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 '실세는 괴로워'··· 기획재정부, 포스트 최경환 대비 '쉴 틈이 없네'

입력 2015-12-09 00:00   수정 2015-12-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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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내각 국무위원 중 실세는 누구일까?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이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친박의 대표 주자인데다 요즘 소위 ‘진박(진실한 친박)’ 중 ‘진박(진짜 친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4대개혁(공공 금융 노동 교육)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최경환 부총리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 보좌하면서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책임지고 있으니 최 부총리는 실세임이 분명하다.

그럼 정부내 실세 부처는 어디일까?

바로 ‘기획재정부’다. 우리나라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다른 정부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내 줄 예산 결정권을 쥐고 있으니 실세일 수밖에 없다.



돈줄 쥐고 있는 기재부는 그래서 정부내 ‘갑’이다.

여기에 국내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어느 때 보다 경제정책이 중요하고 박 대통령이 다른 어떤 문제 보다 경제 이슈를 챙기고 있어 가뜩이나 실세인 기재부에 힘이 더 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 실세 인물 최경환 부총리가 관리하는 실세 부처 기획재정부내에서 실세 부서는 어디일까? 한마디로 ‘갑중의 갑’은 어디일까?

뭐니 뭐니 해도 ‘머니’이니 돈(예산) 권한을 쥐고 있는 ‘예산실’이다.

예산실은 한 해 386조원이라는 엄청난 나라 돈을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에 배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자연스레 갑이 된다. 같은 정부내에서도 예산을 받아야 그 부처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항상 기재부 예산실에 목을 매게 된다.




예산실은 연중 분주하다. 특히 그 중 가장 바쁜 시기는 한여름과 늦가을이다.

한여름에는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느라 세종청사 내에서 한 달 이상 밤낮없이 일한다. 이때는 다른 정부부처와 지자체들의 각 종 로비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예산 배정을 해달라는 요구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세종청사 기재부 주변은 사람들로 붐빈다. 예산을 혹 배정받지 못하더라도 지자체장들은 예산실장을 만나 사진이라도 한 컷 찍고 가야한다. 그래야 지역에 가서 예산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늦가을에는 정부 예산안 국회 통과를 위해 예산실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 한 달 이상 밤낮없이 일한다. 이때는 입장이 바뀌어 국회를 설득해야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이용한다. 정부안 국회 통과를 빌미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며 지역 예산 따내기에 혈안이 된다. 이러다 보니 예산실 공무원들은 당혹스럽다. 애써 준비한 정부안이 이때 순식간에 난도질당하기 때문이다. 일명 ‘쪽지예산’으로 불리는 선심성 지역 예산이 밀려와 정작 나라를 위해 중요한 예산이 깍일 수도 있다.

기재부 예산실 실무진과 주요 실국장들은 정치인들의 민원성 ‘쪽지예산’을 막고 예산안을 통과시켜야할 책무를 수행하느라 피 말리는 11월을 보낸다. 다행히 올해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이 통과됐다. 비록 법정 시간을 48분 넘겨 통과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이것만도 감지덕지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가 다 가도록 집에도 못하고 국회 주변에서 새해를 맞아야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예산안 통과를 위해 한 해 분주히 일한 예산실 직원들은 당장이라도 휴가를 내, 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쉴 틈이 없어 고민이다. 당장 기재부 수장이 바뀌는 개각이 임박해있다. 실세 최경환 부총리는 정치권 복귀를 이미 예고했다. 새 부총리 발표가 오늘 내일 하고 있다. 청와대의 새 부총리 인사 발표를 앞두고 예산실을 비롯한 주요 실장과 국장들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여기에 대통령은 직접 연일 주요 경제법안들을 반드시 올해 안에 통과시켜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기재부 실무자들이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실국장들이 연일 국회를 오가며 뛰고 있는데 그 밑 과장들 역시 놀 수는 없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예산실 A 국장은 “과장 이하 직원들은 모두 연말까지 연차를 쓰게 할 방침”이라며 “직원들에게 그렇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A 국장은 그러나 “자신은 이런 상황에서 연차를 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새 부총리 청문회 준비도 도와야하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 준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 부총리의 방침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미리 챙길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산실 B 국장 역시 “직원들은 쉬게 할 예정이지만 자신이 쉬는 건 엄두도 못 낼 형편”이라고 말했다. “새 부총리가 오시고 연이어 간부들 인사를 단행할 텐데 무슨 강심장으로 쉬냐”고 반문했다.

기재부내 주요 실국장들은 개각도 문제지만 내년 경제정책 방향 설정도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실세 최경환 부총리에 아이디어 많은 주형환 1차관이 있어 올 한해는 그래도 선방했다고 기재부 직원들은 자평한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내수경기 부양에 나름 성공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중국 경기둔화 등 글로벌 위기에다 국내적으로는 수출감소와 내수침체가 큰 걱정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기를 살 릴 수단이 마땅치 않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기재부 실무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새 수장이 오면 ‘바로 이렇게 하면 됩니다’ 하고 답을 내놓고 싶은데 이런 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예산 국회 통과 후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날은 추워지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기재부 직원들의 마음은 더 추워지고 있다.



기재부 예산실 근무는 출세의 지름길이다. 예산실 과장 국장으로 예산 배정 업무를 하면 다른 부처 업무를 훤히 알게 되어 마치 그 부처 과장 국장을 맡았던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이후 기재부를 떠나 다른 부처 고위직으로 가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실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송언석 현 기재부 2차관은 직전 기재부 예산실장이었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기재부 예산실장 이후 기재부 2차관을 거쳐 복지부로 간 경우다.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역시 기재부 예산실장 이후 기재부 2차관을 거쳐 미래부로 갔다. 새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김동연 아주대 총장 역시 기재부 예산실장 이후 기재부 2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장관)을 지낸 바 있다.

한마디로 기재부 예산실장은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사실상 차관자리가 보장되고 잘하면 장관까지 하는 노른자위 요직인 셈이다.

예산실내 국장 과장 자리 역시 기재부내 승진을 위한 핵심 코스다.



‘실세’는 ‘권한’에 버금가는 ‘책임’이 있게 마련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실세 경제부총리가 떠난 자리의 공백은 생각 보다 클 수 있다. 여기에 대내외적인 경제위기감은 부담을 증가시킨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해 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내년 경제정책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기재부 실세들은 머리가 아프다.
한여름과 가을을 바삐 보냈으니 푸근하게 겨울을 지내고 싶은 데, 쉴 틈이 없다. 쉼 없이 달리는 모습을 출입기자로 옆에서 보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실세는 할 수 없다. 남들보다 괴롭고 피곤할 수 밖에 없다. 그 피곤함 뒤에 오는 열매는 달 것이다.

실세들의 한국경제 살리기 혜안을 기대해 본다.


*[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취재를 담당하는 유은길 기자가 정부 정책 뒷얘기와 에피소드 그리고 세종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아주 특별한 세종특별시 이야기’ 연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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