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그램 포맷이 글로벌 트렌드…잠재력 크다"

입력 2019-02-16 07:30  

"한국프로그램 포맷이 글로벌 트렌드…잠재력 크다"
SBS '더 팬' 포맷 공동개발한 佛 바니제이그룹 뤼시 갸부르댕
김영욱 '더 팬' PD "K-포맷 독창성, 해외서 좋은 평가 받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지금 글로벌 포맷 시장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SBS TV가 지난해 말 '팬덤 중심의 음악 예능'을 표방하며 제작한 '더 팬'은 지난 9일 종영하며 약 2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K팝스타'와 '판타스틱 듀오' 제작진이 뭉친 예능으로 주목받았지만, '더 팬'은 글로벌 포맷 프로덕션 바니제이 그룹과 SBS가 공동으로 개발한 포맷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바니제이 그룹은 16개국에 제작사를 가진 세계적인 포맷 프로덕션이다. 네덜란드 엔데몰-샤인과 함께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포맷 프로덕션으로 꼽힌다.
최근 5년 사이 한국은 이스라엘, 터키의 뒤를 이어 글로벌 포맷 산업계의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2017년에 나온 'C21 포맷 리포트'에 한국은 글로벌 포맷계의 강자로 지목됐다.
포맷이란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요소를 아우르는 구성안을 뜻하는데, MBC '복면가왕' 포맷이 미국으로 건너가 '마스크드 싱어'가 된 것처럼 한국 포맷 수출이 늘고 있다.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바니제이 그룹 뤼시 갸부르댕(Lucie Cabourdin) 글로벌 개발 총괄과 김영욱 SBS PD는 한국 방송사들의 포맷, 즉 K-포맷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뤼시 갸부르댕 총괄은 '더 팬' 포맷을 공동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들려줬다.
그는 "목표는 처음부터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포맷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음악은 문화적 차이에도 국경을 넘어 누구에게나 통하는 콘텐츠라서 음악 예능을 하기로 SBS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더 팬' 포맷 공동개발은 바니제이 그룹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판타스틱 듀오'의 김영욱 PD와 음악 예능 포맷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갸부르댕 총괄은 김 PD가 '판타스틱 듀오'의 플라잉 PD(원제작사에서 파견하는 연출 자문 PD)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을 때 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갸부르댕 총괄은 "마드리드에서 같이 일할 때 느낌이 좋았다"며 "신뢰가 바탕이 돼야 협업이 잘 이뤄지는데 김 PD와는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했고, 그 신뢰가 결과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음악 예능 중에서도 '팬덤이 중심이 되는 포맷'이라는 개념은 2017년 8월 서울에서 1차 브레인스토밍 회의가 열렸을 때 바니제이 그룹이 낸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갸부르댕 총괄은 "예전에는 기획사에서 만들어 낸 스타가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팬들이 스타 탄생에 관여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래서 팬을 중심으로 한 포맷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 팬' 포맷이 실제로 팔리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았다. 방송사가 제작도 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방송 대부분은 외주 제작이기 때문이다.
갸부르댕 총괄은 "현재 흥미를 가진 제작사가 몇몇 있고, 조만간 제작사가 방송사에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팬'은 처음부터 글로벌 포맷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글로벌적 요소를 많이 지녔다. 수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공동개발 계약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포맷 유통은 SBS가, 비아시아 지역의 포맷 유통은 바니제이 그룹이 담당한다.
글로벌 미디어 산업계에서 K-포맷의 가능성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갸부르댕 총괄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콘텐츠·포맷 시장에서 한국 포맷은 굉장히 창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예전에 이스라엘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 한국이 주목받는 게 시장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한국 창작자들을 위해서는 "단순한 포맷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 포맷은 다소 복잡한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가세요. 그리고 한국만이 가진 독창성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미친 것 같은 참신함(crazy)을 꼭 유지하세요."(웃음)



'판타스틱 듀오' 포맷을 해외에 수출한 경험이 있는 김영욱 PD는 "한국에서 나오는 다양한 포맷의 잠재력을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한국은 자원 빈국이라 소프트웨어가 가진 잠재력이 아니면 먹고 살길이 없고, 그래서 경쟁도 심하다"며 "그런 피 터지는 경쟁 상황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에 대한 가치를 외국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 팬'은 유튜브 '더 팬 TV'라는 채널을 통해 본방송에서 담지 못하는 가수들의 일상생활 같은 콘텐츠를 내보냈다.
김 PD는 "그것들이 바로 '팬질'의 중요한 요소"라며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관객과의 상호작용은 다른 나라에서 포맷을 따라 제작할 때도 똑같이 담기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판타스틱 듀오'를 수출하며 배운 점을 '더 팬'의 제작 과정에는 물론, 바이블(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집대성한 매뉴얼)을 쓰는 데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아직도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만 해외에선 99%가 외주 제작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섭외가 어려워진다"라며 "캐스팅 여건 등 그들의 환경까지 고려하며 바이블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한국에서 음악 예능 무대는 라이브 밴드가 꼭 있는데 마드리드엔 밴드가 없었다. '밴드 없이 어떻게 음악쇼를 하지' 했는데 녹음해서 깔더라"라며 "'더 팬'에선 밴드를 없애고 사전녹음을 한 덕분에 매우 많은 제작비를 줄였고 가수들도 편하게 노래했다"고 전했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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