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봇인턴' 조지 워싱턴을 채용한 NASA

입력 2018-05-02 17:35  

'봇인턴'에 서류정리 맡긴 NASA처럼
현실의 AI는 '지능확장' 형태로 진화 중
AI와의 대결 아닌 협력 역량이 중시될 것

김경준 <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1969년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를 성공시킨 최첨단 기술의 본산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2017년 5월 인턴이 입사했다. 업무능력 검증 후 이메일 계정을 배정받고 실무에 투입된 인턴의 이름은 ‘조지 워싱턴’이었다. 서류 정리와 장부 작성 등 담당 업무에서 높은 성과를 보여 동일한 스펙인 ‘토머스 제퍼슨’이 추가로 채용됐다. 두 인턴의 공통점은 인간이 아니라 봇(bot)이라는 것이다.

NASA는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2016년 봇의 업무 적용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콜센터 고객상담용으로 활발하게 도입됐던 챗봇(chatbot)이 인공지능과 결합해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하는 추세에 주목한 것이다. 미래 NASA의 조직에서 인간은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하고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봇이 담당하는 분업 구조를 상정한 혁신 프로그램의 결과물이 ‘봇인턴’ 채용이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크 글로리오소는 “봇인턴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지원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서 유용성이 입증됐다”고 평가한다.

NASA 봇인턴의 사례는 1960년대 이후 전개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방향성 논란에서 시장은 지능 확장(IA: intelligence augmented)을 선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초창기 인공지능 그룹은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과 같은 기계인간을 상정하고 우수한 능력으로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를 예견했다. 반면 지능확장 그룹은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서의 잠재력을 우선시했다. 오늘날 아톰의 출현은 아직 요원하지만 6백만불의 사나이는 다양하게 변용돼 실생활에 폭넓게 도입되고 있다.

콜센터에 전화하면 챗봇이 응대한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도 인공지능 챗봇이 기반이다. 투자펀드는 ‘투자봇’이 운영하며, 재무분석가는 ‘분석봇’의 도움으로 작업한다. 입출금 확인, 계약서 검토, 규정 준수 모니터링 등 정형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는 ‘사무봇’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처리하고 있다. 현실에서 인공지능은 지능 확장의 형태로 먼저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전개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의 상승에 비례해 오해도 많아진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다”에서 “인공지능에 인간이 지배당하는 암울한 세상”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대체와 위협’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미래 세계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은 기실 18세기 산업혁명 시절 기계 도입을 반대했던 러다이트 운동의 데자뷔다. 단어만 자동기계에서 인공지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발전 과정은 인공지능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라는 점을 알려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컴퓨터역사박물관은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다시 도구는 우리를 만든다’는 입구의 글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20세기 후반의 캐나다 미디어 학자인 마셜 매클루언의 통찰이다. 그는 도구를 인간 한계의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자동차 바퀴는 발의 확장, TV는 눈의 확장, 의복은 피부의 확장, 전자회로는 중추신경계의 확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명의 발달을 도구의 확장으로 이해한다면 현재는 지능 확장의 단계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감성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계의 협력’이라는 미래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계산기계인 인공지능은 자아의식이 없고 내면적 성찰도 불가능하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들었던 것처럼 인공지능의 미래도 인간의 설계에 따라 구현될 것이다. 문명을 도구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미래의 일과 조직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와 협력하는 역량이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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