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위한 혁신 프로그램 - 타운미팅(上)

입력 2012-05-30 11:26   수정 2012-05-30 11:26

[Culture & Leadership] 11편. 소통을 위한 혁신 프로그램 - 타운미팅(上)

“아무리 좋은 정책도 주위의 뒷받침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중략). 시대의 금기는 혼자만의 행동으로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금기를 대체할 새로운 사상과 이를 실천할 조직이 등장해야 깨트릴 수 있는 것이다 (이덕일_조선왕을 말한다 중 발췌)”.

리더는 조직이 바람직하게 운영될 수 있는 메커니즘(Mechanism) 또는 시스템을 조직에 심어놓아야 한다. 인간으로서 리더는 수명이 있다.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도 조직은 성과를 창출하여야 하며 생존하여야 한다. 조직의 영속성을 고민하는 리더라면, 조직이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가 만들어야 할 메커니즘의 하나가 소통(Communication) 메카니즘이다. 최근, 정부나 기업은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우리가 소통이 원활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직에게 있어 소통은 우리 몸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건강한 혈관은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몸 구석구석에 보내어 주며, 불필요한 노폐물들을 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이동시켜 준다. 혈관이 튼튼하지 못하다면, 몸은 금방 노쇠해질 것이다. 소통이 잘 된다고 하여 금방 조직의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경쟁사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사소통을 위한 과정은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드백 주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잘 되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행복하다. 나의 의견에 조직이 귀를 기울이고 내 의견이 실제 실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또한 의사소통은 집단창의성의 기초가 된다.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닌 구성원들의 의견이 정반합을 이루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요건이다.

특정 조직에게 소통이 문제가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시기는 기업이 성장하여 일정한 규모를 갖추면서부터이다. 신생 기업이 창업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자. 업무 수행 방식에 있어 소규모 신생 기업의 구성원들은 조직상의 위치에 관계없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조직 상하/수평간에 끊임없이 의사소통이 하게 된다. 의사결정 역시 신속히 이루어진다. 모든 직원은 어떻게 회사가 돌아가고, 어떠한 사안이 현재 중요하며 어떤 기회가 펼쳐질 것인가를 공감한다. 특히 모든 직원들은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생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초기 신생 기업의 이러한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즉, 특정 분야의 직무가 정의 되고, 직원들은 점차 전문 영역을 가지게 됨에 따라 업무 내용이 명확히 규정되고, 전문화된 조직 단위로 세분화되어 간다. 이에 조직 내 의사소통 과정은 점차 공식화 되어간다. 또한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적어지며, 소수의 관리자에게로 집중 되어간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자신의 전문적 지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사람들의 직무에 대해 가졌던 시각들도 점차 잃어버리게 된다. 이에 조직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상실하여, 자기가 속한 단위나 부서의 이기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 부서들은 자기 부서 업무 성과에만 관심을 가지며 한정된 조직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을 한다. 관료화된 업무 절차는 새로운 일을 진행시키기 보다는 현재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케 한다.

원활한 소통의 기능이 파괴된 조직은 새로운 변화에 대해 매우 느리게 반응을 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관료화되고 거대해진 조직의 원활한 소통, 나아가 활성화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경영컨설턴트들이 제안하는 해결책 중 하나가 ‘타운미팅’이다. 타운미팅이란 마을 사람 전체가 Town Hall에 모여 마을의 법, 정책, 절차에 대해 결정하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Town Hall Meeting에서 유래되었다. 타운미팅은 거대공룡으로 변한 GE의 조직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되어 활용되었다.

GE의 가장 성공한 혁신 프로그램은 ‘6시그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6시그마가 성과를 내기 위한 기반은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의 업무는 다양한 부서, 기능 간에 얽혀져 있다. 한 부서나 기능에 한정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져 있는 사항을 해결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먼저 발생하여야 한다. 사실 국내에서 6시그마 성공사례가 드문 이유는 너무나 명료하다. 수직/수평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문제점이 들어날 수 없으며, 나를 희생시키는 해결책이 제시될 수 없다.



타운미팅 방식은 소통을 위한 가장 뛰어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타운미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조직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안을 토론에 의해 도출하고, 개선안의 실행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는 대화의 장”이다. 몇 가지 규칙을 갖고 있는 워크샵이라 할 수 있다. 타운미팅의 프로세스를 간략히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조직은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예: 지나치게 많은 회의 수 및 지나치게 관료적인 의사결정 방식 등)를 가지고 있다. 타운미팅은 특정 문제(혹은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직원을 6~7명 선발한다. 참가자를 6~7명의 제한하는 이유는 타운미팅 과정 속에서 토론에서 제외되는 사람을 없애기 위해서 이다 (참가자가 7명이 넘을 경우 별도의 조를 편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운미팅의 참가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보통 1박2일(혹은 2박3일) 간에 걸친 토론을 하게 된다. 토론 과정을 통해, 문제가 되는 현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하게 된다. 타운미팅을 시작하는 첫날 특정 주제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갖은 임원(CEO 혹은 실장)은 타운미팅 참가자들에게 직접 주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자신의 기대사항을 전달해 주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도록 회의장을 떠난다. 타운미팅의 마지막 날, 참가자들이 도출한 해결책의 실행가부를 결정하기 위해 다시 참가자들은 만난다. 의사결정권자는 참가자들이 제시한 해결책의 진행여부를 즉각적으로 결정하여 준다. 만약 해결책의 실행이 불가할 경우, 참가자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해 준다.

타운미팅 프로그램이 원활한 의사소통, 나아가 조직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낭비적인 활동이 될 것이다. 첫째, 조직 內 의사결정자(CEO, 임원)와 함께 회사의 전략적인/고질적인 문제를 선정토록 한다. 기업에서 타운미팅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자를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자가 타운미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 모임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즉 의사결정은 다시 지연되어 조직의 속도를 늦출 것이다. 의사결정권자가 타운미팅에 참여함으로써 조직은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자가 이러한 모든 워크샵에 참여하기란 실제 어렵다. 여기에 묘책이 있다. 바로 권한위임이다. 대표이사가 자신의 의사결정권을 다른 임원이나 부하직원에게 준다면 어떻게 될까? 권한을 위임받은 부하직원은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관련 활동의 ‘수동적인 참석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화할 것이다.



둘째, 타운미팅에서 논의한 문제점 및 이에 대한 개선안의 실행 가부는 타운미팅 활동 기간 중에 결정 한다. 기존 우리가 익숙한 워크샵은 ‘보고用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자리가 많다. 과거 몇 년 동안의 워크샵 결과를 한번 살펴보면, 매 년 동일한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복적인 보고用 보고서를 위한 워크샵은 조직 구성원을 지치게 하고, 혁신 활동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한다.

셋째, 타운미팅은 전문 회의진행자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하여야 한다. 이들은 워크샵의 생산성을 높이고, 참여자들의 브레인스토밍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퍼실리테이터는 워크샵이 현상분석에서 문제점 파악 및 해결책 도출이 제시간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한 사람의 의견이 지배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존중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특히, 의사결정권자와 참여자들이 열린 커뮤니케이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전에 학습을 시켜준다. 타운미팅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경험상 참여자들이 가장 만족해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전문 회의진행자에 의한 활동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관리 프로그램이라도 단기간에 조직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지시와 통제에 익숙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원활히 소통하는 조직을 꿈꾼다면 타운미팅의 원칙을 준수하며 5년 이상 본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았으면 한다. 진정 소통을 원하는 리더라면 당장 몇 번의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타운미팅이 아니라, 조직운영의 메커니즘으로서 타운미팅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선 타운미팅을 어떻게 조직운영 메커니즘으로 발전시키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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