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의 습관] 6편.

입력 2015-06-26 09:30  

“일밖에 모르던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셨으니 그동안 엄마한테 못했던 것을 해드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혀……. 집에서 책만 읽고 잠깐 혼자 산책 나가시는 게 다였어요. 엄마하고 여행을 가지도 않고, 같이 외출하는 일조차 없었어요. 그래도 엄마는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시는 아버지한테 참 잘하셨어요. 그런 엄마가 병에 걸려서…….”


아들은 말을 멈추고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엄마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는 아버지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기를 바랐어요. 물론 아버지는 엄마한테 늘 고마워했겠지요. 마음속으로는.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다들 그렇게 무뚝뚝하고 과묵하니까요. 일일이 말로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는 정말…….”


팔짱을 낀 아들의 얼굴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버지를 증오했습니다. 엄마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마지막에 고맙다고 한마디 하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래도 어쨌든 아버지는 아버지니까. 그리고 엄마가 정말로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니까. 엄마 얼굴을 떠올리며 이렇게 돌봐드리고는 있지만…….”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아들 자신이었는지 몰랐다. 너희들을 보살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럼에도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말해주기를 아들은 오래도록 소망해왔는지 몰랐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원망은 사라지고 무너진 관계는 회복된다. 그것이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의 힘이다. 우리는 길을 가다 어깨를 부딪쳐도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내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깝고 소중한 가족에게는 그 말을 아낀다. 마음을 표현하기를 어색해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J의 상태는 악화되었다. 남은 시간이 바짝 다가오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진통제를 투여해도 그는 고통으로 소리를 지르곤 했다. 일종의 의식 혼란인 섬망 증상으로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선생님, 잠시 와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하세요.”


며칠 전부터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던 딸의 전화를 받고 나는 급히 그의 집으로 향했다.


“조금 편하게 주무실 수 있는 주사를 놓아드리지요.”


“네,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선생님,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시는 것 같은데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나는 주사를 놓기 위해 링거 병에 바늘을 꽂았다.


“지도리가후치(千鳥ヶ淵)라는 말을 자꾸 하세요.”


“떠나시기 직전에는 장소나 시간, 사람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아버지는 지금 지도리가후치에 계신 거네요.”


도쿄 중심에 위치한 지도리가후치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길이다. 수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벚나무들이 활짝 꽃을 피우면 마치 아름다운 터널 같다. 지도리가후치, J에게 그곳은 어떤 장소일까.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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