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 ‘5000억원 짜리 예수 초상화’…"지금껏 사우디 왕자 요트에"

입력 2019-06-12 09:29   수정 2019-06-12 09:29



(선한결 국제부 기자) 가격이 5000억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갖게 됐다면 어디다 두는게 좋을까요. 통상 미술 콜렉터들은 그림을 샀을 때 전용 수장고에 보관합니다. 일부 자산가들은 집이나 사무실에 걸어두기도 하고요. 주요 작품일 경우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빌려줘서 관리를 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슈퍼리치’의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예술전문매체 아트넷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홍해 일대를 항해 중인 초호화 요트에 걸려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아트넷은 2017년 경매 당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억5030만 달러(약 5318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된 유화 ‘구세주(살바토르 문디)’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요트에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아트넷은 당시 경매에 관여했다는 관계자 두 명을 인용했는데요. 작품이 한밤중에 빈 살만 왕세자의 전용기에 실려 그의 요트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 그림을 2017년 11월 경매에 올린 크리스티사는 ‘르네상스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께 그린 그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당시 전 세계에 20점도 채 남아 있지 않은 다빈치의 작품 중 유일하게 개인이 소장한 작품으로 알려졌죠. 그림은 축복을 내리기 위해 오른손을 들고, 왼손으로는 크리스털 구슬 장식을 잡고 있는 예수의 상반신 모습을 담았습니다.

당시 낙찰가는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낙찰가(1억7940만 달러)의 두 배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경매 직후엔 낙찰자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사우디의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마드 빈 파란 알 사우드 왕자가 그림을 사갔다고 보도했죠.

올해 서른 세살인 바데르 왕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매 약 반년 뒤인 작년 4월 사우디 문화공보부 이사진으로 지명됐고 두달 뒤인 작년 6월엔 사우디 초대 문화부 장관에 올랐죠. 미술시장에선 바데르 왕자가 작품을 대신 낙찰받은 중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트넷이 ‘구세주’가 걸려있다고 보도한 빈 살만 왕세자의 요트는 길이가 134m에 달하는 초호화 요트입니다. 2011년 러시아의 주류업체 재벌인 유리 셰플러 SPI그룹 대표가 주문해 건조했습니다. 이후 빌 게이츠가 주당 500만 달러(약 59억 원)에 렌트해 쓰다가 빈 살만 왕세자에 팔렸다고 하는데요.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요트 값으로 약 500만 유로(약 66억8000만원)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배 추적 서비스에 따르면 이 요트는 지난달 말 기준 이집트 리조트 밀집지 인근 홍해에 있습니다.

일각에선 수백년 된 초고가 그림을 요트에 걸어놓는게 작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바닷바람을 맞는 환경이 유화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고가 그림을 요트에 걸어놓는게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영국의 사업가 조 루이스는 자신의 요트에 프랜시스 베이컨의 ‘삼면화 1974-1977’을 걸어뒀습니다. 이 작품은 추정가치가 7000만 달러(약 826억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루이스는 영국 부호 10위 내에 드는 거부인데요. 축구선수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의 구단주로도 유명합니다.

그림 하나 가격이 5300억원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의 금액인걸까요. 한국 기업이 지난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로부터 구입한 장비 가격을 모두 합치면 5000억원 가량이 된다고 합니다. 부동산으로 환산하면 평균 10억 원인 아파트 소형 단지(500가구 기준)를 통째로 걸고 다니는 수준입니다.

고가 아파트로 계산해봐도 상당한 금액인데요.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44.75㎡ 펜트하우스가 올해 초 84억원에 팔린 것을 고려해보면 펜트하우스만으로 대략 60채 이상을 살 수 있는 가격이네요. 요트와 그림 하나만 치더라도 약 5400억원 만큼이 홍해를 항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끝) /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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