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의 습관] 4편.

입력 2015-06-12 09:30  

남은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생명의 모래시계는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 J는 혼자 힘으로 걸어다닐 수 없게 되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은 음식을 거부했다. 무언가 먹어보려 입에 넣어도 음식을 삼키지 못했다. 낮에도 잠에 취해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즈음은 딸이 며칠마다 집에 들러 아버지를 돌보고 있었다.


“선생님, 저희 아버지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 텐데 지금까지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정말 죄송합니다. 실은 저희 시어머니가 뇌출혈 후유증으로 거동을 못하셔서 제가 돌봐드리고 있어요. 그래도 남편이 아버지 떠나시면 후회한다고 자주 찾아가 보라고 해서 이렇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아버지 얼굴을 보러 오네요. 그런데 선생님…….”


이렇게 말하며 딸은 내 팔을 당겼다. 현관문을 나서자 어두운 표정으로 딸이 물었다.


“아무래도 얼마 안 남으신…… 거죠?”


“네, 안타깝지만.”


“그렇군요. 저희 엄마도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마지막에는 정말 너무 야위셔서……. 그리고 마지막 몇 주 동안은 자꾸 힘이 없다고 하면서 주무시기만 했어요. 그러면 이제부터 심한 고통이 따르나요?”


“만약 그런 상황이 닥쳐도 통증을 줄여드리는 약, 물론 이 약은 생명을 단축시키지는 않고요. 아무튼 완화 치료를 하면 훨씬 통증을 덜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마음이 놓이네요. 그리고 선생님, 혹시 요즘 저희 오빠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러고 보니 방문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한 번, 왕진을 와서 한 번 아들 얼굴을 보았을 뿐 그 이후에는 줄곧 전화로만 연락했다.


“요즘은 뵌 적이 없는데요.”


딸은 긴 한숨을 내뱉더니 말을 이었다.


“실은 오빠도 저도 아버지하고는 사이가 아주 나빴어요.”


딸은 지금까지 상황을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두 남매는 어머니와의 관계는 좋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서로 왕래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병도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알게 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너무 먼 존재였어요. 우리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해서 우리가 잠들고 나서야 돌아오셨죠. 대화는커녕 얼굴 보기도 힘들었어요. 쉬는 날에도 아버지는 우리를 데리고 놀러 가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셨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따뜻하게 안아주신 적도 없어요. 아버지는 우리한테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죠. 그래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저도 나이를 먹으니까 아버지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 오빠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엄마가 마지막에 아주 고통스러워하실 때, 아버지는 어머니 병실을 지키지 않으셨어요. 술만 드시고……. 병실에는 항상 오빠 하고 저만 있었죠. 그런 상황을 오빠는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가까스로 아버지하고 연락이 되었을 때는 이미 엄마가 숨을 거두시려는 찰나였어요. 병실에 들어온 아버지에게 오빠는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어요. ‘어머니한테 사과하세요! 아버지는 항상 도망만 다니시고,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세요!’ 하면서요.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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