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에 규제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입력 2019-02-11 09:45   수정 2019-02-11 10:09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혁신은 열린 자세와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시작된다


세계적 제약사인 바이엘은 해마다 독일 베를린에서 ‘그랜츠포앱스’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그랜츠포앱스는 세계 10개국에서 스타트업을 뽑아 각국에서 사전 엑셀러레이팅을 거친 후 가장 우수한 4개 스타트업을 최종 선발해 베를린 본사로 데려가 100일간의 집중 엑셀러레이팅을 실시한다. 이 기간 동안 바이엘의 다양한 사업부서들과 사업 기회를 찾는 매치 메이킹 프로그램을 통해 메디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또한 바이엘이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과 비즈니스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재작년에 그랜츠포앱스 베를린에 참여했던 우리도 유럽 최대의 병원인 샤리떼병원(베를린의과대학병원)과 일할 기회를 얻었고, 지난해에는 글로벌 3위 제약사인 사노피와도 협업을 진행하는 등 유럽 시장 진출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제 설립 5년차밖에 안 된 스타트업 입장에서 세계적인 제약사와 대학병원들과의 협업이라는 놀라운 일들을 겪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에 대한 갈망과 열린 자세에 엄청나게 놀라고 있다. 바이엘의 그랜츠포앱스를 통해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과 수시로 만나면서 너무도 깊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샤리떼병원의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심장질환은 진단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진단 방법을 제시한 우리 회사의 기술에 대해 아주 흔쾌하게 동의했다. 사노피는 자신들의 과제를 전 세계에 공지하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회사의 제안이 채택돼 사노피 임원 미팅과 프랑스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러지’에서의 발표 기회를 제공받았고 협업까지 이어지게 됐다.

바이엘과 사노피는 모두 보수적인 기업들이다. 하지만 내부적 혁신에 대한 한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혁신의 과제를 풀기 위해 외부 솔루션에 대한 열린 자세로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신생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가 바이엘과 사노피, 샤리떼병원 같은 글로벌 강자들과 협업한 것은 바로 열린 자세와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코슬라벤처스는 인공지능(AI)이 의사의 80%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고, 중국에서는 AI 로봇이 의사면허증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AI는 심전도와 혈당, 혈압 등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예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의료 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가히 혁명적일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를 가로막는 규제는 차치하고라도, 국내 제약사나 의료계의 대처는 아직도 소극적이다. 물론 최근 서울아산병원이나 분당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과 의료기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흐름에 비한다면 우리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어보인다. 실제로 의료계와 협업을 원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의료계 종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혁신은 처음부터 엄청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바이엘과 사노피처럼, 샤리떼병원처럼, 열린 자세와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환경에서 혁신은 싹트고 꽃피울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승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패자가 될 것인가. 국내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그리 많은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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