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술금융 활성화 ‘무리수’‥관치금융 폐해 우려

박병연 부장 (부국장)

입력 2014-09-01 11:27   수정 2014-09-01 13:46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의 기치를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 활성화 정책이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단기 성과에만 매몰돼 정책 실패에 따른 후폭풍은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은행들이 담보나 보증 위주의 자금중개 역할만 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가치인 창조경제, 다시 말해 독일식 강소기업 육성이 불가능한 건 사실입니다.



은행 자금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흘러들어가야 재정지출 확대나 기준금리 인하로 풀어놓은 시중 자금이 경제성장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잘못됐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즉 강소기업 육성이 단순히 은행들의 자금 지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공생발전’이니 ‘동반성장’이니 `녹색성장`이니 하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여러 이름으로 포장돼 추진됐지만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추진된 정책들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할 일들을 대기업이 나눠서 하라는 게 골자였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들에게는 당근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채찍이 주어졌습니다.

심지어 경제부처도 아닌 국가 정보기관까지 동원돼 대기업들의 동반성장실적과 투자실적, 고용실적 등을 매월 체크해 가며 독려했지만 효과는 그 때 뿐이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부 정책이 한 곳으로 집중되긴 마찬가지.

그 칼날이 과거에는 대기업을 향했고, 지금은 금융권을 향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하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건전성 확보가 최우선이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 됐고, 여러 가지 당근들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기술금융 실적, 즉 중소기업 대출을 은행들에게 할당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본시장을 통한 창업·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삼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금융권 총자산의 60% 이상(지난해 말 햔재 2101조3600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들을 동원하지 않고는 창조경제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 같은 판단에서 출발한 게 기술금융입니다.

문제는 위험투자 성격이 강한 기술금융에 자본시장이 아닌 은행권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게 우리 경제구조상 바람직하냐는 것입니다.



그동안 예대마진 위주의 자금중개 기능에만 충실하며 배를 불렸던 은행들도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기술금융에 배팅하라는 정부 정책에 찬성하긴 어렵다는 이야깁니다.

은행들은 우선 중소기업 대출 부실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습니다.

실제 은행권 대출이 있는 중소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지난해 39.5%로 전년보다 2.8%포인트 늘었습니다. 신규 연체 규모도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과거 IB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했던 증권업계 처럼 은행들은 기술금융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여신 담당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아무리 객관적인 기술평가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이 기술이 상용화 돼 수익을 내는 사업이 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은행의 몫인 만큼,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정부 정책만 믿고 기술금융을 늘렸다가 자칫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정부 정책만 믿고 시장에 들어온 증권사나, 저축은행들이 지금 어떻게 됐냐”며 “기술금융 확대 정책도 교육정책이나 산업정책 등과 연계헤 중장기적으로 추진핳 정책이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호들갑을 떤다고 되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