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력이 국력] 한국형 마블스튜디오 꿈꾸는 '우뢰매 덕후' 김동원 피규어뮤지엄w 관장

유오성 기자

입력 2017-07-07 15:01   수정 2017-07-07 15:04

덥수룩한 까까머리에 다리가 벌어진 안경을 쓰고 어두운 방 한 구석에 앉아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 주로 일본 애니매이션이나 게임, 만화의 주인공, 피규어 등을 대상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춰졌던 오타쿠(오덕후)들은 더 이상 은둔이나 폐쇄, 고립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수집한 지식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이전엔 없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낸다. 주류의 관심이 비껴갔던 분야를 깊게 파고 들면서 취미 수준을 넘어 직업적으로도 성공한 덕후들을 만나보자.


(▲사진 = 김동원 피규어뮤지엄w 관장)

◆ 우뢰매에 빠진 아이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이 곳 피규어뮤지엄w는 피규어 매니아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 1억원이 넘는 고가의 피규어부터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제품들이 지하 2층부터 지상 6층에 달하는 건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피규어를 판매하는 스토어 형태가 아닌 수집가들이 직접 모은 제품을 박물관처럼 전시하고 꾸며 놓은 것이 피규어뮤지엄w의 특징이다.

김동원 피규어뮤지엄 관장은 우뢰매에 푹 빠진 우뢰매 덕후다. 우뢰매는 덕후들 사이에서도 비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영화가 너무 오래됐고 그러다보니 스토리가 약하다. 당시 나온 굿즈(캐릭터를 대상화한 상품)들도 많이 없다. 미국과 일본의 영화와 만화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김 관장은 우뢰매를 만났던 날의 강렬한 인상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가운데 로봇을 전면에 등장시킨 영화는 아마 우뢰매가 처음이었을 거에요. 특히 기계장치를 이용해 인간의 신체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는 설정에 마음이 끌리더군요."

어린 시절 우뢰매를 보고 난 뒤 김 관장은 브로마이드와 비디오테이프 등 우뢰매와 관련된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진 = 피규어뮤지엄w)

◆ 영화감독, 우뢰매의 부활을 꿈꾸다

사실 김동원 관장은 CF와 영화감독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난 1993년과 1995년 대우자동차의 ‘다마스’와 퓨마 ‘마테우스’ 광고를 제작해 한국방송광고대상을 받으며 CF 감독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영화판으로 넘어가 예고편 제작자 등을 거친 김 관장은 2006년 영화 ‘투사부일체’로 전국 6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감독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은 모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예를 들어 우뢰매는 지금까지 1,000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보고 자랐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런 캐릭터들이 발전돼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죠."

우뢰매의 영화화를 구상하고 있던 찰나 기회가 찾아왔다. 피규어뮤지엄w를 설립한 공동대표 3인이 김 관장에게 관장직을 제안한 것이다.

"광고감독을 하던 시절 만났던 분들인데 2차적으로 캐릭터 산업에 진출을 하고 싶어하셨어요. 한국형 마블스튜디오를 만들자고 하셨는데 마침 제가 그런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국산 캐릭터들을 제대로 콘텐츠화 시켜보자는 의미에서 영입하신 거죠."

지난 2016년 박물관에 합류하며 김 관장이 관심과 애정을 쏟은 분야는 역시 우뢰매였다. 가장 먼저 챙겼던 피규어가 우뢰매였을 정도로 김 관장이 우뢰매에 대해 가진 사랑은 남달랐다. 우뢰매 피규어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수소문을 해야 하기도 했다. 김 관장은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우뢰매 피규어를 찾은 순간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뢰매가 나올 당시엔 우리나라에 피규어 시장이라는게 없어서 물건 있는지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소장하신 분을 찾게 됐고 지금 전시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럴 때 뿌듯함을 느끼죠."


(▲사진 = 피규어뮤지엄w)

◆ `머지 않은 꿈` 한국의 마블 스튜디오

김 관장이 오고 난 이후 피규어뮤지엄의 방향은 크게 변화했다. 처음 기획할 땐 단순히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공간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그 시작이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우뢰매 영화화 사업이다. 실제로 김 관장은 우뢰매의 판권과 저작권을 구입하고 현재 영화 속 이야기의 배경을 그리는 작업인 ‘그래픽노블’ 단계를 진행 중이다.

김 관장은 아이언맨과 건담 등 미국과 일본의 캐릭터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반면 국내 캐릭터들은 힘을 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피규어뮤지엄엔 국내 캐릭터만을 전시한 한국관이 없어요. 우리나라 캐릭터들은 이야기가 약하다보니 2차 캐릭터 사업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의 1차 목표는 피규어뮤지엄 안에 우뢰매와 태권V처럼 한국 캐릭터 만으로 꾸며진 전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 `캐릭터 산업` 눈에 보이는 블루오션

피규어뮤지엄의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대략 200에서 300명 수준이다. 주말엔 배 이상 늘어난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피규어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매니아들만 방문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학생들이 체험학습 목적으로 오기도 한다. 피규어에 대한 인식이 그 사이 빠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공부안하고 게임하면 논다고 구박 받았지만 지금은 넥슨이나 넷마블 같은 게임 회사가 우리나라를 주름잡는 기업으로 성장한 걸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이 분야도 크게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캐릭터와 관련된 분야는 지금이 블루오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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