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34) "내 딸 너무 힘들면 안 되는데" 친정엄마 말에 울컥

입력 2018-10-11 10:52   수정 2018-10-12 10:52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 못 모신다는 옛말이 있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성심껏 돌보지만 늙고 병 들면 아무리 자식이 열 명이어도 부모 모시기를 꺼려한다는 뜻. '내리사랑'이라고 자식은 평생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기만 한다는 의미도 담긴 듯 하다.

'밥은 먹었느냐', '차 조심해라', '감기 안 걸렸니' 이미 불혹을 넘긴 내게 부모님이 통화할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다.

어쩌다 우리 집에 오시면 나와 아이들의 분주한 일상을 보며 친정 엄마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엄마 이리 좀 와봐요' '엄마 놀아줘요' '엄마 이것좀 해줘요'며 한시도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 손녀들에게 친정 엄마는 "엄마 좀 힘들게 하지 마!"라고 다그치시는 것. 손녀들이 그저 자신의 딸을 힘들게 하는 존재로 여겨지시나 보다.

매일 다이어트하느라 전쟁이건만 친정어머니는 날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야위었냐"며 이것저것 먹을 걸 챙겨주시느라 바쁘다.

맛있는 과일을 깎아도 내 입에부터 넣어주려 하시고 먹기 싫다고 짜증을 내도 억지로 입에 밀어 넣으면서 "네가 딸들 먹이는 마음이랑 나도 같은거야"라는 말로 거절할 수 없게 한다.

"왜 저렇게 애들이 극성스럽니. 이러니 너가 직장다니랴 애들 보랴 힘들어서 살이 안 빠지고 배겨?"

'아 엄마, 난 살이 안 빠져서 고민이라고요. 지금도 매일 다이어트와의 전쟁이에요' 내뱉어봤자 소용없을 이 말은 속으로만 되뇐다.

애들이 어려서 그러는 걸 갖고 왜 저렇게 성화를 부리시나 섭섭하다가도 내가 내 딸들 생각하듯이 당신도 날 걱정하고 계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 온다.

얼마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셨다.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길이란 소리에 눈물을 쏟으며 지방 소재 병원 응급실로 쫓아내려 갔다.

다행히 최악의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척추 골절로 한 달 이상 입원해야 할 상황이었고 거동도 불편했다.

병상에 누워계신 친정엄마는 다시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아기가 됐다.

앉을 수도 없다 보니 누워있는 상태로 내가 떠먹여 드리는 밥을 드셨다. 설상가상으로 옆 병실에는 아빠까지 입원해 계셔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나를 본 친정 엄마는 '나 때문에 딸이 고생하는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아내셨다.

입원 수발든지 나흘쯤 지났을까. 어머니는 보호대를 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겨우 힘겹게 상체를 세울 수 있었다.

머리가 간지러워서 샤워실 와서 머리 감고 보니 '아 참 엄마는 벌써 여러 날째 샤워도 못하셨지' 싶어 "엄마도 목욕할래?" 여쭤봤다.

힘들어하실 줄 알았는데 흔쾌히 하시겠다고 안그래도 엄두가 안나 못하셨다고 한다.

샤워장서 씻겨드리고 머리 감겨 드려야 하는 상황이 마냥 생소했다.

근육이 없는 다리는 너무 앙상하고 피부는 탄력이 없을 뿐 아니라 발꿈치는 각질투성이.

'아 엄마. 왜 이렇게 늙으셨어요.'

아이 키우며 회사 다니랴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 모시고 목욕탕 가서 자주 등도 밀어드리고 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목욕을 다 시켜드리고 로션을 온 몸에 바르자 엄마는 "얼굴에만 바르면 되지 아깝게 뭐하러 몸에다 바르냐" 하신다.

로션 그거 얼마 한다고. 우리 애들 목욕 후에는 로션이며 크림이며 꼼꼼히 챙겨발라주면서도 엄마가 돈 아끼느라 바디로션도 안 바르시는건 몰랐던 것이다.

을지로 한 고깃집에 액자에 쓰여 있던 문구가 떠올랐다.

'애완동물 병이 나면 가축병원 달려가고
늙은 부모 병이 나면 그러려니 태연하고'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 피부건조증 생기면 득달같이 동물병원 데려가면서 나이 드신 부모님 거친 피부는 당연하다 생각하고 여기저기 아프시다는 말씀에도 '나이 들면 어쩔수 없죠'라며 흘려들었던 딱 내 얘기구나.


SNS 올려둔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을 보다 보니 이때만 해도 엄마가 지금보다 한참 젊어 보인다.

아이 낳고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할 때 친정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빨래도 안 하고 잠도 푹 자면서 정말 꿀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엄마가 이때만큼만 젊고 건강하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병원 간병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순간에도 불편한 자신 몸보다 여전히 딸 걱정을 하신다.

"너무 애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지 말고 네 몸부터 챙겨. 내 딸 너무 힘들어서 어떡하니."

내 아이들 맛난 거 사주고 우리 가족 맛집은 맨날 찾아다니면서 부모님 맛난 거 사드린 건 일 년에 몇 번이나 됐던가. 아이들 데리고 여행은 많이 다니면서 부모님과는 '나중에 여유있을 때 가지 뭐' 미뤘는데 어느새 그 분들은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 많이 걷지 못하신다. 내 몸이 힘들 땐 편하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투정과 짜증을 부리기도 했는데 건강하실 때 여행도 같이 다니고 더 잘해 드릴 걸.

엄마가 행복해야 육아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못된 엄마'로 살아왔는데 나밖에 몰랐던 '못된 딸'이기도 했던 나를 반성한다.


워킹맘 육아 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부모i판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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