, 허기에 지친 노예들이 이를 주워서 콩과 함께 끓여먹기 시작한 것이 브라질의 대표음식 페이조아다의 유래라고 한다.

어렵던 시절 한국의 ‘부대찌개’를 닮은 이 요리는 고난의 근현대사를 극복해 온 한국인에게는 묘한 친숙함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럽과 미국의 관광객도 현지에 오면 꼭 한 번 맛보는 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니, 눈물의 구황식품이 줄서서 먹는 별미가 된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인 셈이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이 창대한’ 것은 브라질의 음식만이 아니다. 과거, 유럽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천연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단순한 경제 구조와 금융시장 勞?등으로, 세계 경제의 변방에 머물던 중남미의 경제적 영향력은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브라질, 칠레 등을 주축으로 한 중남미의 연평균 성장률은 6%가 넘고, 인구의 과반이 30세 미만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중산층과 탄탄한 내수시장은 이 지역의 중장기 경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중남미 하면 외환위기나 채무불이행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지만, 중남미 지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에 이르고 농산물, 원유, 철광석 등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한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다. 중남미의 경제적 파워는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도 중남미계 히스패닉 인구의 비중은 현재의 17%에서 2060년이면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남미에서 통하면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명제가 거짓이 아닌 셈이다.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우리와의 궁합도 훌륭하다. 글로벌 수준의 제조업과 경제발전 경험은 갖췄지만, 새로운 시장과 해외 자원 확보가 절실한 한국에 중남미는 상호 보완관계가 가능한 안성맞춤의 파트너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인프라 투자와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중남미 국가에도 한국은 반가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을 돕는 정부와 지원기관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 2월, 멀게만 느껴지던 ‘금단의 땅’ 쿠바에서 현지 중앙은행 및 대외은행과 쿠바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대금미회수 리스크를 담보하기 위한 6000만유로 규모의 무역보험 지원 협약을 성사시켰다. 4월에는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동행해 중남미 최대의 금융 네트워크를 가진 산탄데르은행으로부터 우리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20억달러의 외화자금 유치도 이끌어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브라질은 헤알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으로 극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고, 1차산업 의존도가 높은 아르헨티나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경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위험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이 안심하고 중남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앞장서 컨트리 리스크를 제거해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간 협력은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뛰어야 할 마라톤이다. 우리네 곰탕처럼 하루 밤낮을 꼬박 끓여야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페이조아다의 맛에서 배워보면 어떨까. 은근과 끈기라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대한민국 아니던가.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열린 경제협력의 물꼬가 아마존의 물길과 만나 중남미 곳곳으로 굽이쳐 흐르길 기대해 본다.

김영학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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