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의사창업 멘토링하겠다"..스위스 최대 유통기업에 고운세상코스메틱 매각한 안건영 대표

입력 2018-08-13 16:00  

기타리스트·합창단장 겸임한 '별난 의대생'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화장품 사업가 되기까지
국내 첫 프랜차이즈 병원 '고운세상피부과의원' 개원..MSO 시스템 처음 도입해 사업토대
매월 자체제조 화장품 수백만원치 사다 홍콩 현지서 판 단골덕에 사업으로 확장



≪이 기사는 08월13일(13:2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료를 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자투리 시간에 ‘사업 한 번 해봐야지’ 하면 십중팔구 망합니다. 의사도 화장품을 제대로 공부해서 자기만의 포뮬라(공식)가 있어야 하고, 진료와 사업을 분리해 사업에 ‘올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1살때 입은 심한 화상이 피부과의사의 길로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사진)는 지난 7월말 고운세상코스메틱(브랜드명 닥터지) 지분 55%를 스위스 최대 유통기업인 미그로스그룹에 매각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안 대표가 2003년 창업한 고운세상에 미그로스가 매긴 가치는 650억원.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고가에 사들인 ‘제2의 스타일난다’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만난 안 대표에게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됐다’는 흥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닥터지를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려 놓으려면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조바심을 냈다. 경영권을 넘겼지만 안 대표는 당분간 지분 49%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받았다. 미그로스로부터 가능한 오래 고운세상의 경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돈보다 닥터지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게 개인적으로는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는 않았다. 2011년 갖고 있던 병원 지분을 모두 판 덕에 돈은 안 대표 말대로 “벌만큼 벌었기” 때문이다. 현재 17개 지점을 보유한 고운세상피부과의원이 그가 세운 병원이다.

안 대표는 피부과 의사다. 중앙대 의과대학(84학번)을 졸업했다. 1살때 끓는 우유에 데어 피부이식을 할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피부과를 선택한 계기가 됐다. 일본 명문 의과대학인 준텐도대(順天堂大) 유학시절의 경험은 여느 의사와 다른 길을 걷게 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의료계는 환자가 의사에게 경과를 묻기조차 조심스럽던 때였다. 의료진이 환자의 눈 높이에 맞춰 현재 병세와 앞으로의 치료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일본의 탈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안 대표에겐 충격적이었다. 1998년 서울 돈암동에 고운세상피부과의원 1호점을 낼 때 개원철학을 “환자도 고객이다”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IMF 외환위기 직후라 개원을 무모한 모험으로 보던 분위기였지만 환자를 왕처럼 모시는 병원을 찾는 고객이 줄을 이었다. 불과 2년 만인 2000년 고운세상피부과의원 강남 2호점과 분당 3호점을 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병원을 프랜차이즈화한 시도였다.

2호점 개원은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창업이 가능하도록 사업구조를 마련한 때이기도 했다. 병원이 잘 되자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의료진이 고객응대를 하느라 진료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안 대표는 마케팅과 채용, 구매, 예약관리 등 의료 이외의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메디링크라는 병원 경영지원회사(MSO)를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흔하지만 국내 개인병원에 MSO를 도입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덕분에 안 대표도 의료는 파트너들에게 맡기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안 대표가 “의료와 사업을 분리한 MSO 체제를 만들지 않았다면 닥터지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메디링크가 화장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결과물이 오늘날의 고운세상코스메틱이다.

◆"화장품 추천 해주세요" 환자 요청에 화장품 제조시작

사업토대는 닦았지만 여전히 ‘사업하는 의사’가 생소한 때였다. 밴드부 기타리스트와 합창단 단장을 겸임한 ‘별난 의대생’이긴 했지만 사업가로서의 재능에는 확신이 없었다. 사업을 배우기 위해 경영학 서적을 탐독했다. 피터 드러커의 ‘성과를 향한 도전’이 안 대표가 첫 손가락에 꼽는 스승이다. 2001년 처음 완독한 이래 지금도 몇 년마다 다시 읽는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건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기미, 알러지, 색조침착, 여드름 등 피부상태가 각양각색인 환자들에게 맞춤 화장품을 추천하다보니 매일 쓰는 화장품이 피부에는 약만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왕이면 제대로된 환자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어보자 했던게 사업으로 확대된 건 홍콩에 거주하던 단골환자 덕분이었다. 한달에 한번 한국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선 자체제작 화장품을 한번에 수백만원어치씩 사가는 환자였다. 알고보니 홍콩 현지에서 파는 것이었다. ‘한국의 한 피부과병원에서 만든 화장품이 끝내준다’고 입소문이 자자해지자 홍콩의 아시아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인 사사(SASA)에서 독점공급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해 왔다. 2007년 계약을 체결하고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에 수출을 시작한 첫해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한류붐이 불어닥치면서 오늘날 수출국은 30여개국으로, 수출규모는 1000만달러로 늘었다. 사사에서 닥터지는 10년 넘게 한국 브랜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닥터지의 탄생신화다.

작년 말 미그로스의 인수자문사인 미래에셋대우 M&A 관계자가 찾아왔다. 처음엔 거절했다.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현지 자본과 협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닥터지가 진출할 시장은 중국이라고 봤다. 중국 자본과 협상이 아쉽게 결렬되자 미그로스가 기다렸다는 듯 다시 제안을 해 왔다. 안 대표도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미그로스의 사업철학에 끌리기 시작했다. 미그로스는 이익률이 5% 넘으면 제품 가격을 낮추고, 초과이익은 문화사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술 담배도 팔지 않는다. 창업자인 고틀리프 두트바일러(Gottlieb Duttweiler)는 제1차 세계대전 후 경제난에 신음하는 스위스 시민 200만명에게 회사 주식 1주씩을 나눠줬다. 미그로스가 스위스 인구 700만명 가운데 2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생활협동조합으로 변신한 계기다. 스위스인들은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인슈타인과 함께 두트바일러 창업주를 꼽는다. ‘스위스 사람들은 자기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미그로스 창업자 이름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안 대표는 미그로스 같은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으면 닥터지를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다고 봤다. 미그로스의 화장품 원료 자회사인 미벨바이오케미스트리는 글로벌 브랜드 프록터앤갬블(P&G)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를 꿰찰 정도로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는 곳이다. 사내 연구소를 통해 화장품을 자체 개발하는 능력을 가진 닥터지가 미벨바이오케미스트리의 질 좋은 원료를 사용할 수 있다면 시너지효과도 클 것이었다. 포천 500대 기업인 미그로스의 유럽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비슷한 규모의 한국 화장품 회사들을 놓고 고민하던 미그로스도 70여명의 임직원 대부분이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주주(우리사주)인 고운세상의 경영철학에 손을 들어줬다.

◆"의료기기 사업 기여하고 싶다"

안 대표처럼 진료를 통해 쌓은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나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인정을 받는 것은 요즘 의료계의 꿈이다. 그는 ‘제2의 닥터지’를 꿈꾸는 의료업계의 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진료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창업해 보겠다는 안이한 접근법은 경계 했다. “K뷰티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흐름을 타고 국내에만 1만개가 넘는 화장품 회사가 경쟁하고, 중국 화장품 회사도 놀라운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서 죽기살기로 해도 될까말까한게 창업입니다.” 창업에 관심 많은 의료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멘토링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한브랜드병의원협회장이기도 하다. 국내 의료기관의 글로벌 브랜드화에 기여하기 위해 가천대 길병원, 우리들병원, 함소아한의원, 자생한방병원, 티엘성형외과, 연세이비인후과, 미즈산부인과 등 유명 프랜차이즈 병원들이 만든 협회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의료기기 사업부인 아그네스는 미그로스에 팔지 않고 남겼다. 안 대표는 아그네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을 계획이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같은 대형 의료기기는 지멘스 등 글로벌 회사들이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레이저와 고주파 등 미용 의료기기는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게 그의 믿음이다. 그는 “진료 노하우로 새 치료법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은 의사의 또다른 보람”이라며 “닥터지가 본궤도에 오르면 의료기기 개발에 기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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