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후안 산토스 대통령 "6·25 참전 콜롬비아, FTA 맺은 한국과 '경제 혈맹' 되고 싶다"

입력 2017-12-25 18:37  

'중남미로 경제영토 넓히자' 후안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유가·광물값 급락으로 경제 어려웠지만
반군과 평화협정 체결로 투자 여건 좋아져
한국-콜롬비아 FTA로 시장 확대 … 성과 만족
기술 우수한 한국이 IT·교통 등 투자해주길



[ 박수진 기자 ]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서면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6·25전쟁에 참전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특별한 인연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콜롬비아가 2016년 7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은 ‘혈맹’을 ‘무역동맹’으로 연장한 정책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해 콜롬비아 최대 반군 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평화협정 체결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52년 만의 내전이 끝나 외국인 투자 확대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 만큼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교통 분야에 자본을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올해는 한·콜롬비아 수교 55주년이었습니다.

“콜롬비아인들은 6·25전쟁에 참전한 경험과 그 특별한 인연(혈맹)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나 또한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콜롬비아 군인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 콜롬비아 FARC와의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여준 지원과 양국의 교역 증진을 위해 기울인 관심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반군과의 평화협정 체결로 52년 만의 내전 종식이라는 역사를 썼습니다.

“(2012년 11월부터 시작해 4년 만에 마무리한 반군과의) 평화협정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지방정부, 각 분야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해야 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의지와 타협이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어렵지만 모든 당사자를 초대해 죽음보다는 삶, 혼란보다는 대화를 우선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평화 정착은 모든 이에게 치안 그리고 화해라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내년 콜롬비아 경제가 2.9~3.3%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동안 국제 유가와 광물 가격 급락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콜롬비아 경제성장률은 2014년까지 연평균 4%대를 달리다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추락했다. 올해 1.7%로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콜롬비아 정부는 대응 방안으로 지난 6년간 경제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습니다. 그 한 축이 외국인 투자입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로 높아졌습니다. (취임할 때인) 2010년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또 다른 한 축은 관광입니다. 지난 한 해 아시아 관광객을 포함해 총 500만 명이 콜롬비아를 방문했습니다. 1분에 평균 10명꼴로 들어온 셈이죠. 콜롬비아의 경제 전망은 밝습니다. 콜롬비아는 이제 (반군과의 평화협정 체결로) 내부 혼란 없이 풍부한 인프라 수요와 증가하는 중산층 인구 등에 힘입어 더 좋은 투자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내전 종식은 농업 부문의 급격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이 기여할 부분이 있을까요.

“콜롬비아 정부는 인프라 개발 확대와 주거 개선에 정책 주안점을 두어 농촌지역 개발과 일자리 창출 등에서 많은 효과를 거뒀습니다. 농업, 축산업, 금융 및 보험업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제품과 기술이 우수합니다. 한국이 지원한다면 콜롬비아는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한국이 ICT, 교통 분야에 자본투자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물류시설 개선, 자원 가공, 3차 서비스 부분 등에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한·콜롬비아 FTA가 발효 1년(지난 7월)이 넘었습니다.

“한·콜롬비아 FTA는 시장 확대, 기술 이전, 투자 유치 등을 가져와 양국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었다고 봅니다. 농산물, 섬유, 커피 등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콜롬비아의 대(對)한국 비(非)공산품 수출이 27% 늘었습니다. FTA 체결 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콜롬비아가 의장국으로 있는 태평양동맹(PA)에 관심이 많습니다.

“태평양동맹은 중남미의 가장 성공적인 경제통합체입니다. 4개국(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이 경제와 교역 그리고 정부 간 가치를 공유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협력체는 중남미에 접근하는 국가와 기업에는 더 넓은 시장을 제공하고, 회원국에도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함께 상호 교역 촉진과 중남미 기업들의 대아시아 홍보 강화, 중남미 인력의 아시아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평양동맹은 새로운 회원국(을 초대하는 방안)에 적극적이며 한국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입니다. (태평양동맹은 지난 6월 12차 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4개국을 준(準)회원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준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콜롬비아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베네수엘라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상황은 중남미 모든 국가와 국민들에게 가슴 아픈 일입니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경제와 민주주의는 소멸됐습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간 정치와 경제 체제의 차이에 대해 인식해 왔고, 이제 양국 간 차이는 더 확대됐다고 생각합니다. 콜롬비아는 지속적으로 베네수엘라를 지원할 것입니다.”

▷임기가 끝나기 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습니까.

“임기(내년 8월) 전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해 교역과 정치 협력을 굳건히 하고 온 바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방문할 기회를 갖고 콜롬비아인들이 오랜 내전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킨 경험을 한국인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진심 어린 존경을 보내고 싶습니다.”

■ 산토스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국장 지낸 콜롬비아 명문家 출신…작년 노벨평화상 수상

콜롬비아 정치 명문 산토스가(家) 출신이다. 1938년부터 1942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에두아르도 산토스가 종조부이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부통령을 맡은 프란시스코 산토스가 사촌형이다. 미국 캔자스주립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을 마친 뒤 콜롬비아 최대 일간지 엘티엠포에서 편집 부국장과 국장으로 일했다. 엘티엠포는 그의 가족이 경영하는 언론사다.

2006년 강경파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으로 발탁돼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토벌에 앞장섰다. 2008년 FARC에 6년간 인질로 잡혀 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대통령선거 후보 등을 구출해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해 에콰도르에 있는 FARC 기지를 폭격해 FARC 고위 간부 라울 레예스가 사망했다.

2010년 우리베 전 대통령의 지지 아래 대선에 도전, 69%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취임 후 FARC와의 평화협상에 나서며 우리베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전 정권 주요 인사를 부패 혐의로 처벌하기도 했다.

‘평화’를 모토로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2016년 11월 반군과의 4년여 평화협상을 종결짓고 내전 종식을 선언했다.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지난해 10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내년 8월 임기가 끝난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1951년 8월 콜롬비아 보고타 출생 △1969년 콜롬비아 해군사관학교 졸업 △1973년 미국 캔자스주립대 졸업 △1975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경제개발학 석사 △1981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사 △1983년 엘티엠포 편집국장 △1991~1994년 통상장관 △2000~2002년 재무장관 △2006~2009년 국방장관 △2010년 대통령 당선 △2014년 재선 △2016년 노벨평화상 수상

■ 콜롬비아는 한국과 인구 비슷…경제는 중남미 4~5위 수준

면적(114만2000㎢)이 한반도의 5배, 인구(4923만 명)는 한국과 비슷한 중남미 4~5위 경제국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38달러(2016년 기준)로 한국의 4분의 1에 못 미친다.

중남미 33개국 중 유일하게 6·25전쟁에 연합국 일원으로 참전했다. 2016년 7월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한국에 커피와 광산물(구리, 니켈, 철광석) 등을 수출하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 제품 등을 한국에서 주로 수입한다.

2016년 기준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4억8000만달러였다. 콜롬비아 상공부는 한국과 FTA 체결 이후 10개월 동안 한국으로의 비(非)광물 수출이 32.5% 증가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819년 스페인에서 ‘그란 콜롬비아연방’이란 이름으로 독립했으나 1930년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파나마가 차례로 탈퇴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정국 불안으로 하루 최대 7만 명의 난민이 넘어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총 47만 명(2017년 11월 기준)으로 이 중 27만 명이 불법 이민자로 추정된다. 불법 이민자 증가에 따라 총격전과 강도, 폭력사건 등도 늘어나고 있다.

보고타=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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