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만년 설산으로 가는 철도 타봤나요

입력 2018-10-11 10:51   수정 2018-10-11 13:02

스위스 여행의 버킷리스트 융프라우요흐
극한 환경에서 빚어낸 인간 의지의 결정판
얼음궁전, 빙하, 스포츠, 하이킹 등 가득해




해발 3454m에 철도역이 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정도 높이라면 기차보다는 헬리콥터가 더 어울리니까. 스위스인들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역은 유럽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이다. 국내 최고 높이의 추전역이 해발 855m에 있다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게 된다.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이라는 별칭을 가진 융프라우요흐를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약 104만명에 달했다. 만년설과 빙하가 빚어낸 장엄한 풍경, 약 100년 전에 탄생한 산악철도의 역사, 스키와 하이킹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융프라우요흐는 지금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몽상이 현실이 된 융프라우요흐


해발 4158m의 융프라우(Jungfrau)는 현재 스위스의 산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달랐다. 융프라우철도의 한국총판 담당자는 수십 년 전만 해도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4810m)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던 1990년대에는 융프라우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몽블랑이 워낙 유명했던 때였어요. 제가 융프라우 지역 철도의 한국 판매를 하게 됐다니까 아는 분이 ‘그걸로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셨을 정도였죠.”

그야말로 격세지감. 융프라우가 떠오른 것은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덕이 크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의 경우 스위스 일정에서 필수로 가봐야 할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곳에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철도다. 건설 역사를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예로부터 융프라우는 예술가와 학자들을 매료시킨 산이었다. 19세기 말, 당시 스위스의 기업가였던 아돌프 구에르 첼러는 융프라우 정상까지 철도를 놓겠다는 야망을 품었다. 당시 철도의 종착역은 해발 2061m인 클라이네 샤이데크였다. 몽상으로 치부됐던 계획은 1896년 건설이 시작된 이후 16년 만인 1912년에 현실이 됐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중장비가 없다. 삽, 곡괭이를 이용한 인간의 근력이 유일한 장비나 다름없었다. 철도 공사 기간에 30여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영하의 추위, 눈사태, 거센 바람, 기압 차 등의 어려움과 싸우며 작업을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잘 안된다.
역경은 계속됐다. 애초 7년 예정이었던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금이 발목을 잡았다. 해발 3160m인 아이스메르(Eismeer) 역이 개통된 1905년, 공사 자금이 바닥나 건설이 중단된 것. 원래 구에르 첼러의 계획은 융프라우(4158m) 정상까지 철도를 놓는 것이었지만 계획이 변경돼 지금의 융프라우요흐가 종착역이 됐다. 그렇게 세계 산악 철도 역사에 남을 경이로운 성과가 완성됐다.

◆오르는 길에도 예술적인 풍경이
이렇게 놓인 철도 덕분에 지금은 인터라켄 동역에서 2시간 30분(환승시간 포함) 정도면 융프라우요흐에 닿는다. 철도로 올라가는 구간은 지루할 틈이 없다. 기차가 알프스의 아기자기한 마을을 통과하면서 융프라우(Jungfrau), 아이거(Eiger) 등의 눈 덮인 고봉을 바라보며 달리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눈을 떼기 어려운 절경이 연이어 펼쳐졌다. 이동하는 동안 좌석에 앉은 이들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난다. 열차 왼쪽에 앉은 이는 오른쪽으로, 오른쪽에 앉은 이는 왼쪽으로 자리를 바꾸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서로 인증샷을 찍고, 찍어주다 보면 모르는 사람과도 금세 친구가 된다.
풍경 감상을 하느라 눈을 크게 뜨고 있자니 어느덧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했다. 하지만 신난다고 뛰어다니면 곤란하다. 높은 고도 때문에 가슴이 조금 답답하고 숨을 쉬기가 살짝 힘들다.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다. 천천히 걸어 다니면 금방 적응된다.
도착한 날에는 골프계의 신성 로리 맥길로이(Rory McIlroy)가 참가한 골프 이벤트 행사를 볼 수 있었다. 융프라우철도와 유명 시계 브랜드 오메가가 주최한 특별 이벤트에서 로리 맥길로이는 3명의 스위스 유소년 골프선수와 점수 대결을 벌였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정기적으로 독특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 2014년에는 로저 페더러가 이곳에서 테니스 경기를 했고, 2015년에는 단거리 육상선수인 아사파 파월이 100m 달리기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의 참가는 융프라우요흐의 높은 명성 덕분이다.

◆유럽의 정상에서 마음껏 즐겨라
융프라우요흐에서 즐길 거리는 많고 많다. 시간이 한정돼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할지 미리 정하고 가는 것이 좋다.


융프라우 철도 건설의 역사를 담은 알파인 센세이션(Alpine Sensation)에서는 철도 건설 당시 사진과 공사 중 목숨을 잃은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추모판을 발견할 수 있다. 빙하 20m 아래에 있는 얼음궁전(Ice Palace)에서는 독수리, 펭귄 또는 곰 등의 각종 얼음 전시물이 가득하다.


25초에 108m를 오르는 초고속 리프트를 타면 스핑크스 전망대(Sphinx Observatory)에 닿는다. 여기서 유럽에서 가장 긴(약 22㎞)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 어렵다면 융프라우의 만년설을 직접 밟아보자. 플래토(Plateau)로 나오면 설원과 스위스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쇼핑도 큰 재미다. 스위스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인 린트(Lindt)는 융프라우지점을 운영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콜릿 판매점이다. 가격은 초콜릿 종류에 따라 시내보다 약 20~30% 싸다. 미리 시내 매장에서 가격을 조사하고 가격차가 큰 제품을 사는 것이 요령이다.


특별한 고산병 증세가 없다면 융프라우요흐에서 약 1.7㎞ 떨어진 곳에 묀히요흐 산장(Mönchsjoch Hut)에 가보는 것도 괜찮다. 여기저기 삐죽 솟아 있는 고봉과 알레치 빙하를 배경으로 걸을 수 있는 멋진 하이킹 코스로 왕복에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거리는 길지 않지만 고도가 높은 곳이라 완만한 경사도 힘들게 느껴지므로 중간중간 쉬면서 가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도중에 체력이 떨어져서 내려오는 사람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세요. 저도 올라갈 때 바로 이 위치에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내려오는 길은 날아갈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산에서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은 거짓말이라지만 적지 않게 위로가 됐다. 눈곱만하게 보이던 산장이 가까워졌고 마침내 도착했다. 뭔가 해낸 듯한 뿌듯한 기분. 조금 전까지 보기 힘든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고 쌓인 피로도 싹 날아가 버렸다. 짧은 시간 동안 머무는 한국인 여행객 특성상 이곳까지 오는 이들은 거의 없는 편.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고, 남과 다른 여행 경험을 원한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여행팁
융프라우 VIP 패스는 융프라우 지역에서 1일 이상 머무는 방문객을 위한 교통 패스다. 융프라우철도 전 노선 6개와 제휴 노선(멘리헨) 1개 열차와 곤돌라, 케이블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패스는 여름·겨울 시즌으로 구분되며 철도 외에도 다양한 혜택이 적용되므로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 여름 VIP 패스의 경우 융프라우요흐의 알레치 빙하에서 눈썰매, 집라인, 스키·보드 등을 즐길 수 있는 ‘스노우 펀’ 1일 이용권을 비롯해 휘르스트 지역의 액티비티 4종(휘르스트 플라이어, 글라이더, 마운틴카트, 트로티바이크 등)이 50% 할인된다. 또한 브리엔츠와 툰 호수 유람선 1회 무료 승선이 가능하고, 그린델발트의 스포츠센터 아이스 링크 무료입장 등이 포함된다. 겨울 VIP 패스는 그린델발트-벵엔 스포츠 패스가 무료다. 리프트권과 열차, 곤돌라, 케이블카 탑승이 무제한 제공되는 패스로, 알프스 설원 위에서 26개의 리프트를 타고 206㎞에 달하는 슬로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스키 및 보드 장비 대여 시 최대 20% 할인, 휘르스트 플라이어·글라이더 무료 등의 혜택도 있다. 겨울 VIP 패스는 11월 24일부터 내년 4월 12일까지 판매한다.

스위스 융프라우요흐=김명상 한경텐아시아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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