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늦깎이 증권맨 생활 힘들었어도 동기부여하며 전력질주 했죠"

입력 2017-06-01 19:15  

하고 싶은 일 하나 하려면 하기 싫은 일 열 개 해야 한다

책 읽기 좋아한 '장군의 아들'
책 놓지 않던 군인 아버지 영향…경기고 독서 동아리 이끌기도

안주하기보다 도전하는 인생 꿈꿔
대우중공업 다니다 호텔롯데로 옮기고 여의도 역동성에 반해 신한증권행
어린 펀드매니저에 고개 숙이며 영업도

젊은이들 '미래 희망' 놓지 말아야
요즘 취직 어렵지만 직장 생활은 더 힘들어…사표 내기보다 다음 목표 향해 도전하기를



[ 하헌형 / 김대훈 / 김진성 기자 ]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62)은 ‘튀는’ 사람은 아니다. 그가 고른 식당도 그와 비슷했다. ‘희락’의 대표 메뉴인 김치찌개는 그의 이름(진국)처럼 돼지 목살을 넣고 깊게 끓여 구수한 맛이 매력이다. 1989년 신한증권(신한금융투자 전신)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증권업계에서 일한 그의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달 22일 오후 6시50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이 사장은 “중학교(서울 동대문중) 동창이 운영하는 집”이라고 희락을 소개했다. “2012년 개업 때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오는 곳인데 맛 하나는 제가 보장합니다.”

장군의 아들

이 사장은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에서 태어났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해산물이다. “군인인 아버지가 어릴 때 지인을 만나는 자리에 저를 자주 데리고 나가셨어요. 아버지가 복 요리를 좋아하셨거든요.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현 웨스틴조선호텔) 맞은편에 있는 일식집 ‘미조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돼 이 집 주인 조재영 씨가 석쇠에 올린 꽃살과 숯불을 내왔다. 미국산 소고기다. 이 사장은 “한우보다 나은 수입육”이라고 했다. 얼핏 봐도 촘촘하게 박힌 마블링(근내 지방)이 웬만한 한우를 능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숯불에 살짝만 구워도 육즙이 흘러넘쳤다.

일곱 살 때 상경한 그는 당시 ‘엘리트 집합소’로 불리던 서울 경기고를 나왔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반에서 1, 2등을 다퉜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갔더니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고승덕 변호사, 노회찬·이종걸 국회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그의 고교 동기다.

학창시절 그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육군사관학교 4기 출신으로 1975년 준장으로 예편한 부친 영향이 컸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려서 할아버지 따라 농사지을 때 방아 찧으면서도 책을 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엄지손톱이 자주 뭉개졌다고 해요.”

그는 경기고 독서 동아리 ‘아이리스(iris)’ 부장을 맡았다. “책이 좋아서 들어간 건데 이화·경기여고 독서 동아리 여학생들과 미팅할 기회도 자연스레 주어지더군요, 허허.” 그가 더 웃지 않은 대목이 그다음에 나왔다. 고3 여름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전근이 잦은 아버지와 떨어져 서울에서 어머니와 생활하다 보니 어머니한테 많이 의지했습니다.” 이듬해 경기고생 세 명 중 두 명이 들어간다는 서울대 입시에 낙방했다. 결국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도전이냐, 안주냐

그는 1983년 제대 후 대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전신)에 입사했다. 이듬해 호텔롯데로 이직했다. 왜 증권사로 또다시 옮기게 됐을까. 그가 증권업계에 첫발을 디딘 1980년대 후반은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1000을 뚫고 오르던 증시 활황기였다.

그가 증권사로 옮긴 건 돈을 더 벌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만은 아니었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조사부에서 근무할 때 증시에 상장된 롯데 경쟁사들 동향 분석을 맡았어요. 그때 서울 여의도 ‘증권맨’을 많이 사귀었는데 그렇게 역동적이고 멋져 보일 수가 없었어요. 업계 1등 회사에서 편히 일하며 안주하기 싫었습니다.”

1989년 그는 증권업계 13위인 신한증권에 입사했다. 둘째를 임신한 부인이 두말없이 밀어줬다. 신한증권 투자분석실에서 근무하다 4년차 때 투자신탁사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법인영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본부장(상무)까지만 올라가 보자는 게 신한증권으로 이직했을 때 목표였다”고 말했다. 13년 뒤 본부장을 거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어머니는 생전에 ‘지게꾼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도 꿈이 있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건 꿈이 허황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꿈을 실천하려는 의지다.


매운 김치 먹는 남자

석쇠가 비워질 즈음 주방에서 한소끔 끓인 김치찌개가 나왔다. 묵은지와 돼지 목살을 넣고 묵직하게 끓여냈다. 진한 국물이 후끈하게 매웠다.

이 사장은 어릴 때 매운 걸 잘 못 먹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엔 수박도 못 먹었어요. 빨개서 매워 보이더라고. 어머니가 맵고 짠 거 좋아하는 경상도 분인데 저 때문에 백김치를 담갔어요.” 그의 부인도 맵고 짠 김치를 좋아하는 경북 출신이다. “결혼한 뒤론 군말없이 집사람이 담근 매운 김치를 먹습니다.”

증권사 생활이 꼭 매력적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저보다 대여섯 살 적은 펀드매니저들에게 머리 조아리는 게 힘들 때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럼에도 관두고 싶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려면 하기 싫은 일을 적어도 열 개는 해야 해요. 그래야 자격이 있죠.” 신한금융투자 고문으로 있던 2013년 4월 경쟁사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로 발탁됐다. 3년 뒤 하나금융투자 사장에 취임했다.

‘몽골 기병’에 빠진 이유

이 시장은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몽골 기병’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 인구 100만 명, 군사 10만 명의 몽골제국은 13세기 유라시아를 통합했다. 몽골 기마대는 하루 평균 100㎞를 주파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기갑 군단의 돌파 속도보다 빨랐다.

“하나금융투자가 크진 않잖아요. 발 빠른 실행(speed), 간결한 해법(simple), 강인한 정신(spirit)의 ‘3S’로 무장한 몽골 군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3S’는 그가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내건 경영 기치다.

이 사장은 이야기하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 했다.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잘 못 먹잖아요. 다음 요리가 나오면 다 먹지도 못했는데 접시를 치워버리고. 그래서 그런지 살이 찌지 않아 나쁘진 않아요.”

사람 만나고 밥 먹는 게 일인 서울 여의도 증권맨 중엔 대주가가 많다. 그에게 “술은 잘 드시느냐”고 물었다. “1992년 처음 영업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술이었어요. 주량이 소주 한 병쯤밖에 안 됐거든. 한번은 아내와 연애할 때 서울 종로3가에서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 똑같이 마셨는데 나만 고꾸라졌더라고.” 전성기 땐 주량이 소주 세 병까지 오른 적도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 일하는 아들과 딸은 그보다 술을 더 잘 마신다고 했다. “술 잘 먹는 피는 제 집사람한테 물려받았을 겁니다.”

실패를 견디는 힘

마지막 메뉴는 얇게 썬 코다리를 얹은 비빔밥이었다. 새콤한 양념이 밴 코다리가 계속 숟가락을 당기는 마력이 있었다. “맛이 일품이죠? 배가 불러도 마지막엔 꼭 이 비빔밥을 먹어요.” 시곗바늘이 오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사장은 “1980년대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할 때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도 했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서너 개 대기업 중 마음에 드는 한 곳을 골라서 취업했다. “그땐 어느 분야든 ‘이렇게 하면 된다’는 성공 공식도 있었다”고 했다. 이젠 그렇지 않다. 대학 나와도 결혼도 취직도 어렵다.

증권맨이 되려는 취업준비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이 사장은 잠깐 생각했다. “취직 힘들죠. 직장 생활은 더 힘들어요. 관두는 건 간단해요. 그래도 나는 여기서 관두지 않습니다. 다음 이정표에 뭐라 적혀 있는지 궁금하잖아요.”

■ 리서치에 강한 증권사...올 코스피지수 전망 '적중'

하나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다. 자기자본은 1조9194억원(2016년 말 기준)으로 업계 8위다.

‘덩치’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보다 작지만 리서치와 투자은행(IB), 상품 개발 분야에선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하반기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36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중 3분의 1(12명)이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였다.

작년 말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2350으로 제시했다. 당시엔 시장에서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 전망은 현실이 됐다.

올 들어 IB부문 강화에 힘쓰고 있다. 국내외 인프라, 항공기, 부동산 관련 금융 거래를 따내며 대체 투자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1956년 경남 진해 출생
△1976년 경기고 졸업
△1981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1983년 대우중공업 (현 두산인프라코어) 입사
△1984년 호텔롯데 입사
△1989년 신한증권 (현 신한금융투자) 입사
△2010년 신한금융투자 홀세일총괄 및 홍보담당 부사장
△2013년 하나대투증권 (현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
△2016년 하나금융투자 사장

하헌형/김대훈/김진성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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