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65편. 허망한 세계1위

입력 2014-07-02 09:30  

한국펀드시장에 세계1위라는 타이틀이 하나 있다. 운용중인 펀드수가 많아서 얻은 타이틀인데 글로벌 역외펀드의 본고장 격인 룩셈부르크(9400개) 보다 많은 1만 1300개다. 하지만 속사정을 아는 사람에게 펀드 수 세계1위의 타이틀은 허망한 것이다.


전체펀드들 가운데 설정액이 10억 원도 안 되는 소규모펀드가 약 3500개로 전체 대비 30%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별한 사정(사모펀드 등)으로 소규모펀드로 남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필요와 유행에 따라 쉽게 만들었다가 살아남은 펀드들이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설정액이 일정수준에 미달하는 펀드는 적절한 분산이나 집중투자가 어렵다. 게다가 과중한 고정비용(평균총비용. TER) 부담은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입히고, 운용수수료 수입마저 적어 운용사나 펀드매니저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쉽다.


결국 소규모펀드는 시간이 갈수록 설정액이 쪼그라들어 자투리 펀드가 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실은 투자자의 몫이 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이 가입해서 보유하고 있는 펀드가 자투리펀드의 범주에 속한다면 좀 더 세심한 관심으로 환매여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펀드시장은 얽힌 수급과 구조적 문제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나라 밖 사정은 딴판이다. 세계 펀드 순자산이 처음으로 30조 달러를 돌파했고, 그중 주식형 펀드의 경우 순자산이 지난 1/4분기 전분기말보다 8917억 달러 증가해 13조2836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6조원의 환매물량을 쏟아내 펀드 설정액이 7년 만에 최저치 80조원 이하로 떨어진 국내 주식형펀드시장과 대비된다. 현재 한국의 가계경제는 돈이 생겨도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다는 안전자산을 늘리는데 관심이 크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보다는 빚부터 갚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인생의 목적(Life`s Greatest Lessons)’의 저자 ‘할 어반(Hal Urban. 미국)’은 자신의 저서에서『고통이나 역경이 없는 인생은 그저 계획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 하다.』라고 얘기했다. 투자에 대한 불신과 의지가 사라진 국내투자자들에게 의미 있는 말이다. 투자과정에서 겪게 될 고통과 역경을 의미 없는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국내펀드시장의 새로운 활력충전을 위해서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용기는 확신에서 나오고, 바른 선택은 공정한 시장 신뢰로부터 도출된다는 점에서 국내펀드시장의 신뢰회복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투자시장에서 수급은 화초에 물과 같다. 꼬인 수급을 풀기 위해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 운용의 투명성, 판매의 객관성, 투자자 보호와 같은 굵직한 펀드시장 개선책들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면 펀드를 향한 용기 있는 선택은 저절로 늘어날 것이다. 하루속히 펀드 수 세계1위라는 명예롭지 못한 허망한 타이틀을 벗어던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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