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김태용 감독 "여성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한다" [인터뷰②]

입력 2017-01-12 10:36  


김태용 감독은 `거인`이란 작품을 통해 각인 되었다. 청춘의 성장통에 관한 영화였다. `거인`에는 열일곱 소년 영재(최우식)가 아무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갓 사회에 뛰어들어 이리저리 치일 때라 그의 영화가 특히 마음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김태용 감독이 신작을 내놓았다. 영화 `여교사` 다. 김태용 감독은 전작 거인에 이어 `생존`에 대한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엔 생존을 위해 자존감마저 포기한 주인공 효주(김하늘)가 나온다.
20대 초반 충무로에 뛰어들어 올해 서른한 살이 된 김태용 감독 영화의 주요 키워드는 `살아남기` 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전작 거인보다 더 독하다. 거인에서 영재의 미래는 영화 끝부분에 다다라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지만 `여교사` 효주가 벌이는 생존을 위한 싸움의 결과는 처참함 그 자체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효주가 느끼는 열등감, 모멸감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캐릭터의 감정에서 비롯된 서사의 힘을 중시하는 그의 연출법이 `여교사`에서 절정에 다다른 점도 이번 영화에서 두드러진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 배우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끌어 냈다.
유인영, 이원근은 드라마에서 소비되는 이미지에 대한 저항 심리였다. 특히 이원근은 김하늘, 유인영 선배가 서운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이원근에게 유독 신경을 쓴 이유는 뭔가.
이원근이 소비되는 이미지가 판에 박힌 꽃미남이다. 그 배우의 생명선을 연장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그런 이미지는 더는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아야 하는데 그런 욕심이 컸던 것 같다. 또 영화 데뷔작이고 드라마와는 다르니 감독과 소통하는 법이나 그런 것들을 더 가르쳐주려고 했다.
김하늘을 캐스팅한 이유는 뭔가.
우리 영화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위해선, 아무래도 효주와 이미지가 비슷한 배우보다 한 번도 이런 영화를 하지 않았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또 배우가 중심이 되는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이에 가장 적합한 배우로서 김하늘 선배님이 떠올랐다. 평소 선생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효주와는 달리 맑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배우 김하늘이 욕망에 젖어 점차 어두운 속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면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감독의 생각대로 김하늘이라는 배우가 파격적인 변신에 성공한 것 같다.

청량하고 맑고 청순한 이미지를 확 뒤집어서 깊고 어두운 속내를 보이고 싶었다. (김)하늘 선배는 `멜로퀸`이라는 수식어가 있지 않나. 사랑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기존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감정 연기에 대한 디렉션을 주지 않아도 연기를 잘 소화했다. 중요한 감정의 포인트가 어떤 것인지 짚어달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 굉장히 직관적인 사람이었다.
효주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갔나.
친구들에게 직장 얘기를 많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그걸 다 숨기면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여성들의 포커페이스가 상당히 재미있게 느껴졌다. 대화하면서 계급 문제가 직장 내에도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걸 또 한 번 절감했다.
금수저 혜영은 악의 없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다. 이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가 뭔가.
혜영은 의도하지 않게 모멸감을 주는 캐릭터다. 때리지는 않았지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친절을 베푸는데 어쩐지 기분이 굉장히 나쁘지 않나. 관객들이 혜영을 보면서 `주는 사람이 문제일까? 받는 사람이 문제일까?`라는 생각을 하길 바랐다.
왜 하필 여교사와 남학생의 치정이었나.
사람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포착하는 걸 좋아한다. 또 재미있고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치정극을 만들고자 했다.
두 여교사를 넘나드는 재하(이원근)가 어떤 모습이길 바랐나.
왜 치명적인 남성을 옴므파탈이라 부르지 않나. 우리가 대체로 알고 있는 옴므파탈은 남성스럽고 섹시한 이미지다.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순수한 듯하고 어리며 모성애를 자극하는 행동이 주가 된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말이 다소 충격적이다.
효주의 극한 감정이 표출된 거다. 결말과 반전만큼은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라스트신이 관객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거다. 이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여교사`가 관객에게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나.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논쟁거리가 될 만한 작품이다. 화두가 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교훈이나 감동을 주는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수동적으로 감동한다. `여교사`는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할 말은 다 하는 효주를 보면서 직장 여성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한다.
(사진=필라멘트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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