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열목어 숨쉬는 봉화 계곡으로…즐기자! 선비의 풍류를~

입력 2019-06-30 15:05  

여행의 향기

백두대간 물줄기 흐르는 경북 봉화 계곡 6選




백두대간 태백산의 물줄기를 따라 봉화의 깊은 숲에 흐르는 계곡은 물이 맑고 차다. 한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로 계곡만 한 곳이 있을까. 숲은 더 짙어지고, 물은 더 차가워진 봉화의 산골짜기로 물소리와 바람을 맞으러 떠나보자.

유서 깊은 마을 앞에 흐르는 석천계곡

봉화읍 삼계리에 있는 석천계곡은 백두대간 문수산을 분수령으로 유곡리로 흐른다. 기암괴석이 많아 석천(石泉)이라고 한다. 계곡은 너럭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폭이 넓다. 물이 깊지 않아 물놀이하기 좋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둘러싼 수려한 경관이 품은 계곡 바위에는 ‘청하동천(靑霞洞天)’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충재 권벌의 5대손인 권두응이 쓴 글씨는 ‘하늘 위에 있는 신선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빼어난 풍경 탓에 석천계곡에 도깨비들이 몰려와 석천정사에서 공부하던 서생들을 괴롭혀 바위에 글씨를 새기고 붉은 칠을 해 도깨비들을 쫓아냈다고 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 건너편에는 청암 권동보가 춘양목으로 지은 석천정사가 있다. 선비들이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학문을 다스렸다. 석천정사 담장 아래로 흐르는 계곡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계곡을 돌아 솔향기 가득한 솔숲 갈래길로 나오면 권벌의 안동 권씨 종가가 마을을 이룬 닭실마을과 청암정, 삼계서원, 충재유물 전시관 등 조선시대 유교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함께 있는 석천계곡은 봉화 8경 중 제3경으로 꼽힌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이 저술한 지리지 택리지에서 경주의 양동, 안동의 내앞, 풍산의 하회와 함께 삼남지역의 4대 길지로 꼽을 만큼 좋은 땅이다.

열목어가 서식하는 백천계곡

태백산에서 석포면 대현리를 거쳐 청옥산 아래로 흐르는 백천계곡은 세계적 희귀어종인 열목어가 낙동강 유역에서 유일하게 살고 있는 곳이다. 열목어는 한여름 수온이 20도 이하이고, 용존산소량(6ppm 이상)이 풍부한 물에서만 살 수 있는데, 백천계곡에 예민한 열목어가 서식하는 것은 그만큼 물이 맑고 시원하다는 얘기다.

봄에는 산란하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열목어 떼가 장관을 이룬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함께 수달도 살고 있다.

백천계곡은 물이 좋기도 하지만 풍경 또한 수려하다. 암석 봉우리가 우뚝 솟은 깊고 푸른 산은 봉화 8경 중 제4경으로 꼽힌다. 멀리서 바라보면 달같이 둥실 떠 있는 달바위봉 모양이 기묘하다.

백천계곡을 따라 난 길에는 청아한 물소리와 사과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초록빛이 울창한 숲길에선 눈이 맑아진다.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오감으로 느껴지는 길마다 테마가 있다. ‘산들마을길’에는 계곡을 따라 피어 있는 야생화가 바람에 살랑인다.

물소리만 가득한 고요한 계곡의 ‘물소리길’을 걷다 보면 사과 향기 가득한 ‘과수원길’을 만난다. 봄에는 하얗게 핀 사과꽃이 눈부시다. 가을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사과가 탐스럽다. 나무의 피죽으로 만들어진 나무다리를 지나 당집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길’은 독특한 모양의 다리를 건너면서 소원을 비는 길이다. 6채의 집만 남아 있는 백천마을의 끝집을 지나 태백산 탐방로로 향하는 ‘계곡깊은길’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걷는 사색의 길이다.

청량산을 휘감아 도는 물길 매호유원지

명호면 도천리에 있는 매호유원지는 낙동강과 운곡천이 합류해 청량산을 휘감아 도는 물길이 장관이다. 태백산맥과 일월산맥 황우산이 만나는 곳이라 산수가 수려하다. 매호유원지는 500여 년 전 안동 권씨 사온이라는 사람이 산과 물이 만나는 모습이 매화꽃이 떨어지는 모습 같아 매호(梅湖)라 불렀다. 은어와 잉어가 많이 잡혀 옛날부터 낚시터로 이름 났다. 산이 깊고, 물길도 깊어 등산과 낚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낙동강의 거친 물살을 따라 온몸으로 하얀 물보라를 맞으면 한여름 더위도 금세 달아난다.

낙동강과 운곡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용소는 명주꾸리 세 개를 풀 수 있을 만큼 깊은 소가 있고, 옛날에 용이 살았다고 한다. 매호유원지 하류 암반에서 흘러나오는 용천수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의 마른 목을 적시는 샘물이다. 35번 국도를 따라 안동과 청량산을 거쳐 명호면과 삼동재를 지나 노루재, 넛재를 넘어 태백시로 통하는 자동차 드라이브 길도 아름답다.

선비의 풍류가 흐르는 사미정계곡

법전면 소천리에 있는 사미정계곡은 물이 맑기로 이름 났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운곡천 물길을 따라 옥계정, 창애정 등 많은 정자가 세워졌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오래된 정자는 옥천 조덕린이 만년에 수양하고자 조선 영조 3년(1727년)에 지은 정자다. 그의 호를 딴 정자는 나중에 후손들이 새로 보수하고 정자 이름을 사미정으로 바꿨다. 정자에 걸린 현판 글씨 ‘사미정(四未亭)’과 내 현판인 ‘마암(磨巖)’은 정조 때 재상인 채제공의 친필이라고 한다. 수려한 경관을 품은 계곡에는 풍류를 즐겼을 정자가 있고, 그 아래 폭넓은 물 사이로 넓은 바위가 펼쳐져 있다. 맑은 물에서 다슬기도 많이 잡힌다. 계곡 앞에는 평상을 펼쳐 놓은 음식점도 있다.

참새가 날아가는 모양의 참새골

춘양면 애당리에 있는 석문동 참새골은 예전에 약수와 같은 참샘이 있었다. 금강송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계곡에 물이 많았다. 마을 북쪽에 있는 산이 참새가 날아가는 모습 같아 참새골이라 불렸다. 마을로 들어서면 양쪽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그 사이로 사람이 겨우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두 바위가 석문 역할을 한다고 해서 석문동이라 부른다. 숲이 깊고, 수량이 풍부해서 천연 요새지로 전쟁 당시 이곳으로 피난했다. 나무 중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춘양목이 우거진 참새골은 정감록에 십승지지(十勝之地)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청정봉화의 가장 긴 계곡 고선계곡

소천면 고선리에 있는 고선계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계곡 중 가장 길다. 무려 40㎞가 이어진 원시 계곡에서 청정봉화의 수려한 경관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태백산의 계곡 중 으뜸으로 여기는 빼어난 풍경은 ‘아홉 마리 말이 한 기둥에 매어 있는 구마일주(九馬一柱)의 명당’이 있어 구마계곡이라고도 한다.

굽이굽이 흐르는 협곡의 좁은 길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느슨하다. 봉화 8경의 제8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고선계곡,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장소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이솔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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