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유리공장 다니던 '알바 소녀', 300만원 들고 창업 뛰어들어 스마트폰 강화유리 '여왕' 되다

입력 2015-05-08 07:00  

중국 여성 부호 1위 오른 저우췬페이 란쓰과기 창업자

가난 벗어나고 싶은 소녀의 결심
초등학생때부터 "부자 되겠다"…중학교 중퇴한 뒤 공장 취업
선전大 야간반 다니며 '주경야독'…사장과 담판…20세에 공장장 올라

세계 스마트폰 유리시장 1위
33세때 창업…R&D에 주력…애플 품질기준 통과 후 급성장
삼성전자·MS에도 제품 공급…직원 8만명…年 순익 2천억 육박



[ 나수지 기자 ]
지난 3월 중국 여성 부호 순위가 바뀌었다. 1위에 올라선 주인공은 중국의 강화유리 생산업체 란쓰과기(藍思科技) 창업자 저우췬페이(周群飛·45). 란쓰과기가 지난 2월 중국판 나스닥인 촹예반(創業版)에 상장된 직후 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랠리를 이어간 덕분이다. 그가 가진 란쓰과기의 주식평가액만 460억위안(약 8조2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양후이옌(楊惠姸) 회장 총자산 400억위안(약 6조9000억원)을 제쳤다.

저우가 운영하는 란쓰과기는 터치스크린용 강화유리를 생산하는 업체다. 란쓰과기의 ‘란쓰’는 렌즈(lens)를 중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란쓰과기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제조사들과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란쓰과기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11억위안(약 1918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그가 받은 연봉은 1036만위안(약 18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그를 ‘스마트폰 스크린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알바소녀’에서 공장장으로

저우는 중국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1970년 중국 후난성의 샹샹시에서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는 폭약을 제조하다가 두 손가락이 잘리고 눈이 멀었다. 어머니는 저우가 다섯살 때 생활고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제력이 없는 아버지 밑에서 저우는 궁핍한 삶을 살았다. 가난에 찌든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15살 때 중학교 2학년을 중퇴했다. 그리고 제조기업이 밀집해 있는 광둥성의 선전시로 홀로 떠났다.

그곳에서 저우는 손목시계 유리를 만드는 아오야(澳亞)광학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가 유리가공업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순간이었다. 그가 맡은 일은 출납장부에 영수증을 붙이고 숫자를 옮겨 적는 허드렛일이 전부였다. 저우가 아오야광학을 선택한 것은 공장이 선전대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후에는 아오야광학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선전대 야간반에서 회계와 경영을 공부했다. 화물차 운전, 세관통관원 자격증도 차례로 취득해 나갔다.

저우가 20살이 되던 1990년 아오야광학은 공장을 증설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내 계획은 중단됐다. 공장 증설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고 공장을 늘리면 유리 품질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아오야광학 사장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저우는 사장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새로 공장을 맡아보겠습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사장님께서 월급은 알아서 주십시오. 실패한다면 평생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겠습니다.”

사장은 허락했고 저우는 20세에 아오야광학의 공장장이 됐다. 새로 건설된 아오야광학 공장은 시계 유리에 글자와 그림을 인쇄하는 작업을 했다. 저우는 밤새 기술개발에 매달려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냈다. 중국 언론이 저우에 관한 보도를 할 때 항상 이름 앞에 ‘알바소녀’란 뜻의 ‘다궁메이(打工妹)’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애플·삼성 납품업체로 성장

공장장으로서 능력을 인정받던 저우는 2003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회사를 세우는 데 골몰했다.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영역에서 활로를 개척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에 들어가는 터치스크린용 강화유리를 만드는 란쓰과기는 이때 탄생했다. 창업자금은 저우가 그동안 모은 약 1만7000위안(약 3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서 부호 순위를 확인했다”며 “내 이름이 순위에 없는 걸 보고 바로 출근해 일했다”고 창업 초기를 회상했다. 란쓰과기는 자신들의 상품을 애플에 납품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다. 저우 역시 3일을 꼬박 밤을 새우며 함께 실험에 골몰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자신의 집을 두 차례 팔았을 만큼 창업초기 회사 상황은 좋지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란쓰과기가 애플의 품질기준에 합격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란쓰과기의 사업은 급팽창했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용 유리시장에서 란쓰과기 점유율은 50%를 넘었다. 애플은 물론 삼성도 자사 제품의 80%가량에 란쓰과기 유리를 사용한다.

지금은 8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경영인이자 중국 최고의 여성 부호가 된 저우는 “회사를 일으켜 세운 날들을 돌이켜보면 심장이 쓰리고 피눈물을 흘리는 나날들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 거품론…女부호 1위 지킬까

저우가 앞으로도 중국 최고의 여성 부호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그의 자산 대부분을 란쓰과기 주식이 차지한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상하이종합지수 등 중국 증시는 연일 상승하며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겼다. 그중에서도 란쓰과기가 상장된 촹예반은 올해 들어 73% 급등했다. 게다가 지난 5일에는 상하이종합지수가 4%가량 떨어지면서 중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 10일 4000선을 넘어선 상하이종합지수가 이달 중 다시 4000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되면 란쓰과기 주가와 저우 자산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란쓰과기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시각도 있다. 란쓰과기의 주 고객인 애플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3월 구형 아이폰을 반납하면 새 아이폰을 살 때 할인해주던 기존 보상판매 정책을 안드로이드폰과 블랙베리 같은 타사 제품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보상정책이 실시되면서 애플 제품 판매가 늘면 애플의 주요 협력업체인 란쓰과기 매출이 확대?것이란 예측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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