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런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테크기업' 집중육성

지수희 기자

입력 2016-11-22 10:30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던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는 그 변화가 `쓰나미`처럼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이미 2010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성장전략 아래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왔고, 영국은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한국경제TV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정부 주도하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의 주요기관을 방문해 준비상황을 살피고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 사진 = 런던 테크시티 전경 / 사진 : 런던 & 파트너스 제공)

◇ `위기의` 런던, 기술(Tech)기업에 주목..`가능성`에 투자

2008년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런던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간 200만달러의 관광수입을 벌어들이던 런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2010년 새로 정권을 잡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런던 경제를 회복시킬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런던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당시 스타트업들은 싼 임대료를 찾아 낙후된 올드 스트리트 (Old Street) 지역에 모여있었다. 캐머런 총리는 2011년 3월 이 지역을 `테크시티(Tech-city)`로 만들기 위한 조직을 본격 결성했다.

지난 8일 테크시티 육성 조직을 이끌었던 에릭 반 더 클레이(Eric Van der Kleij) 영국 무역투자 진흥청 핀테크&블록체인 자문위원회장을 런던 올드 스트라트의 위워크(wework, 스타트업 등을 위한 사무실 공유서비스 공간)에서 만났다.


(▲ 사진 = 에릭 반 더 클레이 영국 무역투자 진흥청 핀테크&블록체인 자문위원회 회장)

핀테크 분야에서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있는 에릭은 자신의 실패 경험을 살려 신생기업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스타트업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빠르고 구체적으로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영국정부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우선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영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자를 개방했다. 에릭은 "비자를 완화해 준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영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영국이 문을 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테크시티는 온라인으로 입주 신청을 하고,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책상과 의자 등 작은 공간을 임대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빠른 시스템을 지원한다.

세금 혜택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창업지원 일환으로 엔젤투자자에게는 투자 금액의 절반부분에 대해 감세 혜택을 지원하고, 스타트업들도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용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었다. 창업자가 회사 주식을 매각할 때 내야할 세금도 10% 이하로 낮췄다. 일반 사업자가 30~40%의 세금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혜택이다.

그 결과 런던에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100만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그리고 당시 슬럼가로 분류됐던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는 현재 영국 IT 스타트업의 시초이자 산업 부흥의 아이콘으로 탈바꿈했다.

이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도 진행됐다. 2011년 설립된 런던&파트너스라는 홍보기구는 특히 디지털기술, 창의 산업, 생명과학,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애썼다. 런던&파트너스는 베이징, 뭄바이, LA, 등 6개 도시에 영업팀을 배치해 기술력 있는 해외 기업들이 런던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영국 정부와 런던 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최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런던에 본사를 두기로 결정하는 등 기술 기업들이 최근 7~8년간 런던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데이비드 슬래터 런던&파트너스 무역투자부문 이사는 "런던은 금융을 비롯해 광고, 미디어, 생명과학, 예술 등 다양한 비즈니스가 모여 있어 여기에 ICT기술력이 더해지면 기존 산업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탈바꿈(disruption) 할 수 있는 좋은 도시"라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들이 런던에 정착할 수 있도록 환경과 정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 런던앤파트너스의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 사진 = 데이비드 슬래터 런던&파트너스 무역투자부문 이사)

실제로 런던의 테크시티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 생활을 변화시킬 기술력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부동산투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프로퍼티 파트너`나 주문형 음식배달서비스 `딜리버루`, O2O 배송스타트업 `윙스` 등이 여기서 탄생했다.


◇ 세계 최대 핀테크 지원센터 `레벨 39`

테크시티에서 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새 금융중심지 카나리워프. 이곳에는 HSBC, 시티은행, JP모건, 크레딧스위스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기관들 사이에 둘러싸인 원 캐나다 스퀘어 빌딩 39층에는 `레벨39`라고 붙여진 스타트업 육성기관(액셀러레이터)이 존재한다.

세계 최대 핀테크 지원센터로 평가되는 `레벨39(Level39)`는 엑센트리(Xntree)라는 액셀러레이터가 운영하며, 현재 핀테크와 스마트시티 분야 스타트업 230여 개가 입주해있다.

엑센트리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입주한 기업들은 이 곳에서 멘토나 투자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네트워크와 정보를 얻는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다. 레벨39는 입주기업들이 언제든지 투자자 또는 멘토와 교류가 이뤄지도록 제반사항을 갖춰놓았다. 늘 커피와 차가 제공되며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종소리와 함께 갓 구운 쿠키가 제공 돼 투자자들 뿐 아니라 입주기업들 끼리의 공식적인 교류의 장이 열린다.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포럼 장소 뿐 아니라 간단한 식사와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까지 레벨39 내에 모두 마련돼 있다.



(▲ 사진 = 런던 카나리워프에 위치한 세계 최대 핀테크 육성기관 `레벨39` 내부모습)

조 킴 엑센트리 부사장은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또 다른 하나는 보유한 기술을 빨리 제품화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을 적시에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곳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무료는 아니다. 자리가 고정된 책상을 사용하려면 한 달에 525파운드(약 76만원, 세금별도), 사무실을 임대하려면 한 달에 2600파운드(약380만원, 세금 별도)를 내야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입주기업에 제공되는 멘토링이나 홍보, 투자자 연결 등의 서비스 때문에 레벨39에 입주를 기다리는 기업은 1천여 곳이 넘는다.

현재 영국 뿐 아니라 서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이 모여 있으며 최근 한국의 핀테크 기업인 KTB솔루션(인증), 파봇(자동자산관리), 오윈(결제), 페이콕(결제) 등 10곳도 입주를 결정했다.

지난달 21일 입주한 KTB솔루션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신분증 사진과 수기 싸인을 등록해 놓으면 본인 확인 시 스마트폰 카메라로 셀카를 찍은 후 스마트폰 화면에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본인인증이 가능한 기술이다.

김태현 KTB솔루션 전략사업본부 수석연구원은 "레벨 39에 들어온 후 시티은행 의사 결정권자를 직접 만나 기술력을 설명하고 기술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으며 소시에떼제너럴의 아프리카 모바일 뱅킹 진출 테스트에 판매사로 참여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며 레벨39의 서비스에 만족해했다. 한국금융기업들의 경우 모바일 인증 등의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업체만 참여할 수 있어 KTB솔루션은 이 곳에서 최대한 글로벌 기업과의 레퍼런스를 많이 쌓을 예정이다.

역으로 레벨39에는 핀테크 기술로 한국에 진출을 기대하는 기업들도 있다. 로보 어드바이저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리스크 세이브(risk save)`의 다니엘 타마스 헤스팅스 CEO는 "레벨39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현재 독일에서 본격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으며 한국의 IT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핀테크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이곳에서 한국 진출의 기회를 찾고 싶다"고 설명했다.

레벨39는 스타트업이 39층에서 제품 상용화에 필요한 자금(약 5억~10억)을 유치하면 조금 더 넓은 공간이 있는 42층으로 자리를 옮겨 그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췄다.


(▲ 사진 = 런던 카나리워프 지역 원 캐나다 빌딩 39층에 위치한 레벨39)

현재 영국에는 7천여 개 기업에서 17만 명이 핀테크 업체에서 종사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수가 100여 개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영국의 테크기업 지원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의 핀테크 기업이 `결제` 부분에 치우쳐 있는데 비해 영국은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금융데이터 분석업체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 특히 레벨39에 입주한 230여개 기업가운데 약 40여개 데이터 분석업체이며 데이터 분석기업 가운데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낸 곳도 있어 우리나라 핀테크 발전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조 킴 엑센트리 부사장은 "한국의 경우 기존 사업자들을 보호하려는 규제가 강해 국내 시장 진입 장벽이 어려울 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이 아직은 제한적"이라며 "기술력을 갖춘 한국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해외시장에 소개하고 다시 한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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