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를 즐겨라…황량한 사막 위에 핀 '꿈의 왕국' 두바이

입력 2016-02-29 07:10   수정 2016-02-29 09:57

'중동의 보석'을 품다

100개 럭셔리 호텔 품은 팜 아일랜드…
아드레날린 샘솟는 사막 사파리…
코끝 알싸한 향신료 수크까지…'세계의 놀이터'



[ 최병일 기자 ] 이제부터 사막 한가운데 기적을 만든 어떤 나라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곳은 중동 한가운데 있는 작은 나라 두바이입니다. ‘메뚜기’라는 뜻의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에 속해 있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입니다. 19세기만 해도 두바이는 영국의 보호 속에서 진주조개잡이를 하고 대추야자를 키우며 근근이 살았던 중동의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두바이가 경천동지할 발전을 이룬 것은 석유가 발견된 1964년부터입니다.

셰이크 라시드 전 국왕의 아들인 세이크 모하메드 국왕은 사막의 불모지를 메워 공항을 만들고 828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세웠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들고 새로운 개념의 인공도시 ‘팜 아일랜드(Palm Islands)’를 건설했습니다. 불과 60년 만에 두바이는 ‘중동의 뉴욕’으로 불리며 메뚜기처럼 높이 뛰어올랐습니다. 사막 안에 세계 최고의 스키장을 짓고,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두바이몰을 만들었습니다. “신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두바이를 건설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닙니다.

이제 두바이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세계엑스포대회를 유치했고 세계적인 테마공원들을 차례로 건설할 예정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로 실현되는 기막힌 나라의 여행은 무척이나 짧았습니다. 나비가 돼 날아다니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니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나비의 꿈’처럼 아름다웠던 두바이로 같이 떠나볼까요?

달에서도 보이는 ‘팜 아일랜드’

수상비행기는 힘차게 물을 박차고 하늘 위로 둥실 떠올랐다. 두바이 여행은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부터 시작됐다. 하늘에서 본 두바이는 다양한 건축물의 전시장 같다. 고층 건물 위로 날던 비행기가 거대한 종려나무 잎사귀 모양의 섬에 도착했다.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 ‘팜 아일랜드’는 100개의 럭셔리 호텔, 프라이비트 비치, 워터파크 등으로 구성된 인공 휴양도시다. 팜 아일랜드는 팜 주메이라와 팜제벨 알리, 팜데이로 구성됐고 달에서도 그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팜 아일랜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300여개의 섬이 세계지도 모양으로 배치된 더월드(The World)가 자리하고 있다. 이 섬들은 전 세계 갑부들에게 팔렸다. 더 월드는 두바이의 낙힐이라는 건설사가 개발 중인데 내부의 인공섬을 보호하기 위해 바깥쪽에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거대한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다.

세계 최고의 건축물 ‘부르즈 칼리파’

1시간의 비행을 끝낸 비행기는 다시 물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하늘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팜 아일랜드와 더 월드라면 지상에서 보는 가장 빼어난 건축물은 부르즈 칼리파다. 높이 828m. 세계 최고의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는 마치 거대한 바벨탑처럼 느껴졌다. 한국의 삼성물산이 건설한 부르즈 칼리파는 무려 162층이나 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249m)을 세 번 쌓은 것보다 70m가 더 높고, 국내 최고 건축물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555m)보다 273m나 높다. 부르즈 칼리파 건설을 위해 36만㎥의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철근만 지구 반 바퀴 길이인 2만5000㎞가 들어갔다고 한다. 공사에 투입된 인원은 850만명. 부르즈 칼리파는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이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분당 600m의 속도로 지상에서 50초 만에 전망대에 올라서면 두바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야 볼 수 있는 팜 아일랜드까지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부르즈 칼리파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시작한다. 평범했던 건물 외관에 색색의 조명이 입혀지고 부르즈 칼리파는 마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부르즈 칼리파 앞 호수에는 오후 6시부터 30분 간격으로 분수쇼가 펼쳐진다. 음악에 맞춰 분수가 춤을 추는 모습과 부르즈 칼리파의 화려한 조명 쇼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마저 넋을 잃고 흘러가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두바이의 상징 ‘버즈 알 아랍’

두바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꼽으라면 단연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두바이의 상징과 같은 건축물이다. 1박당 숙박료가 최소 200만원, 가장 비싼 방은 3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버즈 알 아랍은 독특한 외형만큼 내부도 독특하다. 200m 상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알 문타하 레스토랑과 바닷속에 있는 알 마하라 레스토랑은 버즈 알 아랍의 명물이다. 28층 헬기 착륙장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골프공을 날리고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와 안드레 애거시가 비공식 경기를 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슬람의 3차원 별을 형상화한 분수와 아라비아의 전통목선인 다우(dhow)의 돛 모양을 형상화해 지었다고 한다.

상상력의 한계 ‘스키 두바이’

두바이는 상상력의 도시다. 사막의 땅에 세워진 와일드와디 워터파크는 4만9586㎡에 달하는 아랍 최대 수중공원이다. 와일드와디 워터파크는 튜브 슬라이딩, 역류하는 슬라이드, 인공파도타기 등 30여개의 테마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 사막에 워터파크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몰 오브 에미리트(Mall of the Emirates) 안에 있는 스키 두바이(Ski Dubai)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스럽다.

2005년 11월에 문을 연 스키 두바이는 85m 높이의 인공 산 밑으로 5개의 미끈한 슬로프가 있다. 그중 하나는 400m나 되고 스노보더를 위한 별도의 슬로프도 운영하고 있다. 얼음동굴, 3D 극장 등을 갖춘 ‘스노 파크’까지 갖추었다. 이 모든 시설을 과연 사막 위에 세웠다는 것이 경이롭다.

옛날식 에어컨과 황금, 향료 수크

두바이라고 해서 옛것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두바이 동부지역에서는 오래된 두바이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인 바스타키아는 이란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주해 와서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살구빛 담장이 이어진 집들 사이에 삐죽하게 사각형의 탑이 보인다. 원드타워라고 불리는 이 건축물을 가이드는 옛날식 에어컨이라고 했다. 석유가 나오기 전까지 두바이 사람들은 지혜를 발휘해 뜨거운 태양과 싸웠다. 사막을 가로질러 온 섭씨 50도가 넘는 뜨거운 열기는 바람의 탑 윗부분에 걸려 탑 아래로 꺾어져 내려오고 그 아래 도랑에서 차가운 땅과 물을 만난다. 그렇게 식은 공기는 다시 위로 올라가 두꺼운 세라믹으로 뒤덮인 건물 내부로 들어가 시원한 바람을 집안 곳곳에 전해준다.

두바이 동부의 작은 운하인 크릭 주변에는 이 도시의 오랜 역사가 집약돼 있다. 특히 데이라(Deira) 지역은 꼬불꼬불한 시장들이 밀집돼 아랍의 옛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아라비아인들은 무엇이든 가져다 놓고 파는 시장을 수크(souq)라고 부른다. 바닷길을 따라 실크로드에서 건너온 온갖 물건이 이 지역에 모이면서 수크는 발전을 거듭했다. 황금은 물론 포목, 향료 등이 거래되고 번성했다. 가장 유명한 곳이 전 세계 금시장에?미국 다음으로 큰 ‘골드수크’다. 이탈리아나 아랍은 물론 인디언들이 세공한 것까지 다양한 금이 모여서 거대한 황금시장이 됐다. 골드 수크 옆에는 향신료 수크가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향신료의 강한 냄새가 코끝을 알싸하게 한다. 인도의 커리, 말린 레몬, 비스커스, 계피, 칠리, 생강, 후추, 커민에 무게당 가격이 금값과 동일하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샤프란까지 없는 것이 없다.

춤을 추듯 자동차로 내달리는 '사막 사파리 투어'

마천루가 점령한 두바이시내에서 1시간 정도를 달려 외곽으로 빠져나가니 사막지대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생명체 하나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땅에 긴 뿔을 가진 오릭스가 오만한 자태를 한 채 모랫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사막 사파리 투어’가 시작된 것이다.

두바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사막 사파리 투어는 약 20만원이 넘는 체험여행 프로그램이지만 예약이 밀려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막 사파리 투어는 황금빛 모래사막을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이동해 사막 한가운데서 무한 질주를 하는 이색 체험이다. 사막에 도착하자 투어를 진행할 운전자는 타이어의 바람을 어느 정도 뺐다. 바퀴의 면적을 넓혀 차가 모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투어를 시작하자 사륜구동 자동차는 사막 위를 춤추듯이 달려갔다. 때로는 밑으로 곤두박질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내달리다 갑자기 방향을 돌린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청룡열차라도 탄 듯 온몸이 마구 흔들렸다. 금빛 모래가 끝없이 펼쳐?있는 사막지대는 마치 외계의 혹성처럼 이질적이다. 투어 운전사는 보이지 않는 길을 용케도 찾아 모래 구릉을 오르기도 하고 둔덕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질주해서 모래 절벽 아래로 쏟아질 듯이 떨어졌다.

이제 그만 달렸으면 싶은 그때에 차량은 더 높은 곳, 더 심한 급경사를 향해 질주한다. 폭풍처럼 질주하던 도중 갑자기 차가 사막 한가운데 멈춰섰다. 모래 구릉을 올라가던 다른 차량이 그만 모래 속에 빠져 헛바퀴만 돌리고 있었다. 우리 차를 몰던 투어 운전사는 능숙하게 구릉을 타고 올라가 모래 속에 빠진 차량에 밧줄을 걸고 간단하게 모래 속을 헤쳐나온다.

사막의 밤, 낭만과 유혹의 아라비안나이트

차량은 30분 넘게 출렁이다 모래 구릉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사람들은 모래에 주저앉아 명상에 잠기거나 발자국을 남기면서 사막을 걷기도 했다. 오로지 모래뿐인 신비로운 사막을 바라보는 적막한 감동도 잠시, 사막을 온통 불살라 버릴 듯한 아름다운 노을이 다가온다. 먼 이국땅, 광활한 사막 위에 퍼져가는 붉은 기운은 이방인의 가슴에 전율을 선사한다. 모래가 전부인 세상 위로 노을이 고요히 밀려온다. 천지는 검붉은 어둠에 포근히 안긴다.

해가 모래언덕 밑으로 잠겨버리자 투어에 참가했던 일행은 낙타가 모여 있는 캠프장으로 이동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막을 여행하던 베두인들의 천막 같은 풍경이 이채롭다. 터번과 차도르를 한 남정네들이 모닥불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든다. 모래 위에 양탄자가 깔려 있고, 양탄자 위에서 아랍의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니 마치 소설 아라비안나이트 속 풍경을 체험하는 것만 같다.

얼뗌?시간이 지났을까? 간들거리면서도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악기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몸매의 벨리댄서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넓은 무대를 역동적인 춤으로 꽉 채워나가자 사막의 밤은 낭만과 유혹으로 물들어 갔다.

여행 팁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간 직항 편을 운항하고 있다. 두바이까지는 약 9시간30분 걸린다. 두바이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여름에는 최고 53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내륙은 덥고 건조한 사막기후다. 우리나라 겨울인 12~2월의 현지 기온은 15~25도 정도로,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여행객이 두바이를 찾는다. 시간은 한국보다 5시간 늦다. 사막 사파리는 주요 호텔 로비와 여행사에서 예약할 수 있다.

두바이에선 전 세계 사람이 모인 도시답게 유럽, 인도, 태국, 미국 등 전 세계 음식을 고루 접할 수 있다. 레바논, 요르단 등지에서 즐겨 먹는 아랍 음식은 꼭 한 번 먹어볼 만하다. 레몬에 재운 양, 소, 닭고기를 쇠꼬챙이에 꽂아서 익힌 후 레몬즙과 토마토를 넣은 빵에 싸서 먹는 사와르마가 전통 음식이다. 두바이에서는 양고기가 특히 맛있다.

두바이=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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