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단절 후폭풍 일파만파(종합)

입력 2016-01-05 02:51   수정 2016-01-05 08:59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지난 3일 선언한 데 이어 사우디 동쪽 소규모 국가인 바레인도 4일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를 도와 예멘 내전에 참전한 수단도 이날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자국 주재 이란대사를 추방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외교관계 수준을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결과 예상되나-IS 전선 ‘균열’…예멘 전쟁 재발 가능성

외교 전문가들은 “시리아와 예멘 등에서 수니·시아파 갈등이 격렬해지고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선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리스크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이머 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단교는 중동 대리전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작년 3월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시아파)을 공격했으나 지난달 휴전했다. 사우디는 이란과 단교를 선언하면서 예멘 휴전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예멘에서 다시 총성이 울려퍼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리아에서는 사우디가 반군(수니파)을 지원하고, 이란은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쪽을 후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IS의 핵심 근거지인 시리아에서 국제적인 공조 차원의 IS 척결 작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을 매듭짓고 IS 소탕에 공을 들여왔던 미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적 약속과 직접적인 대화가 사태 해결에 필수적”이라며 “양국 정상에게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친분을 쌓게 된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가 커지지 않도록 요청했다.

러시아도 사우디와 이란 간 중재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 고위인사는 이날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함께 참여하는 ‘빈 그룹’을 결성하는 데 성공했다”며 “러시아는 사우디와 이란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외무부 인사는 타스 통신에 협상을 위해 양국 외무장관을 모스크바로 초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왜? 수니파 내부결속 목적

사우디가 시아파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 집행을 강행하고 이란과의 단교를 선택한 것은 국내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수니파 진영의 결속을 다지고 왕권 도전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단교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 장기화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작년 1월 취임한 살만 빈압둘아지즈 국왕(80)을 겨냥한 쿠데타설마저 대두되고 있다. 저유가로 오일鍛構?바닥을 드러내면서 재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는 “걸프지역 정부는 사우디 옆에 나란히 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니·시아파 차이는-1400년전 대립이 원인, 무슬림 85%는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은 곧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기도 하다. 같은 이슬람교지만 사우디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면서 충돌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의 유래는 140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632년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뒤 후계자 칼리프를 누구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로 두 종파가 갈라졌다. 수니파는 코란의 절차에 따라 무슬림공동체(움마) 합의에 의한 계승자가 후계자라고 주장한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를 후계자로 인정했다. 혈통을 통해 움마의 지도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근거에서였다. 갈등을 겪던 수니파와 시아파는 680년 칼리프직을 놓고 정면충돌한 카르발라 전투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섰다.

사우디와 이란은 이번 국교 단절 이전에도 1987년 3년간의 국교 단절 시기가 있었다. 당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사우디의 건국이념인 보수적 수니사상 ‘와하비즘’을 이단이라고 비난한 것이 직접적 발단이 돼 사우디가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부를 지원한 데다 1987년 7월 사우디 메카 성지순례에서 이란 순례자들과 사우디 경찰이 충돌하면서 쌓인 감정도 작용했다. 양국은 1991년 외교관계가 복원됐지만 중동의 패권?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져왔다.

현재 세계 무슬림 가운데 85%가 수니파, 나머지 15%는 시아파다. 사우디를 비롯해 터키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이 수니파 국가다. 급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도 수니파로 분류된다. 시아파에는 이란과 이라크, 레바논의 무장조직 헤즈볼라 등이 속해 있다. 시리아는 수니파 주민이 다수지만 시아파 정부가 권력을 쥐면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박종서/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 1980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갈등 관계 >



1980년: 사우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 지원

1987년: 사우디 메카 성지순례서 현지 경찰과 충돌 등으로 이란인 275명 사망

1988년: 사우디-이란 국교 단절

1990년: 이란, 쿠웨이트(사우디 우방) 침공한 이라크 비판

1991년: 사우디-이란 국교 회복

2015년: 사우디, 예멘 반군을 공격. 이란은 반군 지원

사우디, 미국-이란 핵협상 타결에 불만 표시

이란, 사우디 메카 압사 사고 비난(이란인 450여명 사망)

2016년 1월 2일: 사우디, 시아파 성직자 등 47명 처형

이란 시위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 방화

2016년 1월 3일: 사우디, 이란과 국교 단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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