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칸 80년' 미국·유럽·일본 잔치판 엎은 봉준호 '한국 첫 황금종려상'

입력 2019-06-04 09:35   수정 2019-06-04 10:47

뉴스래빗 #팩트체크 :) 칸 80년 황금종려상
△ 봉준호 '한국 첫 황금종려상' 숨은 가치

▽ 황금종려상 최다 수상국은 미국
▽ 미국·유럽 상위 4개국 56.5% 휩쓸어
▽ 칸 '톱5' 아시아 중 일본 유일 5회 수상
▽ 한국, 아시아 전체 6번째 황금종려상
▽ '기생충' 받은 만장일치 역대 22개작뿐





"Parasite(기생충), Bong Joon-ho(봉준호)"

한국시간 2019년 5월 26일 새벽. 프랑스 남부의 세계적 영화도시 칸(cannes)의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 72회 칸영화제 폐막식, 맨 마지막에 '기생충' 그리고 '봉준호'라는 두 단어가 호명됐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신작 영화 '기생충'으로 장장 80년 역사를 맞은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팔름 도르(Palme d'Or)를 거머쥐는 순간이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주연배우이자,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서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를 연기한 송강호와 부등켜 안았습니다.



국내 언론은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앞다퉈 대서특필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까지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을 정도죠. 칸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중에서도 최고 권위로 꼽힙니다. 그 영광 중에서도 최고는 황금종려상입니다. 그해 최고 작품을 만든 감독에게 수여됩니다. '기생충'의 한국 감독, 봉준호가 80년 칸, 그리고 한국 영화 100년 역사 처음으로 세계 최고의 '한국 감독'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습니다.

칸 영화제는 1939년 시작, 2019년 80년째를 맞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포화 속에서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80년 동안 72번 시상식을 열었습니다. 그 중 92개 작품을 만든 감독이 최고작품상 격인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호명됐습니다.


황금종려상은 칸영화제의 대상입니다. 그해 전세계 모든 영화를 통틀어 작품성과 시대적 사회성, 그리고 인간애가 가장 심오한 작품으로 대접받습니다.

봉준호 그리고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그토록 대단한 이유입니다. 2019년 5월 30일 국내 개봉 4일차(주말 포함)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어벤져스'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이순신의 사투를 내세운 애국 영화도 아닌 '기생충'의 이같은 흥행 속도는 '한국 첫 황금종려상'의 티켓 파워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 한가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 개인 영예뿐 아니라 '한국 첫 황금종려상'이란 의미입니다. 칸의 지난 80년 사를 돌아보면 황금종려상은 수상 감독 국가의 문화적 힘을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뉴스래빗이 지난 80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그리고 수상 국가를 분석한 이유입니다. 1939년 첫 칸 영화제부터 2019년 '기생충'까지 뉴스래빗이 수집한 칸 80년 황금종려상 역사를 데이터로 만나보시죠, 봉준호 감독 '기생충' 수상의 큰 의미를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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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1939년 첫 시상식부터 2019년 최근 시상식까지 수상작 전체를 수집했다. 1939년부터 2019년까지 80년간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는 92개작에 이른다.

보다 구체적인 감독의 출신 국가와 각 작품 정보를 보충하기 위해 위키백과를 참고했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을 맞아 뉴스래빗이 정리한 역대 수상작 목록을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공개한다.





황금종려상 최다 수상국 미국
미국·유럽 상위 4개국 56.5% 휩쓸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역대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미국입니다.



80년간 18개 미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총 92개작 중 20%에 육박하는 양이기도 합니다. 5개 중 하나는 미국 영화란 뜻입니다. 한 번씩 받아본 나라(14곳)를 모두 합해도 미국의 수상작 수에 못 미칩니다.

미국의 뒤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 차례로 이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80년간 각각 12편씩 수상작을 배출하며 공동 2위를 기록했습니다.

영화로 유명한 대표적인 유럽 국가들입니다. 영국도 10편으로 프랑스·이탈리아 못지 않은 수상 실적을 냈습니다. 국력으로 봤을 때 유럽을 대표하는 3대 국가입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4개국이 받은 황금종려상은 52차례나 됩니다. 1939년 칸영화제의 전신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Grand Prix du 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 시절부터 92개 작품 감독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랑프리를 포함해 황금종려상까지, 미국과 유럽 3개국이 56.5%를 휩쓴 셈입니다.

칸 80년사 톱5, 아시아 중 일본 유일
1954년부터 5회 대상 수상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다섯 번째로 많이 배출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3국(프랑스·이탈리아·영국)과 차이는 크지만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톱(TOP) 5에 들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65년 전인 1954년 '지옥문'으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1939년부터 1954년까지 첫 그랑프리를 수상했는데, 당시는 황금종려상이 아닌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상이었습니다. 그랑프리 맨 마지막해인 1954년, 그랑프리를 받았습니다.

이후 일본 영화가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한 건 1980년대부터입니다. 1980년 '카케무샤',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 1997년 '우나기', 2018년 '어느 가족'이 차례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죠. 1

954년 첫 수상 이후 30년이 지나서야 세계에서 작품성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이후 꾸준히 수상작을 내 '톱5' 세계 최고 영화 제작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한국, 동·남아 일본 중국 태국 이어 4번째
아시아 전체 6번째 황금종려상


한국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처음 황금종려상을 배출했습니다.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포함해 현존하는 나라 중 24번째, 아시아 국가 중에선 6번째입니다. 앞서 일본, 인도(1946년 그랑프리), 중국, 이란, 태국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만 놓고 보면 '기생충' 수상은 중국 일본 태국 다음 4번째입니다.


일본을 제외하면 2010년 태국, 1997년 이란, 1993년 중국, 1946년 인도가 영예를 안았는데요. 이 국가들도 각각 한 번씩밖에 못 받았습니다. 1946년 인도 영화 '니차 나가르', 1993년 중국 영화 '패왕별희', 1997년 이란 영화 '체리 향기', 2010년 태국 영화 '엉클 분미'로 말이죠.

그랑프리 시절 각각 1회 수상했던 인도(1946년), 일본(1954년)을 빼고, 순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시아 국가는 일본 중국 태국 한국 순 입니다.

일본은 1980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카게무샤(影武者)'로 첫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이어 일본의 대표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가 2회 수상 업적을 이뤘습니다. 1983년'나라야마 부시코', 1997년 '우나기'로 말입니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일본 거장이죠.

그리고 21년이 흐른 2018년 일본은 황금종려상 감독을 한명 더 배출했습니다. '어느 가족'의 구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었습니다. 일본 영화도 10~20년, 일본 외 아시아 영화들은 20~40년에 한 번씩 상을 받는 패턴을 고려해보면 '기생충'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2년 연속 아시아 수상 의미가 그래서 큽니다. 1997년 일본 영화 '우나기'와 이란 영화 '체리 향기'가 공동 수상한 적은 있어도, 2년 연속 아시아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석권한 건 칸 영화제 역사상 2019년이 처음입니다.

'기생충' 아시아 첫 만장일치 작품
'칸 80년' 만장일치 22개 영화 뿐


'기생충'은 칸 영화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에 선정됐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때로 '만장일치'로 결정되기도 합니다.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는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최고의 상을, 만장일치로 받은 영화는 '최고 중의 최고'의 영화라 할 수 있겠죠.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만장일치를 받은 건 22개작에 불과합니다. 92개 수상작 중 24% 정도죠. 4번에 한 번 꼴로 나오는 '수작'이란 뜻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아시아에선 첫 만장일치 작품입니다. 아시아의 '칸 맹주'인 일본도 만장일치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수상작 수에서 미국이 압도한데 반해 만장일치를 받은 작품은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각 5편으로, 뒤를 이은 미국, 그리스(각 2편)의 2배 이상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나온 황금종려상은 각각 12편씩인데요. 상을 받은 작품 중 절반 가까이가 '만장일치'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그리스는 황금종려상 수상작 2편 모두가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일본은 그리스보다 많은 5편을 배출했지만 5편 모두 만장일치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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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80년사' 문화 강대국의 잔치
봉준호 '아시아 거장 감독' 반열 기대감


영화는 종합예술로 불립니다. 시대상과 영상미, 사운드, 그리고 내러티브, 배우의 연기 등 저널리즘, 사진, 음악, 소설, 연극, 뮤지컬 등 수많은 장르가 영화라는 한 장르에 응축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봉준호 감독 개인 수상을 국가적 차원으로 해석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다만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만의 역량이 아닙니다. 함께 작업한 한국 영화 업계의 저력이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한 수백 스태프들의 영상미와 사운드, 배우의 연기력, 스토리텔링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 등이 다 함께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칸 80년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국가를 분석한 결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문화 강대국들의 잔치였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전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미국, 20세기 대중문화의 시발점인 영국, 자타공인 예술국가 프랑스, 르네상스의 본고장 이탈리아 그리고 아시아 대중문화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일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은 전세계 문화 강국에 한국의 이름을 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수차례 칸 황금종려상 문턱을 두드려온 '100년 역사' 한국 영화계가 이토록 흥분하고 술렁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1969년 생, 올해 만 50세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환갑 나이에 '사이코' 같은 걸작을 탄생시킨 알프레드 히치콕을 언급하며 "60세까지 현역에서 뛰고 싶다"고 말하곤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한번 더 황금종려상을 받는다면, 일본의 이미무라 쇼헤이와 함께 '아시아 황금종려상 2회 수상' 감독 반열에 오릅니다. '기생충'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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